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이 32년 만에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변신했다. 전국구 은행으로의 새로운 출발이다.

[이슈]
iM뱅크 본점 건물 전경. 사진=DGB금융그룹
iM뱅크 본점 건물 전경. 사진=DGB금융그룹
“새로운 시중은행이 될 DGB대구은행은 확고한 건전성과 내부통제를 바탕으로 은행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금융 시장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겸 iM뱅크 은행장이 DGB대구은행의 전국구 시중은행으로의 변신을 계기로 밝힌 포부다. 1967년 10월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DGB대구은행이 32년 만에 시중은행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그룹 내 사명 ‘iM’ 브랜드로 통일

새출발을 위해 사명도 ‘iM뱅크’로 바꿔 달았다. 전국 단위 은행으로 고객에게 새롭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DGB대구은행의 모바일뱅크 브랜드명에서 따온 이름으로, ‘I am a bank’의 줄임말이다. ‘내 손안의 모바일 지점’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다만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iM뱅크와 함께 ‘대구은행’이라는 상표를 병기해 최초 지역은행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로 했다.

DGB금융그룹은 대구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사명을 모두 ‘iM’이라는 브랜드로 통일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iM증권’, DGB생명은 ‘iM라이프생명보험’, DGB캐피탈은 ‘iM캐피탈’, 하이자산운용은 ‘iM에셋자산운용’으로 변경하는 식이다. 최근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들은 이 같은 내용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관 개정을 승인했다.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겸 iM뱅크 은행장. 사진=DGB금융그룹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겸 iM뱅크 은행장. 사진=DGB금융그룹
iM뱅크가 정한 시중은행으로서의 비전은 ‘전국의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다. 이 비전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모바일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중이 함께 담긴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준 인터넷전문은행’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워 왔다.

황 회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처럼 대면 점포를 통해 다른 지역에 진출해야 했다면 시중은행 전환이 어려웠겠지만 오늘날은 디지털 금융 시대”라며 “온·오프라인 연계로 수도권 점포망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면서, 대면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한계를 극복하는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덩치 차이가 큰 주요 시중은행보다는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일단 우위를 점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의 1분기 기준 총자본은 4조9857억 원으로, 4대 은행 중 총자본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35조5198억 원)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가장 적은 우리은행(26조2090억 원)과 비교해도 5분의 1에 그치는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6조1515억 원), 케이뱅크(1조9183억 원), 토스뱅크(1조5289억 원)의 자본총계와 더 가까운 체급이라고 할 수 있다.

iM뱅크 관계자는 “디지털 접근성, 비용 효율성과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과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은행의 장점을 함께 갖춘 새로운 은행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뉴 하이브리드 뱅크를 내세우고자 한다”며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브랜드 위상 강화 등 은행 전반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iM뱅크는 향후 ‘iM’ 브랜드를 활용해 본격적인 전국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시중은행 전환을 통한 큰 변화 중 하나는 기존에 진출할 수 없었던 충청·강원·호남·제주 지역에도 점포 개설이 가능해졌다는 부분이다. iM뱅크는 점포 수를 급격하게 늘리기보다는 디지털 금융과 전국 거점 점포, 기업영업지점장(PRM) 제도를 활용해 영업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일단 4개 지역에 순차적으로 거점 점포를 개설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전환 후 첫 거점 점포는 원주지점이 될 전망이다. 원주 지역은 대구·경북, 수도권과 인접해 거점 지역으로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지역에 지방은행이 소재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도 유리한 부분이다.

주가 저평가…해외 IR 등 밸류업 행보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이라는 숙제도 해결해야 한다. 주주 가치 극대화는 DGB금융그룹의 중기 전략 추진과제 중 하나다. DGB금융지주는 타 금융지주에 비해 주가가 크게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6월 20일 기준 DGB금융지주의 주가는 7970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영진도 밸류업에 팔을 걷어부쳤다. 황 회장은 지난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미국 주요 도시에서 주요 주주와 잠재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iM뱅크의 비전에 대해 직접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IR에 앞서 황 회장은 그룹 내 경영진과 함께 자사주 총 16만 주를 장내 매입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자사주 1만 주를 장내 매수했다.

투심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일단 실적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iM뱅크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1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줄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DGB금융 PBR은 업종 내 최저 수준”이라며 “밸류에이션 회복을 위해서는 실적 개선은 물론이고 보통주자본비율(CET1) 개선,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주주 환원 강화에 대한 가시성 제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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