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1조 3808억 원 규모 재산분할 상고심 주요 쟁점은 최 회장의 SK(구 대한텔레콤) 지분이 선친에게서 받은 ‘특유재산’인지 여부다. 부부 공동재산이 아닌, 선대 회장에게서 상속·증여받은 특유재산일 경우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상속 이슈]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사건에서, 2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에게 무려 1조3808억 원을 재산분할로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665억 원만을 재산분할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무려 20배가 넘는 금액을 더 인정받게 된 것이다.1심에서 665억이던 재산분할 금액이 2심에서 1조3000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올라간 이유는, 최 회장이 현재 소유한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부부 공동재산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즉, 최 회장은 부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상속·증여받은 지분이 현재 자신이 소유한 SK㈜ 주식의 근원으로서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으나,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300억 원어치 약속어음 등의 자료들을 통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2심에서 분할 액수 20배 뛰어 그런데 설령 최 회장의 SK㈜ 주식이 최 회장의 특유재산이라 인정됐더라도 노 관장의 재산분할청구는 인용될 수 없었을까. 결혼 중간에 배우자 일방이 제3자로부터 상속·증여를 받거나 협력 없이 취득한 ‘실질적 특유재산’에 대해서도 재산분할청구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상속·증여 시에 특유재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유재산의 정의는 민법이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하면서, 동법 제831조는 ‘부부는 그 특유재산을 각자 관리·사용·수익한다’고 규정한다. 한편 민법 제839조의2는 쌍방이 협력해 이룩한 이른바 ‘공동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한다.
언뜻 보면 어려운 말인 것 같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 사람에게만 귀속돼 그 사람만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재산이다.
그런데 결혼 중 상속·증여 등을 통해 특정 배우자 명의로 받은 토지, 금전 또는 경영권을 행사하는 사업상 기업 지분과 같은 ‘실질적 특유재산’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을까. ‘실질적 특유재산’과 관련하는 명확한 법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현금같이 비교적 기여도가 명확해 보이는 재산 외에 ‘경영권 행사 가능 기업 지분’과 같은 것은 기준이 무척 모호하다. 특히 기업의 지분을 가사노동에 의한 간접 기여를 이유로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하게 되면, 부부간의 내밀한 분쟁이 별개의 독립한 법인격인 회사의 존립과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재산분할청구의 기본 전제는 부부의 한쪽이 실질적 가사노동이나 내조만 했어도 혼인 생활의 청산·부양적 요소라는 관점을 중요시해 인정하는 것인데, 이번 최태원·노소영 이혼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SK㈜는 물론이고 계열사와 그 회사에 다니는 수많은 임직원에게까지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판례상 특유재산도 분할 가능
먼저 판례는 “부부가 이혼할 때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했거나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유형·무형의 자원에 기초한 재산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는 것이고,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나,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그 감소를 방지했거나 그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한 그 특유재산으로 형성된 자금을 기초로 구입한 재산이더라도 이를 취득하고 유지하는 데 상대방의 가사노동 등에 의한 내조가 직간접으로 기여한 것이라면 역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는 입장이다.
즉, 원칙적으로 특유재산은 분할의 대상이 아니지만, ‘타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그 감소를 방지하거나 그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분할의 대상으로 인정한다. 만약 특유재산은 무조건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경우, 부부가 혼인 중에 자신의 특유재산으로 명의를 돌리기 위해 많은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판례의 태도가 타당하다.
그리고 실질적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형식적 특유재산의 분할 기준과 달리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우리 법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종류와 비율을 세세하게 규정하지 않은 이상, 형식적 특유재산과 같이 상대방의 특별한 기여를 법원이 재량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예외가 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되므로, 제3자적 인격을 가지는 기업 지분과 같은 실질적 특유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매우 엄격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기업 성장에 유무형 기여 인정 먼저 소송의 진행 경과를 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두었으나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의 존재를 공개하며 이혼 의사를 밝혔고, 2017년 이혼 조정을 청구했으나 불발됐다. 이에 최 회장은 2018년 2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노 관장은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17.5% 중 42.29%를 청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가 재산분할로 665억 원만을 인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1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으로 판단해, 노 관장이 그 형성과 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즉,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증여·상속받은 SK 계열사 지분이 현재 SK㈜ 주식의 기원인 것으로 보아 최 회장 특유재산으로 인정한 것이다. 노 관장 측은 결혼 기간이 오래된 점을 고려해 증여·상속받은 재산도 공동재산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일부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예금 등만 분할 대상이 됐을 뿐이다.
반면에 2심 재판부는 노 관장과 그의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성장과 주식 가치 상승에 유·무형적으로 기여했다고 판단해 최 회장의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노 관장은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1심 때 제출하지 않았던 각종 증거들을 제출했고, 특히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이 SK 측으로 흘러갔다는 약속어음이 신사업 진출에 활용된 것으로 보아 최 회장의 특유재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법원은 3심제이고, 최 회장은 1조3808억 원을 재산분할로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이 부당하다면서 대법원에 상고했다. 보통 대법원에 상고 사건의 80%가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지만, 이 사건은 2024년 7월 8일 접수된 이후로 4개월이 지나 본격적으로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원칙적으로 대법원은 법률심으로서, 2심이 인정한 사실에 기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 특유재산에 관한 법리 오해와 심리미진(판결 경정 부분) 등을 이유로 2심과 다른 결론이 나올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실질적 특유재산으로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무엇보다 최 회장 측은 최종현 전 회장이 상속·증여를 할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자금 혼화가 없었음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고, 노 관장이 SK㈜ 운영에 기여가 없거나 적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우리 주위의 일반적인 사건에도 시사점이 크다.
상속 설계나 증여 계획을 짤 때 후계자의 이혼을 고려해 미리 승계 자금의 원천을 명확히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단순히 증여세 신고 내역만으로는 부족하고, 자금의 출처나 사건의 경위를 미리 당사자·이해관계인들의 진술서 등으로 공증받아 보관하는 것도 좋다.
곽준영 법무법인 웨이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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