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금 청구권 신탁이 가능해짐에 따라 은행권은 물론이고, 관련 라이선스를 지닌 생명보험사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약 883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이 신탁 상품의 진짜 매력은 무엇일까.

[상속 이슈]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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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은 유족의 경제적 안정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 일시에 지급되기 때문에 미성년자, 장애인, 치매 상태의 수익자는 재산 보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리고 원치 않는 가족에게 상속되는 등 상속 분쟁의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보험금 지급 이후에는 재산 관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2024년 11월 1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며 보험금 청구권을 신탁할 수 있게 됐다. 보험금 지급 이후에도 수익자의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고령화, 이혼 가정 증가, 상속 분쟁 증가 등 사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보험·신탁 상품의 활용이 중요해지고 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시작으로 신탁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탁 회사가 수탁해 운용·관리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란 사망보험금을 수익자가 아닌 신탁 회사가 수탁 후 운용·관리해 계약자가 지정한 스케줄대로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신탁 상품이다. 계약자는 생전에 사망보험금의 운용 방법, 지급 스케줄, 수익자를 지정하며 수익자의 재산 관리 어려움 및 상속 분쟁을 대비할 수 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재단사가 신체 치수에 딱 맞는 옷을 만드는 것처럼 니즈 맞춤형으로 유연하게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고객의 사망보험금과 신탁 회사의 자산은 분리돼 관리하기 때문에 신탁 회사가 파산하더라도 고객의 신탁재산이 소실될 위험이 없다.

보험계약자·피보험자가 아버지, 수익자가 아들인 보험을 신탁할 경우 수익자는 아들에서 신탁 회사로 변경된다. 이후 보험계약자 사망 시 사망보험금은 신탁 회사로 입금된다. 신탁 회사는 생전에 계약자가 지시한 대로 사망보험금을 운용·관리 후 수익자에게 지급한다. 계약자는 생전에 자유롭게 계약 내용을 변경 및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 변경 및 해지 권한은 계약자에게 전속돼 사망 후에는 어떤 수익자도 변경 및 해지가 불가하다.

신탁수익자는 연속 또는 복수로 지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연속 수익자로 지정할 경우 제1수익자는 배우자, 제2수익자는 자녀로 해 배우자에게 지급 후 배우자 사망 시 남은 원본을 자녀에게 지급할 수 있다. 복수 수익자로 지정할 경우 배우자 60%, 자녀 40%로 비율을 조정하며 원하는 비율대로 지급할 수 있다.

보험금 지급 방식은 정기 지급 또는 일시 지급으로 설계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월, 분기, 반기, 연 등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거나 졸업, 결혼 등 특별한 날 축하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있다. 그리고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월 300만 원씩 지급 후 성년 시점 남은 원본 지급 등 정기 지급과 일시 지급을 함께 설계할 수도 있다.

보험금 3000만 원 이상 등 조건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가능한 보험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망보험금은 3000만 원 이상이어야 하며 일반 사망 보장에 한정된다. 재해·질병 사망 등 특약사항이 포함된 보험은 신탁이 불가하다. 둘째, 보험계약대출이 불가하다. 신탁 계약 시 보험에 대출이 없어야 하며 신탁 계약 체결 후 보험계약대출을 받는다면 신탁 계약은 해지된다. 셋째,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신탁계약자는 동일인이어야 하며 수익자는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로 제한된다. 보험의 신탁 가능 여부는 사전에 보험사별 신탁 담당부서의 확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개념, 구조, 설계 방법, 보험 요건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는 각각의 사례를 통해 실제로 어떻게 설계가 가능할지 살펴보자.

사례1
손녀의 평생 교육비를 지원하는 할아버지
‘사망보험금도 맞춤 시대’…883조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열렸다
A씨에겐 어렵게 얻은 손녀가 있다. 예쁜 손녀가 배움에 부족함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본인이 직접 교육비를 지원하고 싶지만 나이가 많아 언제까지 지원할 수 있을지 혹은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한다고 해도 손녀의 교육비로 사용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는 않을지 고민이 많다. 방법이 없을까.

A씨의 고민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손녀 교육비로 1억8000만 원이 필요하다면 기가입한 보험을 활용하거나 신규로 보험 가입 후 신탁 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그리고 신탁계약서에 초중고교 졸업 축하금으로 각 1000만 원, 대학교 입학 축하금으로 20세 생일에 5000만 원, 대학교 졸업 축하금으로 25세 생일에 1억 원을 지급하도록 작성하면 손녀의 평생 교육비를 지원할 수 있다.

사례2
아들의 첫 출발을 지원하는 어머니
‘사망보험금도 맞춤 시대’…883조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열렸다
B씨에겐 이제 막 대학교를 입학한 아들이 있다. 아들이 학업을 잘 마치고 사회 구성원으로 첫 출발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고 지금 당장 지원할 형편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B씨의 고민도 보험금청구권 신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기가입한 보험 3억 원을 활용해 아들 26세 생일에 대학교 졸업 축하금 명목으로 5000만 원, 신탁 회사에 재직증명서 제출 시 취업 축하금 1억 원, 30세 생일에 남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설정해 아들의 투자 자금이나 결혼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사례3
아들들의 돈독한 형제애를 위해 지원하는 어머니
‘사망보험금도 맞춤 시대’…883조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열렸다
C씨에겐 듬직한 아들 2명이 있다. 본인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지금처럼 아들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동산, 현금 등 상속 계획은 수립한 상황이라 사망보험금은 보다 의미 있게 사용됐으면 한다. 어떻게 하면 아들들의 형제애를 위해 사망보험금을 활용할 수 있을까.

역시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통해 고민 해결이 가능하다. 기가입 또는 새로 가입한 보험을 신탁해 아들들 각각 매년 여행비 1000만 원, 매달 식사비 5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지정한다. C씨의 의도와 다르게 사망보험금이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길 원한다면 여행비, 식사비 증빙 등과 같은 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
‘사망보험금도 맞춤 시대’…883조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열렸다
앞서 본 사례들과 같이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일정 시점에 도달하거나 조건 달성 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그리고 수익자를 1명 또는 복수로 지정하며 원하는 대로 지급 설계가 가능하다. 이처럼 계약자는 사망보험금에 중요시하는 가치와 가족 사랑의 마음을 담아 원하는 수익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가입을 위해 신탁 회사를 선택하는 경우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첫째, 보험과 신탁 모두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둘째 큰 자산 규모를 바탕으로 안정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 고객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컨설팅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보험금청구권 가입 시 전문성, 안정성, 컨설팅 능력을 모두 갖춘 신탁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박재영 삼성생명 WM팀 신탁부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