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논란에도 투자자들의 눈은 여전히 AI 종목에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AI산업의 성장이 생산성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이 흐름에 올라 타려면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ETF 심층해부] 2023년 챗GPT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AI는 과거 증기기관, 전기, PC, 인터넷처럼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를 야기하는 범용기술(ceneral purpose technology)로 평가되는데, 범용기술의 특성상 AI는 제조업을 비롯한 금융,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고 상용화를 위한 연구 및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AI 산업의 성장이 생산성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AI의 발전으로 대체될 수 있는 업종과 직업군이 거론되는 등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면, 지금은 AI가 노동 생산성을 높여 경제 성장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 기업들도 AI를 활용한 매출 증대와 비용 감소를 체험하고 있는데, 메타(Meta)의 AI 추천 알고리즘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체류 시간을 증가시키고 AI를 활용한 광고를 광고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AI는 범용기술, 아직은 초기 단계
과거 범용기술이 사회 전반에 온전히 적용되기 전까지 꽤 많은 기간이 소요됐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AI 산업은 초기 단계에 와 있다고 할 수있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보편적으로 범용기술의 확장이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 콘텐츠화의 과정을 거친다는 관점에서 AI 산업은 현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중심의 초기 단계를 지나는 중으로 보인다.
현재의 AI 시장은 AI 반도체 칩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를 비롯해 AI 관련 투자(CAPEX)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AI의 효율적인 성능 구현을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롭게 작동해야 하는 측면에서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은 물론, AI 수요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로 데이터센터, 전력기기 관련 기업의 호실적도 이어지고 있다. AI 산업의 범위가 확장되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주도주가 생겨날 수 있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관점에서 AI 테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 빠른 시일 내 AI를 활용한 수익이 가시화되기 힘들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를 AI로 강화할 수 있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업 혹은 AI 인프라와 연계된 기업들의 양호한 성과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후에는 기업을 대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AI가 대중화 과정을 거치면서 AI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확장될 수 있다. 온디바이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전자 제품 등 기기 자체에서의 AI 기능 구현이 보급화될 경우 빠른 서비스와 편의성 증대로 AI의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P500 시총 상위 포진한 M7 기업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가총액 순위의 변화는 시장을 주도하는 산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시가총액에는 기업의 이익과 추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어, 특정 기업이 시가총액 상위에 랭크되는 것은 해당 시기를 주도하는 산업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며, 비즈니스를 잘 이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술 혁신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관련 산업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
2021년 이후 엔비디아의 진입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 기업에 빅테크 중심의 M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테슬라· 메타·엔비디아) 기업들이 모두 랭크됐고, 2023년에 이어 올해도 시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이어 가는 중이다. M7 기업 중 시가총액이 1조 달러에 도달하는 데 걸린 기간은 비교적 최근에 상장한 기업인 테슬라와 메타가 상대적으로 빨랐고, 7개 기업 중 가장 빠른 속도로 3조 달러를 상회한 기업은 엔비디아로 2021년 처음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현재까지 시가총액이 크게 증가했다.
M7 기업들은 AI라는 새로운 기술에 있어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AI 칩·서버, 데이터센터, 전력(배터리), 자율주행, 온디바이스 등 AI와 연관된 세부 비즈니스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각 기업들이 영위하고 있는 각자의 비즈니스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투자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은 필수적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자본을 활용해 투자를 이어 갈 수 있고 이는 각 기업들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더욱 견고하게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GB200 서버를 갖춘 클라우드 시스템을 발표하는 등 빅테크 기업들은 고성능 AI 작업을 위한 컴퓨터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온디바이스, 보안 관련 컨설팅 등 AI 산업의 범위 확장은 아직 시작 단계이고 향후 일반 기업들의 AI 수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시장의 주도력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정 나타나면 비중 확대 기회로
과거 1995년부터 시작돼 2000년까지 지속된 닷컴 버블과 2016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기술 혁신이 주도했던 강세장을 돌이켜보면, 굴곡은 있었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상승이 약 5년에 걸쳐 이어졌다. 2023년부터 시작된 AI 산업이 이끄는 기술주 강세장을 과거에 대입해보면 이제 막 중반부를 지나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승리 후 증시 랠리가 지속되고 있어 주가 상승 피로도가 누적돼 있다는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 트럼프 당선자의 감세 및 규제 완화가 기업이익 전망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기고,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로 높은 유동성 환경이 지속되고, 양호한 소비와 고용 시장을 바탕으로 한 견조한 경기가 미국 증시 랠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속된 증시 랠리로 S&P500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2배 수준까지 상승했고, S&P500 시가총액의 32%가 정보기술(IT) 업종에 집중돼 있어 쏠림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당장은 AI를 활용한 수익성이 가시화되기 어렵고, 시장이 기대하는 성장률의 눈높이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증시 기술주를 포함한 증시 랠리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당선 이후 재정과 물가에 대한 우려가 시장금리의 하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시장금리 상방 압력을 높일 경우, 성장주 멀티플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선 요인들로 조정이 발생하게 되면 AI 테마 비중을 확대해 AI 산업 사이클에 편승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생성형 AI를 통한 거대언어모델(LLM), 로봇과 자율주행, 우주·항공 등 AI를 활용한 발전은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며, 트럼프 취임 후 바이든 정부의 AI 행정명령을 폐기할 수 있다는 정책적 기대감도 AI 테마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규제 강화에 따라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AI 산업 우위를 견고하게 하는 것으로 AI 기업들에 대한 규제 완화가 AI 테마의 이익 성장으로 이어지면서 멀티플 부담을 완화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AI 산업의 밸류체인은 크게 생성형 AI, 온디바이스 AI 구현을 위한 반도체 중심의 AI 하드웨어, LLM 기반 모델, AI 클라우드 플랫폼 및 머신러닝운영(MLOps) 도구를 개발하는 AI 소프트웨어 산업,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인프라 솔루션, AI 서비스 등 AI 서비스·인프라 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맥킨지는 생성형 AI의 밸류체인을 △컴퓨터 하드웨어 △클라우드 플랫폼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s) △모델 허브 및 MLOps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로 구분하고 있는데, 현재는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구현 단계로 향후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측면에서 본격적인 수익이 발생할 경우 AI 산업의 범위가 확장되고 더 많은 기업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 AI 서비스의 구현을 위해서는 전력망, 무선 통신망 등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인프라 환경이 필수적으로 전력을 포함 에너지 관련 기업들도 큰 범위 안에서 AI 밸류체인에 해당한다.
AI 산업의 중심,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는 중
최근 S&P500의 소프트웨어 산업 그룹의 3분의 1이 52주 신고점을 형성하는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성과가 눈에 띈다. 트럼프 당선으로 중국과 무역 분쟁에 대한 경계감이 확대되면서 하드웨어 대비 관세 관련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반도체, 하드웨어 등과 비교해 중국향 매출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고, 매출 원가의 대부분이 인건비, 데이터센터·클라우드 비용 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선거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보류해 왔던 기업들이 대선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는 점 또한 긍정적 요인이다.
대표적인 AI 소프트웨어 기업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LTR)의 주가는 2023년 초 이후 약 2년 만에 6배 이상 상승했다. 이는 AI 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팔란티어의 매출은 정부·국방 소프트웨어 플랫폼 고담(Gotham)의 비중이 50%를 상회하지만, 최근 기업 소프트웨어 플랫폼 파운드리(Foundary)의 비중이 높아지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담은 주로 정부, 법 집행 기관, 정보기관, 방위 부서를 위해 설계된 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방대한 데이터셋에서 패턴을 발견해 관계성을 파악하고 국가 안보와 테러 방지, 정보 작전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처럼 정부 관련 업무를 통해 쌓아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민간 부문의 디지털화를 돕는 역할을 하면서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인 세일즈포스는 새로운 AI 에이전트 제품인 에이전트포스를 판매하기 위해 1000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제품이 고객들로부터 놀라운 피드백을 받고 있고 이 모멘텀을 활용하기 위해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AI 산업의 밸류체인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모두 살펴볼 수도 있겠지만, 이 방법이 어려운 투자자들을 위해서는 AI 밸류체인에 고르게 투자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상장 기업의 경우, 반도체와 전력기기를 제외하고는 AI 산업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기업들이 아직까지 많지 않은 상황으로 AI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ETF의 투자 비중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 집중돼 있다.
ETF로 AI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법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부터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에너지(전력) 기업 등 AI 밸류체인에 고르게 투자하고 있는 국내 상장 ETF로는 TIMEFOLIO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TIGER글로벌AI액티브, RISE미국AI밸류체인TOP3 Plus, HANARO글로벌생성형AI액티브, PLUS글로벌AI, PLUS글로벌AI인프라 등이 있다.
TIMEFOLIO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는 미국과 국내 기업을 포함한 AI 관련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Solactive Global Artificial Intelligence 지수를 추종한다. 반도체와 인터넷, 소프트웨어, 전력 등 AI 밸류체인 기업에 고르게 투자하며,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포함한 보유 종목은 32개로 이 중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이 50%를 상회한다. 미국 기업의 투자 비중이 65%로 가장 높고, 중국(6.6%), 한국(5.7%) 순으로, 국내 기업의 경우 전력기기 기업에 투자하는 특징을 가진다. TIGER글로벌AI액티브는 국내 기업을 제외한 글로벌 AI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Indxx Artificial Intelligence and Big Data 지수를 추종한다. 미국 기업의 투자 비중이 82%로 미국 투자에 집중돼 있고, 대만(8.4%)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일본(4.2%)의 전력기기 기업에도 투자한다. 반도체(28%) 기계(15.3%) 등 제조업 관련 기업의 투자 비중이 높은 편으로, 버티브홀딩스(전력·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제공)와 GE 버노바(에너지), 비스트라(전력·유틸리티 서비스 제공)와 같은 전력 관련 기업의 투자 비중이 높은 특징을 가진다.
RISE미국AI밸류체인TOP3 Plus는 미국과 대만의 AI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KEDI 미국 AI 밸류체인 TOP3 Plus 지수를 추종한다. 미국 투자 비중이 94%로 미국 기업 투자에 집중돼 있으며, 연 운용보수가 0.01%로 상대적으로 낮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앞선 두 ETF와는 달리 반도체(43%)와 소프트웨어(38%) 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고, 데이터센터 리츠인 디지털리얼티에 투자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투자 종목 수는 15개,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이 78%로 미국 상장 AI 관련 우량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김다현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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