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의 현인’으로 불리는 가치투자자 세스 클라먼은 3분기 알파벳 주식을 다시 매수하고, 전분기 대량 매수했던 헬스케어 주식을 모두 비워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은 차익실현을 실현한 반면, 일부 소비재 종목은 저가매수에 나섰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미국 할인 유통업체 달러제너럴 매장. 사진=연합AP
미국 할인 유통업체 달러제너럴 매장. 사진=연합AP
‘보스톤의 현인’ 가치투자자로 불리는 세스 클라먼이 이끄는 바우포스트 그룹은 지난 3분기(7~9월) 포트폴리오에서 2분기 가장 많이 매도했던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식을 다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런 버핏과 마찬가지로 클라만은 최근 몇 년 동안 인공지능(AI) 기술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에 편승해 왔다.

연초 AI 음성 회사, 데이터센터, 웹 추천 플랫폼 등 AI 관련 주식들을 대거 사들였지만 3분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부 차익실현을 위해 덜어낸 모습이다. 연초 신규 매수했던 AI 기반 맞춤형 광고 추천 서비스 기업인 아웃브레인 주식은 3분기 상위 매도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분기 신규 매수한 건강보험사 휴매나 지분은 한 분기 만에 매도에 나서 눈길을 끈다.

가치투자를 추구하는 클라먼은 1982년 헤지펀드를 설립할 때부터 바우포스트 그룹을 이끌고 있고, 현재도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보스톤의 현인’으로 불리는 세스 클라먼 바우포스트그룹 CEO. 사진=한국경제
‘보스톤의 현인’으로 불리는 세스 클라먼 바우포스트그룹 CEO. 사진=한국경제
알파벳·달러제너럴 다시 매수

바우포스트가 11월 1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3분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이 지분을 늘린 주식은 미국 할인유통 업체 달러제너럴이다. 3분기 230만3800주를 새롭게 편입하면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5.54%로 보유 종목 7위에 올랐다. 바우포스트는 지난해 달러제너럴을 새롭게 편입했다가 실적 부진과 주가 부진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모두 비워냈다. 3분기 달러제너럴의 평균 매수가는 114달러 정도다. 현재 주가는 76.78달러로 올 들어 지난 11월 13일까지 45.33%의 하락률을 보이자 가치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새롭게 편입한 주식은 달러제너럴과 리버티브로드밴드(7560주),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2만8294주), 탐보란리소시스(57만833주) 등 6개다.

올해 3분기(7~9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상승률은 5.53%였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나타냈다. 이 기간 바우포스트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지분 146만5588주를 매수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1.57% 늘렸다. 알파벳 주가는 올 들어 지난 11월 13일까지 29.33% 올라 180.49달러다. 평균 매수가는 116달러 수준으로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 가장 많이 비워냈지만 3분기 다시 사들이면서 바우포스트의 보유 종목 4위(6.97%)를 차지하고 있다.

3분기에 영국 보험사인 윌리스타워스왓슨 지분도 포트폴리오 내 3%가량 늘렸다. 올 들어 32.06% 상승해 바우포스트의 효자 종목으로 꼽힌다. 전기장비 유통 업체 WESCO인터내셔널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매 분기마다 바우포스트가 꾸준히 사들이는 종목으로 꼽힌다. 올 들어 1분기에 새롭게 편입하기 시작해 3분기까지 매번 매수 상위 종목 5위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6.01%로 상위 6위에 들어간다. 올 들어 이날까지 주가는 19.31% 올랐다.

한 분기 만에 모두 비워낸 헬스케어주

바우포스트가 3분기에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핀테크 기업 피델리티내셔널인포메이션서비스(포트폴리오 비중 변화 -4.96%), 건강보험사 휴매나(-4.32%), 생명공학 업체 재즈파마슈티컬즈(-3.74%), AI 기반 서비스 플랫폼 아웃브레인(-2.84%), 윌스콧모바일미니홀딩스(-2.56%)다. 핀테크 대기업인 피델리티내셔널 주가는 11월 13일 현재 88.88달러로 올 들어 45.78%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바우포스트의 평균 매수가는 67달러였다.

휴매나는 전분기인 2분기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이었다. 켄터키 보험사로 주가가 지난해 말부터 큰 폭으로 하락해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가치투자에 나섰지만 한 분기 만에 포트폴리오에서 모두 비워냈다. 올 들어 이날까지 휴매나 주가는 38.43% 빠졌다. 또한 생명공학 업체인 재즈파마슈티컬즈도 127만4248주를 모두 정리했다.

연초 신규 매수했던 AI 관련주 아웃브레인도 3분기에 모두 비워냈다. 1분기 바우포스트가 집중 매수한 아웃브레인은 AI 기반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지난 1분기 2.84%의 비중을 차지했다. 올 들어 AI 열풍을 타고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28.64%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포트폴리오·조직 대대적 손질

바우포스트는 포트폴리오 상위 10대 종목 비중이 86% 이상 차지할 정도로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바우포스트 주식 포트폴리오의 시장 가치는 9월 말 기준 35억2000만 달러로 지난 2분기(6월 말 기준) 대비 15.6%가량 줄었다. 바우포스트의 3분기 포트폴리오에선 글로벌 통신사 리버티글로벌(LBTYK) 주식이 포트폴리오 내 26% 비중으로 가장 많다. 이어 보험사 윌리스타워스왓슨(14.92%), 학술정보 데이터 분석 업체 클래리베이트(7.86%)에 이어 구글 모기업 알파벳(6.97%), 건축자재 회사 CRH(6.95%) 등의 순으로 담고 있다.

앞서 바우포스트는 지난 6월 말 헤지펀드 투자팀의 약 19%를 해고하고, 부동산 및 주식 부서도 개편했다. 이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었다. 당시 바우포스트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 부동산은 약 14%다.

클라먼은 <안전마진>이란 책으로 유명하다. 안전마진이란 기업 펀더멘털과 주가 간 차이가 벌어진 경우 투자자 기회 비용을 고려해 세운 최소 기대수익을 말한다. 투자 종목의 수익률이 대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익률보다 높아야 한다는 논리로, 안전마진은 가치투자와 연관된 투자 전략으로 해석한다.
AI 수혜주 차익실현 한 ‘보스톤의 현인’
안상미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