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비트코인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규제를 풀어 미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으로 만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 들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취임 이후에는 비트코인을 국가 비축 자산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2025년 20만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파격 행보는 월스트리트의 달라진 분위기를 영민하게 반영한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과거 비트코인에 냉소적이던 월스트리트는 이번에는 비트코인 슈퍼 랠리의 최대 수혜자가 됐습니다. 비트코인을 ‘돈세탁 지수’라고 비꼬았던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기존 금융 시스템 대체를 꿈꾸며 삐딱한 기술 너드들이 골방에서 만들어낸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포장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트코인 ETF는 2024년 가장 성공한 ETF로 꼽힙니다. 투자금이 몰리면서 출시 11개월 만에 전체 금 ETF의 운용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트코인 랠리가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탈중앙화 금융(DeFi), 웹3.0, 대체불가토큰(NFT), 블록체인 같은 암호화폐 확산 및 활용에 대한 기대감과 논의가 실종됐다는 것입니다. 이번 랠리는 순수한 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매우 단순하다는 것이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입니다. 비트코인 ETF 덕분에 세 자릿수 수익을 올리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은 비트코인 창시자가 추구한 유토피아적 미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주류에 편입될수록 고유의 매력과 가치는 희미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지금 비트코인에 투자해도 될까요?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급락으로 돌아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 신봉자들은 절대 보유를 고집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은 상황이 돌변하면 언제든 내던질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 만난 2명의 전문가는 비트코인의 장기 우상향은 확신하지만 지금은 기다릴 타이밍이라고 한목소리를 냅니다. 이미 많이 올라 조정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비트코인 ETF 붐을 일으킨 블랙록은 포트폴리오의 최대 2%만 비트코인에 할당하라고 조언합니다. 장승규 한경MONEY 편집장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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