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2025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상속세 과세 체계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국제적 흐름에 맞춰 과세 체계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번에는 대대적인 상속세 과세 체계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까.

[상속 이슈]
세종시에 있는 국세청 청사. 사진=한국경제
세종시에 있는 국세청 청사. 사진=한국경제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을, 증여세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산세란 피상속인 전체 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고, 유산취득세란 상속인이 상속으로 인해 취득한 상속재산만을 기준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해서 과세하는 체계다.

정부는 2024년에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했는데 관련 법령 전반을 대대적으로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시금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현행 상속세 과세 체계인 유산세 방식이 갖는 문제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 유산세 방식, 징벌적 성격 짙어

첫째, 과중한 상속세를 부과한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이 남긴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해서 과세하는 체계다.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분부터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는 현행 누진세율은 1999년에 마련됐는데, 당시 최저임금은 1525원, 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가 2억 원 정도였다.

2025년 현재 최저임금은 그때의 약 650%에 해당하는 1만30원이고, 은마아파트는 그때의 약 1200%에 해당하는 25억 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율은 피상속인의 모든 상속재산을 합산해 누진세율을 결정하는 유산세 방식과 결부돼 중산층에게 특히 과중한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1999년 당시 의도했던 초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높은 누진세율이 이제는 집 한 채를 가진 중산층에게도 광범위하게 적용돼 징벌적인 상속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둘째, 담세력에 따른 응능부담의 원칙에 반한다. 이러한 유산세 방식은 상속인이 실제 취득한 재산이 10억 원이라도, 전체 상속재산이 50억 원이라면 이를 기준으로 누진세율이 적용된 세금이 부과되므로 납세자의 담세력에 따라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응능부담 원칙에도 반한다.

셋째, 과세 체계의 정합성에 반한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상속재산을 정부가 관리하며 채권, 채무를 정리한 후 나머지를 상속인에게 이전하는 관리청산주의를 따르는 영미에서 비롯됐다.

영미에서의 상속은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남겨진 재산을 정리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세금도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퇴직금이나 보험금 등의 간주상속재산이 인정되고 일정 기간 내에 피상속인이 인출한 돈을 상속재산으로 추정해 과세하며, 상속재산가액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공제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피상속인의 사망과 동시에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에게 직접 이전되는 포괄승계주의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각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사망과 동시에 직접 재산을 취득하므로, 이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법 체계적으로 부합한다. 한편, 증여세의 경우 증여를 받은 사람이 그 취득가액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따르고 있는데, 증여세와의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유산취득세 방식이 과세 체계 정합성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배우자 상속세 없는 미국·영국

이처럼 현행 유산세 방식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과세표준과 세율로 인해 국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실제 취득한 재산이 아닌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누진세율이 적용돼 응능부담의 원칙에 반하며, 포괄승계주의 및 증여세와의 관계에서 과세 체계 정합성에도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세를 폐지한 10개 회원국을 제외한 나머지 28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따르고 있고, 우리나라처럼 유산세 방식을 따르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다. 미국과 영국은 영미식 상속 체계인 관리청산주의를 취하는 대표적인 국가로서 유산세 방식이 과세 체계 정합성에 부합한다.
유산취득세 도입되면 상속세 부담 얼마나 줄까
또한 양국 모두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은 상속재산 합계 약 160억 원(배우자 상속을 고려하면 320억 원)까지는 상속세가 없고, 영국은 일반 증여세가 없다. 덴마크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15%에 불과하고 마찬가지로 배우자에게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에서 해당 국가들은 유산세 방식을 취하더라도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최근 OECD는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상속·증여세 연구보고서를 통해 상속세 과세 방식으로 유산취득세 방식을 추천했다. 유산세 방식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유산취득세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응능부담의 원칙을 실현하고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키며 증여세와의 과세 체계 정합성도 유지할 수 있게 되므로 이러한 제언을 경청할 만하다. 다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변화는 상속세 과세 체계의 근간을 움직이는 일이므로 여러 가지 제도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과세 체계가 유산취득세로 변경된다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이 80억 원이고 상속인으로 배우자와 2명의 자녀가 있는 경우, 유산세 방식에서는 상속재산 중 약 40억 원이 30억 원 초과분에 해당해 최고 누진세율이 적용돼 합계 30억 4000만 원의 상속세가 발생한다(계산의 편의를 위해 배우자 기본공제와 인적공제 일괄공제 합계 10억 원을 적용했다).

상속인 많을수록 상속세 부담 감소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유산취득세 도입 관련 전문가 토론회. 사진=한국경제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유산취득세 도입 관련 전문가 토론회. 사진=한국경제
그런데 동일한 사례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과세할 경우, 상속재산 중 최고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이 없어 상속세는 합계 23억2000만 원으로 약 7억2000만 원 상당의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 상속인의 수가 많아지면 각자 취득하는 상속재산가액이 더 낮아지므로 감세 효과는 더욱 커진다. 결국 자녀가 많을수록 상속세 부담이 적어지게 되고, 이는 간접적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유산취득세 도입되면 상속세 부담 얼마나 줄까
둘째, 상속세와 관련해서 피상속인 기준으로 판단하던 여러 제도의 변화가 예상된다. 예컨대, 종래에는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거주자성 여부를 판단해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 및 국외에 소재하는 일체의 상속재산을,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에 소재하는 상속재산만을 과세 대상으로 삼았는데,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되면 과세 대상의 재산 범위를 각 상속인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셋째, 유산세 방식을 전제로 조세 행정의 효율과 편의를 위해 존재하던 제도의 수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5조에 의하면 상속 개시 전 일정 기간 동안 재산 종류별로 일정 금액을 초과해 피상속인의 재산에서 인출하거나 채무를 부담한 금액 등의 용도가 불분명할 경우 이를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하고 있는데, 이같이 납세자에게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규정은 존재의 근거를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상속세 과세표준 확정 방식과 절차에 변화가 예상된다. 종전에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전체 상속재산을 신고하면, 과세관청이 이를 검토해 과세표준과 세액을 확정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그런데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된다면, 피상속인의 전체 상속재산이 아니라 각 상속인이 취득하는 상속재산이 과세표준이 되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나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급증하는 상속재산과 관련한 분쟁을 고려하면, 각 상속인들이 취득하는 상속재산이 확정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속세 신고기한에 각 상속인 몫의 상속재산을 임의로 가정하는 등의 방법이 불가피할 것이다.

상속세 과세 체계를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은 많은 검토와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작업이다. 과세 대상이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에서 상속인이 ‘취득하는 재산’으로 변경되므로, 상속재산의 범위, 상속세 신고 절차, 각종 공제의 범위와 시기 등 다양한 면에서 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이 같은 변경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상속·증여세의 감세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변화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없지 않다.

세수 줄지만 중산층이 혜택
유산취득세 도입되면 상속세 부담 얼마나 줄까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된 결과 직접적인 감세 효과를 얻는 것은 대기업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들이 아니라 오히려 집 한 채를 보유한 중산층이 될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5.1%가 우리나라의 상속세 및 증여세 부담이 높다고 답했고,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89.2%에 달했다. 이처럼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초고액자산가들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고,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정책이므로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