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관세 공세로 투자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황성진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가 관세를 무기로 더욱 정교해진 협상 전략을 꺼내 들었다. 이런 기조는 임기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황성진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
황성진 센터장. 사진 이승재 기자
황성진 센터장. 사진 이승재 기자
‘관세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세계 증시가 출렁인다. 국내 시장에서는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종이 관세 부과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주가가 상승했던 것도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황성진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공세는 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미·중 갈등의 경우도 1기 때와 달리 단순한 무역전쟁을 넘어 기술 패권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황 센터장은 “관세 이슈를 피해갈 수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도 이에 따른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관세 공세 때마다 한국 증시가 더 크게 타격받는 이유는 뭔가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한국은 대미국 수출 의존도가 6.3%로 중국(2.4%), 일본(3.5%)보다 높아 직접적인 영향을 더 받습니다. 또한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와 함께 장기간 지속된 내수 경기 부진이 증시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환율 변동성과 국내 정치·사회적 혼란도 추가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계속될까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국제 자유무역 기조가 1990년대부터 2008년 금융위기 때까지 약 30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미·중(G2) 대립이 격화되면서 자국 우선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트럼프 정부뿐만 아니라 바이든 정부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과 같은 보호무역 조치가 유지됐습니다. 앞으로도 정권에 따라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입니다.”

-미·중 간 관세전쟁이 격화될까요.

“과거 트럼프 정부 1기(2017~2021년) 당시 무역전쟁은 관세 중심의 대립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반도체 장비, 첨단 산업 전반으로 확장됐죠. 1기 당시 미국은 중국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중국도 보복 관세로 대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현재는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제한, 대중국 투자 규제, 일본·네덜란드와의 반도체 협력 같은 기술 동맹 등 보다 정교한 전략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중국도 이에 맞서 자체 반도체 기술 개발과 국산 AI 모델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갈등은 ‘무역전쟁’에서 ‘기술 패권 경쟁’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최근 중국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마다 즉각적인 반응을 하기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로 보입니다.”

-트럼프 2기의 보호무역주의가 미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까요.

“현재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보편 관세, 상호 관세, 품목별 관세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교역량 감소, 수입 물가 상승, 기업 실적 악화,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미국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적인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 캐나다·멕시코와의 협상 사례처럼 정책적 조정 가능성도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부작용이 크지 않으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약세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환율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현재 1450원 내외의 원·달러 환율은 달러 초강세와 한미 성장률 차이나 금리 차이 같은 원화의 내재적 약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국내 정치 불안 요인까지 반영돼 일시적인 오버슈팅 현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는 국내 경기 부진과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미국과의 금리 차가 확대되면서 1400원대 등락을 지속할 전망입니다. 하반기에는 경기 대책 구체화,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등의 요인으로 1300원대 후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과거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편적 관세(10% 전면 관세)가 부과되면 글로벌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보편적 관세 부과는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전 세계 교역 위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전기전자, 석유화학처럼 특정 국가에서 생산이 집중된 산업은 공급망 차질로 인해 생산 차질과 물가 상승이 동반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러한 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 이승재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미 Fed의 금리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을까요.

“관세로 인해 실질적인 물가 상승이 현실화되면 Fed의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 멕시코와의 협상 사례처럼 관세가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되거나 주요 품목과 산업별로 세분화될 경우, Fed의 대응이 제한적일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Fed는 정부의 특정 정책보다는 인플레이션 동향에 따라 금리 정책을 조정합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적극적인 대응이 예상됩니다. 미국은 올해 두세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며, 한국도 이에 맞춰 금리 인하를 고려할 것입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한국, 일본, 유럽의 대응 전략은 무엇입니까.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보복 관세를 포함한 맞대응 전략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가별 상황이 달라 일괄적인 대응이 어렵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것이 국내총생산(GDP)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역 마찰이 본격화되기 전에 사전에 이해 조정을 위한 협상이 필요하고 무역 갈등의 수위를 낮추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일각에서는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대응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국가별 협상 조건이 다를 경우 공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인도, 동남아시아, 멕시코 등 신흥국에 미칠 영향은요.

“미·중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중국을 대체할 생산 거점으로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일방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국가들을 견제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이들 국가에 대한 혜택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불확실합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계속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는 전반적인 성장 둔화를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주식 투자에서 유망한 업종이 있다면요.

“현 상황에서 유망한 섹터는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먼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산업이어야 하며 자체 성장 엔진이 있는 곳이 유리합니다. 또한 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산업이라면 더욱 매력적이죠. 이를 고려할 때 방산, 조선, 금융, 인터넷·엔터테인먼트, 통신 등이 유망한 섹터로 꼽힙니다. 특히 AI 산업의 발전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인터넷 기업들이 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AI 기반의 서비스와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수년간 부진했던 네이버와 카카오도 AI 시대 수혜주가 될 수 있을까요.

“AI 산업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글로벌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메인스트림이라는 점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이들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AI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봅니다. AI가 발전하면서 초기에는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됐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딥시크 같은 기술이 출원 비용을 낮추면서, 범용 AI의 상용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입니다.”

-투자자들에게 추천하는 포트폴리오는 무엇입니까.

“투자 전략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알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추천 포트폴리오 구성은 주식 70%, 채권 30%이며, 주식 비중에서는 미국 주식과 한국 주식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장주와 배당주의 비율을 5:5 또는 6:4로 유지하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무엇보다 단기적인 이슈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관세 리스크 빗겨난 방산·금융 유망…네이버 카카오, 다시 주목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