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이 원금보장형 상품에 묶여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2%대 불과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디폴트옵션 활성화가 필수라고 말한다. 한국퇴직연금데이터가 국내 최초로 디폴트옵션 상품을 전수조사했다.

[스페셜] 디폴트옵션 리포트
여의도 금융가의 직장인들. 사진=한국경제
여의도 금융가의 직장인들. 사진=한국경제
퇴직연금 제도의 가입자는 7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많은 가입자들이 자산 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아주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폴트옵션 제도의 도입이 논의됐다. 2021년 12월 9일 국회에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며 이를 통해 디폴트옵션 제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2022년 7월 12일부터 디폴트옵션 제도가 공식적으로 시행됐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에도 자동으로 자산이 운용되도록 한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 초저위험 41개, 저위험 92개, 중위험 93개, 고위험 89개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46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운용하고 있다. 참고로 4월부터 디폴트옵션 상품 명칭에서 위험도 표기가 안정형(초저위험), 안정투자형(저위험), 중립투자형(중위험), 적극투자형(고위험)으로 변경됐다.
‘연수익률 35.88%’…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뭐길래
노벨상 수상자가 입증한 디폴트옵션 효과

디폴트옵션의 개념은 행동경제학 연구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고 가정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투자 결정을 미루거나 방치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으로 적절한 투자 옵션을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논의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를 처음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리처드 탈러와 슐로모 베너지다.

현재 대부분의 연금 선진국에서는 디폴트옵션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 퇴직연금의 확정기여(DC)형과 비슷하다 볼 수 있는 미국의 401(k) 플랜은 2006년 연금보호법의 도입 이후, 디폴트옵션과 관련된 법체계가 마련됐다. 영국의 경우 자동가입(auto-enrollment)이 시행된 2012년, 호주의 경우 2014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디폴트옵션의 이야기가 나오면 꼭 언급되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프리미엄 연금에 2000년부터 디폴트옵션이 시행됐다. 스웨덴의 디폴트옵션 시행 경험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투자

스웨덴의 프리미엄 연금(Premium Pension· PPM)은 국가 연금 체계의 일부로, 개인이 직접투자를 선택할 수 있는 개별 계정형 연금 시스템이다. 쉽게 이야기를 하면, 국민연금처럼 연금 보험료를 매달 내는데 연금의 운용을 자신이 결정하면서 DC형으로 운용을 하는 것이다.
‘연수익률 35.88%’…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뭐길래
스웨덴의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소득의 18.5%를 매달 국민연금으로 내게 되는데, 이 중 16%는 디테일은 상당히 다르기는 하지만, 쉽게 설명해 우리가 생각하는 국민연금 식의 연금으로 축적된다. 그리고 2.5%는 앞서 설명한 프리미엄 연금으로 들어가게 된다. 국민연금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연금 가입자는 자신이 투자하고 싶은 펀드를 골라 투자하게 되고, 선택지로는 700개의 민간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가 운용하는 펀드가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사진=한국경제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사진=한국경제
이때 만약 가입자가 구체적인 투자 선택을 하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으로 저절로 투자가 된다. 이러한 디폴트옵션은 국영 퇴직연금 펀드인 AP7 소파(AP7 Såfa)에 투자가 된다.

프리미엄 연금은 2000년에 시작됐다. 스웨덴 정부는 초기부터 디폴트옵션 대신 자기 연금은 자기가 알아서 투자하는 것을 장려하고 대규모 광고 캠페인도 펼쳤다. 개별 펀드들도 연금 가입자들이 자신들의 펀드를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 결과 퇴직연금 가입자의 3분의 2(66.6%)가 직접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여기서 디폴트옵션 지정이 강력한 넛지로 작용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정보 캠페인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번 선택하면 웬만해선 안 바꾼다

그 후 스웨덴 정부는 캠페인 광고를 크게 줄였으며, 개별 펀드들도 마찬가지로 마케팅을 축소했다. 그러자 광고를 줄이고 나서 3년 후, 9.4%의 연금 가입자만이 직접 펀드를 선택했고 나머지 90% 이상이 디폴트옵션을 선택했다. 최근에는 99%에 가까운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을 사용한다. 디폴트옵션은 이처럼 강력하다.
그럼 한번 디폴트옵션을 선택한 연금 가입자가 다시 이를 포기하고 펀드를 직접 고르는 선택을 할 수있을까. 이와 관련해 스웨덴 사례가 흥미롭다. 스웨덴 정부는 2010년 AP7이 운용하는 디폴트옵션 펀드에 최대 50%까지 레버리지를 허용하는 급진적 변화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후에도 디포트옵션을 탈퇴한 가입자는 100만 명 중 300명에 불과했다. 한번 디폴트옵션을 선택하고 나면 웬만해서는 바꾸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스웨덴의 경험에서 우리는 세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우리도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광고 캠페인과 교육을 동원하면 퇴직연금 가입자의 행동을 바꿀 수있다. 둘째, 연금 가입자들이 디폴트옵션에 한번 들어가면 선택을 바꿀 확률이 매우 작다. 펀드를 제공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디폴트옵션에 선택돼야 한다. 한 번 한 번 선택을 받으면 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셋째, 이 때문에 연금 가입자들이 장기 투자를 통해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디폴트옵션에 좋은 상품을 선정해야만 한다. 디폴트옵션의 구성 상품 선정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TDF·밸런스 펀드 활용이 일반적

스웨덴 프리미엄 연금의 디폴트옵션인 AP7 소파는 타깃데이트펀드(TDF)다. TDF는 목표 은퇴 연도(target date)를 기준으로 자산 배분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라이프사이클 펀드로, 초기에는 주식 비중이 높아 성장성을 추구하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정적인 자산 비중을 늘려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AP7은 2014년부터 2023년 10년간 연평균 수익률 13.3%를 기록해 세계 공적 연금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수익률 35.88%’…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뭐길래
미국의 경우, 적격디폴트투자상품(QDIA)이라는 개념을 법으로 제시하면서 TDF, 다양한 자산에 균형적으로 투자하는 밸런스 펀드(balanced fund), 전문가가 개별적으로 운용해주는 방식인 매니지드 어카운트(managed account) 등을 디폴트옵션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정했다. 영국은 자동가입 퇴직연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기본 투자 옵션을 필수적으로 설정해야 했고, 이에 따라 영국의 대표적인 연금 제도인 NEST(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는 TDF를 디폴트옵션으로 사용하고 있다. 호주 역시 TDF와 밸런스 펀드를 디폴트옵션으로 제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디폴트옵션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상품은 TDF와 밸런스 펀드라 볼 수 있는데, 이 중 TDF의 성장에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경우, 전체 401k 플랜에서 TDF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에는 23%에 불과했던 것이 2023년에는 40%를 넘어섰다. 새로 유입이 되는 퇴직연금 자산 중 75%가 TDF에 배분될 정도로 TDF는 퇴직연금 안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디폴트옵션의 상품으로 원리금보장 상품(예금·이율보증보험 계약)과 펀드가 허용되고 있다. 그리고 원리금보장 상품과 펀드를 섞어 3개까지 포함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유형이 있다. 펀드의 경우, 예를 들면 하나의 TDF가 제공된다면 포트폴리오 상품은 여러 개의 TDF를 넣어 제공할 수 있다.

초저위험 선택하는 가입자들

퇴직연금 사업자는 이러한 상품을 마련해 고용노동부 소속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도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양질의 상품만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국퇴직연금데이터가 2024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41개 퇴직연금 사업자의 초저위험 41개, 저위험 92개, 중위험 93개, 고위험 89개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분석했다. 디폴트옵션 상품 안에는 적게는 1개, 많게는 3개의 펀드가 포함돼 있다.
디폴트옵션에는 원리금보장형, 펀드, 그리고 펀드를 묶은 포트폴리오 유형이 있다. 따라서 디폴트옵션을 구성하는 상품의 숫자는 디폴트옵션 상품의 개수보다 많다. 초저위험을 구성하는 상품의 수는 64개, 저위험 162개, 중위험 171개, 그리고 고위험 142개다. 이 중 단일 펀드 상품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펀드는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다.
‘연수익률 35.88%’…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뭐길래
퇴직연금 전체 적립액을 보면, 원리금보장형이나 원리금비보장형 모두 삼성생명과 주요 은행들이 톱10을 차지한다. 비록 은행권의 적립금과는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증권사 중 눈에 띄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디폴트옵션의 규모 역시 퇴직금 전체 적립액을 따라간다. 톱10 퇴직연금 사업자 중 유일한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의 디폴트옵션 적립 금액의 비중은 1.24%에 불과하다.

2024년 디폴트옵션의 수익률을 살펴보자. ‘초저위험’의 수익률은 최대 15.83%, ‘중위험’은 20.89%, 그리고 ‘고위험’은 35.88%였다. 디폴트옵션만 잘 골랐어도 연수익률 최대 35.88%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초저위험과 저위험의 평균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4%포인트 정도의 차이가 났다. 초저위험의 평균 수익률은 3.32%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연수익률 35.88%’…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뭐길래
톱10 퇴직연금 사업자의 디폴트옵션 위험도별 비율을 보면 놀랍다. 초저위험을 선택한 퇴직연금 가입자의 비중이 모두 90%가 된다. 유일하게 미래에셋증권만이 49.81%다. 초저위험은 원리금보장형이고, 원리금보장형에 장기적으로 퇴직연금을 묵혀 둘 경우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는 일조차 버겁게 된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의미를 잃게 된다.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비판은 디폴트옵션의 시행 초부터 있었다. 연금 선진국들의 디폴트옵션에는 원리금보장형이 포함돼 있지 않다.
‘연수익률 35.88%’…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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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부족이라는 아이러니

하지만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보장형을 없앤다고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연금 선진국 가입자들처럼 TDF나 밸런스 펀드를 장기 투자의 도구로 선택하고, 퇴직연금을 충분히 모아 미국처럼 퇴직연금 계좌에 100만 달러 이상 보유한 가입자가 많게 될까.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보장형을 없애는 것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불과 40조 남짓하다. 반면 DC, 개인형퇴직연금(IRP) 전체 적립액은 200조에 달하고 전체 적립액의 90%에 가까운 자산이 원리금보장형에 묶여 있다. 퇴직연금이 진정한 의미의 퇴직연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입자들의 행동을 바꾸는 강력한 캠페인과 교육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2조에 따라, 퇴직연금 제도를 운용하는 사업장은 연 1회 이상, 1시간 이상의 퇴직연금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서면이나 이메일로도 교육이 가능해 많은 고용주들은 이 교육을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퇴직연금데이터 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관리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정보의 부족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처럼 투자 콘텐츠가 많은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 텐데 여전히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디폴트옵션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95% 이상이다. 자신의 디폴트옵션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 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는 100명 중 단 한 명도 제대로 답을 못하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디폴트옵션에 대해 알리고 교육해야만 디폴트옵션을 만든 원래의 취지를 성취할 수 있다. 지금 상태로는 그 어떤 좋은 것을 만들어도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몰라서, 무서워서, 자발적으로 원리금보장형을 고를 것이다.

TDF 3개를 혼합한 상품도

디폴트옵션의 원리금보장형 비중을 생각하면 디폴트옵션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상품은 예금 상품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 가능하다.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상품 톱10 리스트에는 2개의 TDF가 포함돼 있다.

초저위험 디폴트옵션 상품은 은행 예금 상품이 많다. 3개 상품으로 구성된 경우에도 3개 상품의 이자율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저위험부터는 TDF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저위험의 경우 타깃 연도가 가까운 TDF2030 빈티지와 원리금보장형을 함께 가져가는 형태도 많이 보인다. 중위험, 고위험에서는 TDF가 훨씬 더 많이 사용된다.

디폴드옵션 상품 중에는 단일 TDF 상품으로 된 것도 있고 3개의 TDF로 구성된 상품도 있다. 예를 들면,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 상품에 KB온국민TDF2050증권투자신탁,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50 혼합자산투자신탁, 한화LifeplusTDF2050증권자투자신탁 3개 상품을 각각 40%, 30%, 30%의 비율로 혼합한 경우도 있다.
‘연수익률 35.88%’…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뭐길래
한국퇴직연금데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같은 빈티지(목표 은퇴 연도) 안에서도 TDF별로 운용 펀드 수익률은 상당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TDF를 혼합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TDF를 골라 장기 투자를 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여준다는 데서 다른 대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TDF라는 상품의 원리를 보면 이 방법이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24년 10월 서울 한 증권사 영업점에서 관계자가 퇴직연금 실물이전 관련 홍보물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4년 10월 서울 한 증권사 영업점에서 관계자가 퇴직연금 실물이전 관련 홍보물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물이전이 전환점 될까

지난해 10월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했다. 제도 시행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KB국민은행과 미래에셋증권의 2024년 3분기와 4분기 데이터를 살펴보면 확정급여(DB)형, DC, IRP를 합한 금액은 KB국민은행이 6.45%, 미래에셋증권은 6.64% 증가했다. DC와 IRP만 보면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전 분기 대비 7.59%, 11.48%가 증가한 반면, KB국민은행은 6% 정도의 증가에 그쳤다. 실물이전 이후 은행이나 보험의 퇴직연금 상품 종류가 다양해지고 거래가 편리해지지 않는 한 증권사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DC와 IRP에서 갖는 장점은 아직까지는 분명하다.
‘연수익률 35.88%’…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뭐길래
디폴트옵션의 경우, 실물이전이 적용되지 않는다. KB국민은행과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모두 디폴트옵션에서는 최저위험에서 전 분기와 비교해 적립액 증가율이 감소했다. 반면 거의 모든 중·고위험 디폴트옵션 상품의 적립액 증가율은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앞서 스웨덴 경험에서 얻는 세 가지 교훈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캠페인과 교육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노후를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이게 잘 되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행동을 바꿀 수 없다. 디폴트옵션은 한번 선택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디폴트 상품 인가도 위험도 레벨 구분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 좀 더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
‘연수익률 35.88%’…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뭐길래
또 하나는 수수료 문제다. 디폴트옵션, 원리금비보장 상품의 수수료를 너무 낮추는 것은 퇴직연금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 아니다. 물론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장기 투자에서 비용은 큰 수익률 차이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원리금비보장 상품의 수수료가 너무 낮으면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좋은 상품을 팔기 위해 노력하는 인센티브가 사라진다.

영주 닐슨 한국퇴직연금데이터 대표·성균관대 SKK GSB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