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총수 일가와 10년 이상 인연을 끊었던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선친이 물려주신 상속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별세한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유언장에서 형제간 우애를 당부한 뜻을 받들어 화해를 청하기도 했다. 효성그룹 일가의 해묵은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EO 빅데이터]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
사진=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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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이 물려주신 상속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효성으로부터의 100% 자유다.”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선친으로부터 받은 상속재산 일체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14년 효성그룹 총수 일가와 인연을 끊은 지 10년 만에 “선친의 뜻을 받들어 형제간 화해를 요청한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3월 별세한 조 명예회장은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 전 부사장, 삼남 HS효성 부회장의 우애를 당부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긴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이 형제간 갈등을 끝마치고 자신의 상속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효성가 형제들의 10년에 걸친 반목이 종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활용해 최근 3개월간 조 전 부사장 관련 뉴스데이터에서 주요 키워드를 추출했다.


#기자간담회 #공익재단 설립 #상속재산 #경영권 #계열분리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은 지난 7월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남긴 상속재산을 사회에 모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상속재산을 욕심내지 않고 전액 재단에 출연해 국가와 사회에 쓰임 받는 선례를 만들고자 한다”며 “이 공익재단 설립에 다른 공동상속인도 협조해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은 일부 효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총수 일가의 ‘특수관계인’으로 연결돼 있는데, 계열 분리와 필수 지분을 정리해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고 싶다는 뜻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경영권은 전혀 생각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지금까지 일어난 형제간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를 이루고 싶다”며 “선친이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는데 거짓과 비방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앞으로 서로 다투지 말고 평화롭게 각자 갈 길을 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상 부회장 #형제간 갈등 #의절 상태

효성가 차남인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친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과 주요 임원 등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이른바 ‘효성그룹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갈등이다. 갈등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뒤 회사의 내부 비리를 지적했고, 이를 계기로 조 명예회장, 조 회장과의 관계가 크게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효성 부사장직을 내려놓고 보유하고 있던 효성 주식을 정리했다. 현재까지도 조 전 부사장은 가족과 의절한 채 효성그룹 경영 일선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고발하는 등 수년간 법정 분쟁을 치러 왔다. 지난 3월 말 부친 별세 당시에도 유족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 대리인단은 “선친께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아직까지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또한 지난 장례에서 상주로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게 내쫓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로 생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유언장 #상속세 #유류분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효성티앤씨 3.37%, 효성중공업 1.5%, 효성화학 1.26%의 지분을 상속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는 오는 9월 30일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상속재산 전액을 공익재단 설립에 출연하겠다고 밝힌 배경에 ‘상속세 감면’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조 전 부사장 측은 입장문을 내고 “조 전 부사장은 공익재단에 상속재단을 출연해 상속세를 감면받아도 개인적으로 얻는 금전적 이익과 혜택이 없다”며 “공익재단 설립은 오로지 상속재산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전 부사장이 상속세 문제를 정리하고 원하는 대로 ‘효성으로부터 100% 자유’를 얻으려면 비상장사 지분 처리에 대한 형제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현재 효성가 형제들은 비상장사 3곳(신동진·동륭실업·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의 지분을 공동 지배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아직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룹 측은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가족간에 평화와 화합을 이룰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10년 이상 이어진 갈등의 골이 깊은 가운데, 9월까지 극적인 화해를 이루고 상속재산 문제를 원만히 처리할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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