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올해 글로벌 경제 환경과 관련해, 미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주식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최근 한국에 방문한 스티브 브라이스 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CIO)를 만나 경제 전망과 재테크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금융 리더] 스티브 브라이스 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
“미국·일본 주가 더 오른다…지금이 주식 투자 적기”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시장 상황에선 다변화 투자 전략이 필요합니다.”

스티브 브라이스 SC그룹 CIO는 여러 자산군과 지역에 걸쳐 다변화를 추구하는 ‘파운데이션 포트폴리오’를 통해 변동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한편, 개인의 투자 성향을 반영하는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 접근’으로 자산을 키워 나가는 전술을 강조했다.

브라이스 CIO는 SC그룹의 투자 전략을 총괄하는 금융 시장 전문가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입행 후, 남아프리카공화국 글로벌마켓 헤드, 중동 및 남아시아 지역 리서치 헤드, 동남아시아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할을 담당한 바 있다. 현재 SC그룹 글로벌투자위원회의 핵심 멤버이며, 일임형 포트폴리오 관리 부서의 자문도 함께 맡고 있다.

SC그룹은 올해 핵심 투자 테마로 ‘변화의 바람, 투자의 항로 모색’을 제시했다. 브라이스 CIO는 “포트폴리오의 힘은 특히 상승장보다 하락장에서 드러난다”며 “올해 현금과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 비중을 60%까지 높이되 인플레이션 심화로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금과 사모 대출 등 대체투자로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투자 환경에서 가장 주목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물가가 올 초 대비 안정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미국에서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제품과 서비스 물가에서 식품·에너지 및 주택 비용을 제외한 물가)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추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SC그룹의 투자 전략은 어떻게 달라지나.
“올해 초 대비 불황의 가능성은 낮아졌다. 4월에 변동성으로 인해 주식과 채권의 매도세가 심해지면서 ‘소나기, 변동성에서 찾는 기회’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이야말로 투자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변화의 바람, 투자의 항로 모색’이라는 투자 테마는 여전히 유효한데, 다만 선진국의 투자등급 채권을 중립으로 비중을 축소했다.”

투자의 적기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채권 관련해서 물가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금리도 이에 맞춰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 결과 명목·실질 일드(yeld·수익률) 모두 매력적인 가치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주식은 채권과 상황이 조금 다르다.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가 오면 주식 시장은 40~50%까지도 하락했지만, 올해 경기 침체 위험은 15~20% 정도로 본다. 주식 시장은 10% 미만으로 낙폭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 국면이 주식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어떻게 예상하나.
“올해 초에는 금리 인하 시기를 6월로 예상했으나, Fed의 우려 요인인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며, 현재는 9월 정도로 시점을 내다보고 있다. 올해 한두 차례 정도 인하할 것으로 본다. 다만, 과거 선거가 있는 해에는 Fed가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잘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선거에 영향을 주는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이 주식 시장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먼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선거가 있는 해에는 평균 수익률이 7.5% 수준을 유지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시점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뀔 때였다. 지금은 반대로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의 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있지만, 대선 결과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매수·매도 시점을 예측하는 것보다 ‘시장에 머무는 것’을 강조하는 건 어떤 이유에선가.
“기본적으로 시장의 상승 및 하락 시점을 예측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은 보통 3분의 2의 확률로 상승하는데, 사람들은 비관적인 소식에 더 비중을 두는 부정적 편향을 지닌다. 다시 말해, 사실 주식 시장이 하락할 확률은 3분의 1이지만 사람의 뇌에서는 계속 걱정하게 돼서 너무 조기에 매도를 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매도 시점을 잘 예측했다 하더라도, 시장이 다시 상승할 때 시장에 재참여하는 시기가 너무 늦을 수 있다. 보통은 회복장 초기에 더 강세를 띠게 되는데,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초기 수익 창출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올해의 핵심 투자처는 어디인가.
“투자 비중 확대 투자처를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미국 주식 시장이다. 특히 저금리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회복력이 좋은 정보기술(IT) 및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종이 좋을 것으로 본다. 견조한 이익이 유지되며, 미국 달러 가치도 주식 시장에 불리하지 않게 작용할 것이다. 둘째로는 일본 주식을 꼽는다. 경기 사이클 측면에서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일본 주식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거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은 주로 주식보다는 채권을 매수했다. 지금은 일본 정부에서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면서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어 구조적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일본 정부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자사주 매입, 고배당 정책 등 주식 시장 활성화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본 기업의 25%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으로,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된 모습이다. 또한 신흥 시장 달러 표시 채권을 비중 확대할 계획이다. 일드가 7% 이상으로 매력적이라는 점에서다. 해당 국가들의 재정 적자가 줄고 있어서 신용 퀄리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미국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낮다는 점에서도 선호된다.”

반대로, 비중 축소를 생각하는 투자처는 어디인가.
“유럽 주식 시장이다. 성장률이 상당히 저조하며 전망이 좋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 주식 시장은 금리가 높을 때 매력적이지만, 현재는 반대 상황으로 비중을 축소할 계획이다.”

미국 증시는 얼마나 오를 것으로 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500선까지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양호한 실적이다. 특히 IT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최선호 업종으로 꼽은 데는, 이들 섹터가 성장률 둔화에 높은 탄력성을 보일 수 있어서다. 또 저금리 시기에 혜택을 볼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에너지 섹터를 추천한다. 미국 에너지 업종은 2024년 기업 이익이 1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장이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에너지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나쁘지 않으며,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수혜를 입을 업종으로 예상한다.”

IT에서 유망한 분야는 무엇인가.
“미국 IT 업종은 정체기에서 벗어나 2024년 가파른 이익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인공지능(AI) 투자 및 디지털화에 대한 수요 증가가 IT 업종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AI는 과거 인터넷의 발명보다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에 너무 큰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하고 있다. 현재 AI 칩 제조업체들이 수익을 많이 내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등 AI를 활용하는 분야에서도 향후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AI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일본 주가 더 오른다…지금이 주식 투자 적기”
일본 주식이 30년 만에 최고치인데,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나.
“그렇다. 일본 주식은 엔화 약세, 일본은행(BOJ)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물가 정상화 등에 힘입어 글로벌 주요 증시 내 가장 강한 이익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니케이 지수는 향후 12개월, 4만1600선까지 전망한다. 특히 일본 주식에 대한 달러 투자가 매력적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회복 시점을 어떻게 보나.
“중국의 경우 이미 많이 안정화됐다. 산업 생산 및 수출 실적이 회복 국면이며,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도 완화 중이다. 글로벌 제조 사이클 측면에서도 바닥을 찍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만 우려되는 상황은 중국의 디플레이션이다. 미국, 영국, 유럽 등에 인플레이션이 있다면 중국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다. 투자 측면에선, 현재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낮음에도 구조적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있어 자산 배분 측면에서 중립의견을 갖고 있다.”

인도 시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인도는 기회주의적 측면에서 매력적인 매수처로 보고 있다. 인도는 중국 시장과는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중국은 밸류에이션이 좋은 반면 거시경제 지표가 좋지 않다면, 인도는 높은 가격이 책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건강한 경제로 평가된다. 기업들의 실적 호조도 이어질 전망이다.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정부가 바뀔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인도 주식은 지난 10년 중 7년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이익 성장률을 상회하며, 평균 대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의 구조적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며, 밸류에이션 관점 중소형주 대비 대형주를 선호한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전망을 갖고 있나.
“아시아 주식 내 비중 확대 의견이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반도체 수요가 견고하며,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사이클이 회복세에 있다. 다만, 작은 내수 수요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일부 존재하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주요 선진국 대비 한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 수가 전체 기업 대비 45%를 차지해 일본(25%), 미국(3%), 유럽(20%)보다 높다. 순현금흐름 플러스 기업의 수는 43%로 일본(41%)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을 유도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어떻게 호응할지도 중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은 업종은 무엇인가.
“반도체가 가장 매력적이다. 또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의한 은행 및 자동차 업종도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식과 채권 간 비중은 어떻게 유지할 계획인가.
“현금과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에 비중을 좀 더 배분할 계획이다. 주식 비중을 60%로 유지하고자 한다.”

앞으로 주목하는 리스크는 무엇인가.
“투자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 리스크가 존재한다. 먼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들 수 있다. 이는 주식 시장에는 매우 부정적일 수 있지만, 채권 측면에서 투자등급 채권의 경우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는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가능성은 낮지만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더 심화되면, 2022년에 그랬듯이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매도세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금, 사모 대출과 같은 대체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변동금리 사모 대출은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는 선택지다. 마지막으로 인프라와 같은 실질자산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어서다. 이러한 대체투자는 접근이 쉽지는 않지만, 경기 침체 상황에서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일본 주가 더 오른다…지금이 주식 투자 적기”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