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일생 동안 평균 약 34년에 해당하는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낸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디지털 흔적이 남는다. 이는 자산으로 평가될 수 있어, 사망 후에도 상속 및 관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점들을 유의해야 할까.
[상속 이슈]
당연히 상속된다는 착각
이렇게 ‘인터넷 이용자가 생전에 디지털 형태로 남긴 모든 정보’를 ‘디지털 유산(digital estate)’이라 한다. 이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 등 개인 계정과 사진·동영상 등 콘텐츠, 게시물, 구독형 서비스, 가상화폐, 게임 머니·아이템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디지털 유산도 사망으로 상속이 되는가. 당연히 상속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유명 연예인의 생전 제3자와의 연애 사진, 동영상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만약 고인이 유언장을 남기지 않은 경우, 살아 있을 때의 생각과는 다르게 제3자가 맹목적으로 비난받거나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형법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고인이 소유한 것으로 생각한 디지털 유산의 권리 존부에 관해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고인이 살아 생전 자유롭게 사용한 디지털 콘텐츠는 알고 보니 접근권 내지 계약상 사용권만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용자가 사망하면 계약상 사용권도 소멸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경우 망인이 디지털 콘텐츠 가치 상승에 기여를 했거나, 내밀한 정보만이 담겼음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에게 전부 상속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고인의 노력으로 수십억 원의 가치를 지니게 된 유튜브 채널이 있어도, 구글은 자신들만의 정책에 따라 제한적으로 접근 권한을 승계하도록 한다. 고인이 수천 시간을 투입해 가치를 상승시킨 게임 아이템의 경우에도, 보통은 게임 회사로부터 이용권만을 가진 것으로 인정되므로 유족 입장에서 상속재산 편입 여부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된다.
게임 머니·아이템, 가치 평가 기준 불명확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게임 머니·아이템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의 가치 평가·분할에서 발생한다. 비트코인은 상속재산 포함 여부에 따라 유족들 간 상속세가 크게 좌우될 수 있는데, 이들의 가액을 평가하거나 상속인들 간 분할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동일한 코인이라도 유동성 차이, 김치 프리미엄, 입출금 제한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소마다 가격이 다르다는 문제도 나타난다(이러한 이유로 가상자산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 아비트레이지 투자 기법도 존재한다). 그나마 코인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대략적인 시가 평가가 가능하지만, 게임 머니·아이템은 그조차 불명확하거나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운영하는 해외 플랫폼의 경우 SNS, 이메일,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국가별 법령과 이용약관이 매우 상이하다는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의 법적 절차만으로는 이들 플랫폼에 대한 디지털 유산의 접근 권한이나 소유권 이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고인이 사용하던 계정의 ID나 비밀번호 등 로그인 정보는 최근 일회용 비밀번호(OTP) 등의 이중 인증과 같은 보안 장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나타난다. 코인의 경우 프라이빗 키가 없으면 영원히 유실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1958년 이후 유지된 민법 제1005조
이 같은 문제들은 기본적으로 기존 법제가 토지, 부동산, 금전 등 물리적이고 유형적인 자산만을 상속재산으로 규정해 발생한다. 즉, 지금과 같이 다채로운 재산의 형태는 물론이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공유경제와 같은 소유권의 분화를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제2조 제3호도 “‘상속재산’이란 피상속인에게 귀속되는 모든 재산을 말하며, 다음 각 목의 물건과 권리를 포함한다. 다만, 피상속인의 일신(一身)에 전속(專屬)하는 것으로서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소멸되는 것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1005조는 1958년도 제정 민법과 조문 위치도 바뀌지 않은 채 지금까지 동일하다. 1958년이면 비트코인은커녕 인터넷이라는 것이 세상에 없던 때다. 당연히 지금과 같은 디지털 유산의 상속 문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상속법이 개인정보나 ‘인격적 가치’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민법과 상증세법은 오로지 재산의 이전과 세금의 수취에만 몰두할 뿐이다. 고인이 생전에 어떠한 부분을 상속에서 배제시킬 수 있는지와 같은 통제권 규율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피상속인이 게임 회사나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같은 ‘제3자’로부터 가지는 디지털 유산의 인격적 가치는 아예 규율이 전무하다.
플랫폼 기업의 약관 개선도 필요
결국 자신의 인격적 가치를 어떻게 디지털 유산에 지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법에 규율함으로써 해결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내가 죽은 뒤 나의 개인정보 및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지침을 미리 유언장·유언집행자에게 지정할 경우 혜택을 줄 수 있다.
만약 유언이 없을 경우 승계되는 범위는 독일법을 계수한 우리 민법상 태도로는 포괄 승계가 논리 정연하지만, 원칙적으로 유산 관리·상속에 필요한 최소한도 정보만을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물론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대한민국 법령에 따라 디지털 유산 상속을 용이하게 하는 약관 개선도 필요하다.
디지털 유산의 상속과 관련된 법률적 정비가 시급히 요구된다. 디지털 유산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법적으로 마련하고, 이용자의 사망 시 디지털 계정 처리와 관련해 절차와 기준을 제시하고, 디지털 자산의 특성을 고려한 상증세법 제도, 개인정보보호와 접근권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곽준영 법무법인 웨이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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