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최근 조직 개편에서 ‘리테일’에 힘을 줬다. 회사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리테일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사업을 총괄하게 된 이경수 리테일부문장을 만났다.

[WM 리더]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테일부문장
“리테일도 메리츠답게…기존 판 확 바꿀 겁니다”
“메리츠가 추진한 주주 환원 정책의 핵심은 ‘대주주의 한 주와 소액주주의 한 주는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개념이었죠. 저는 리테일에도 이 개념을 적용하려 합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리테일본부를 부문으로 격상하고 프라이빗투자은행(PIB)센터를 새롭게 출범했다. 메리츠증권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리테일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부문 총괄은 리서치센터장 출신인 이경수 전무가 맡았다. 이 전무가 회사의 리테일 사업을 총괄하게 된지 3개월이 흐른 시점. 그는 시장의 틀을 깨는 혁신을 통해 리테일의 판도를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게 됐다. 이 전무는 “투자은행(IB)과 세일즈앤트레이딩(S&T)으로 성장한 메리츠증권의 노하우를 금융소비자와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12일 이 전무를 직접 만나 프라이빗뱅킹(PB)을 비롯한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사업 청사진을 물었다.
“리테일도 메리츠답게…기존 판 확 바꿀 겁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리테일 강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IB에 강점을 갖고 있는 메리츠증권이 리테일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다면요.
“메리츠증권은 최근 10년간 한국에서 가장 급성장한 기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익과 시가총액, 자기자본이 10배 이상 증가했으니까요. 특히 자기자본은 6조 원을 넘기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이런 자기자본 규모를 감안했을 때 지금의 리테일 규모는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경영진 차원에서 나온 거죠. 추가 이익을 위한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리테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리테일 부문을 대형 증권사에 맞는 수준으로 키워보겠다는 뜻이죠. 기존에 메리츠증권을 이루던 두 가지 성장 축이 IB와 S&T였다면, 앞으로는 리테일이라는 하나의 축을 더해 세 다리로 설 예정입니다.”

리테일에도 여러 영역이 있죠.
“지난 10년간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모델은 국내 주식을 잘 다루는 프라이빗뱅커(PB)들이 차별화된 주식 운용을 보여주고, 그 결과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식이었어요. 이 방식은 기존의 리테일 채널에서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고요. 이와 더불어 우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PIB센터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패밀리오피스와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우리가 그동안 쌓아 왔던 노하우를 공유하는 거죠. 또 대중을 상대로 하는 채널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키워보겠다는 구상입니다. 그 전략을 담은 것이 슈퍼365(메리츠증권의 디지털 전용 계좌)인 거고요.”

리테일 사업의 방향성이 있다면.
“메리츠증권이 2022년에 주주 환원 정책을 시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대주주의 한 주와 소액주주의 한 주는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개념이었습니다. 대주주만을 위한 경영 전략이 아니라 소액주주에게도 좋은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중요했죠. 리테일에도 이런 개념이 적용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회사의 자산과 고객의 자산은 동일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회사의 리테일 수익과 고객의 수익이 같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치를 펼쳐보려고 합니다. 많은 금융기관이 리더가 바뀔 때마다 고객 수익률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목표를 완전히 실현한 금융기관은 없었다고 봐요. 우리가 그걸 제대로 한 번 실현해보겠다는 포부입니다.”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요.
“메리츠증권이 IB와 S&T로 성장한 배경에는 몇 가지 핵심적인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딜 소싱을 잘할 수 있는 우수 인재와 네트워크입니다. 적정 가치를 산출하고, 위험을 측정해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죠. 이를 통해 B2B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을 계속해 왔는데요. 이런 노하우를 B2C 시장에서 금융소비자와 공유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2000억 원 정도의 딜에 투자를 할 때 메리츠증권과 고객이 각각 1000억 원 규모로 들어가는 거죠. 고객이 먼저 손해보지 않도록 상품을 구조화시켜, 같은 방향으로 수익을 내도록 할 겁니다. 타사와는 크게 차별화되는 상품일 거라고 생각해요. 통상적으로 IB가 좋은 딜을 가져오면 리테일에 나눠주지 않습니다. 영역 싸움이 심해서 현실화하기가 어렵죠. 반면 메리츠증권은 대표이사의 주재 아래 톱다운 방식으로 시너지를 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좋은 투자 기회를 소비자에게 나누는 이유는 뭔가요.
“첫 번째는 앞서 언급했던 리테일을 회사 성장의 한 축으로 만들겠다는 의지 때문입니다. 회사의 수익이 조금 덜하더라도 리테일을 키우고 한 단계 레벨업하기 위해서는 B2C 시장의 소비자와 함께 투자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죠. 사실상의 레버리지 효과도 있어요. 예를 들어 회사가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1000억 원 정도밖에 없다 해도, 소비자와 함께하면 2000억 원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할 수 있잖아요. B2C 자금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면 IB에도 좋은 일인 거죠.”

첫 번째 상품은 준비 단계인가요.
“한 차례 논의하다가 중단된 상품이 있어요. 최대한 고객이 손해보지 않도록 위험성을 제거한 상품 구조를 만들려다 보니, 조금이라도 문제의 여지가 발견된다면 억지로 판매하려 하지 않고 중단하는 쪽으로 결정하고 있거든요. 회사가 손실을 보더라도 고객은 손실을 보지 않는 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건 저희의 진심이에요. 이런 신뢰를 쌓아 가다 보면 저희에게 다 돌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초고액자산가를 타깃으로 하는 PIB에 이런 상품을 먼저 공급할 예정이에요.”

좋은 상품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문제일 수 있겠네요.
“타사가 판매하는 상품을 기본적으로 다루면서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을 더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는 메리츠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장의 판을 바꾸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제가 애널리스트 경력을 25년 쌓았다가 리테일 분야 헤드를 맡게 됐는데요. 이런 경력이 흔하진 않잖아요. 메리츠답게,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요.”
“리테일도 메리츠답게…기존 판 확 바꿀 겁니다”
PIB센터는 일종의 패밀리오피스 성격을 갖고 있나요.
“일반 법인, 초고액 개인 자산가 정도가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1센터는 우리의 상품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일반 법인을 타깃으로 합니다. 삼성증권에서 일반법인 영업의 톱 플레이어였던 이진주 센터장이 맡게 됐어요. 3월 중에 가동하는 2센터는 외국계에서 패밀리오피스를 경험했던 플레이어로 구성됩니다. 또 3센터는 벤처캐피털(VC) 네트워크, 4센터는 초고액 개인 자산가에 특화된 헤드가 각각 센터를 꾸릴 예정입니다. 다양한 영역의 고객에게 접근해서 그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거죠.”

우리나라는 아직 PB 서비스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서비스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 탓도 있고 신뢰의 부족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한국 부자들의 문화를 보면, 전통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다 오픈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한 곳에 재산을 모두 맡기는 진정한 의미의 싱글 패밀리오피스는 없어요. 또 모든 재산을 믿고 맡길 정도의 신뢰를 쌓지 못한 점도 있었겠죠. 동시에 이 서비스를 공급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거죠. 그런데 최근 메리츠증권이 소싱해 온 딜에 투자하려는 분들과 접촉해본 결과 우리가 신뢰를 얻으면 언젠가 법적 규제가 허용되는 선에서 모든 자산을 통째로 맡길 수 있는 진정한 싱글 패밀리오피스 형태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앞으로 우리가 주요 타깃으로 삼아야 하는 고액자산가는 2차 베이비붐 세대거든요. 이들이 부모의 사업을 물려받지 않고 엑시트한 자금이 패밀리오피스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겠죠. 이런 분들에게 우리만의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다가간다면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기에 10년 이상의 미래를 보고 사업을 추진하는 거고요. 우리가 아직은 리테일에서 후발주자지만, 겸손한 자세로 장기적인 스텝을 유지해 나가면 패밀리오피스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스 고객을 위한 슈퍼365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면.
“우리의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일단 고객을 끌어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후발주자에게 가장 쉬운 방법은 가격 경쟁력이겠죠. 그래서 지금은 ‘제로 수수료’를 내세우고 있어요. 국내 증권거래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내는 유관기관 수수료까지 우리가 모두 부담합니다. 고객이 약정을 하면 할수록 회사 측은 사실상 손해죠. 슈퍼365 계좌의 예탁자산이 3개월 만에 5조 원을 넘겼는데요.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내년 말까지만 진행할 예정이라, 그 이후에 다시 고객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또 다른 전략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아니라 웹트레이딩시스템(WTS) 기반의 커뮤니티 플랫폼을 준비 중이에요. 이미 네이버파이낸스 등에서 우수한 개발자들이 메리츠증권으로 옮겨와 개발을 진행 중인데요. 국내 플랫폼 중 사용자의 주식 토론이 가장 활발한 ‘차원이 다른 커뮤니티’로 만들 생각이에요. 해외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외국인이 나누고 있는 종목 토론을 인공지능(AI)으로 번역해주는 기능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스미스와 한국의 철수가 종목 토론을 함께할 수 있는 서비스인 거죠. 또 메리츠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이 플랫폼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요. 내년 2월에는 이 신규 플랫폼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재 제가 담당하는 조직은 크게 PIB센터, 리테일채널본부, 디지털사업담당, 리테일전략담당 등 4개 영역으로 나뉩니다. 이 중 아직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사업이 리테일 채널이고, 이미 신축을 해서 입주 중인 사업이 디지털 사업입니다. 현시점 숫자로 목표를 말할 수 있는 사업은 디지털 사업(슈퍼365)인데, 내년 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끝나기 전까지 20조 원의 유입 자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다만 올해와 내년에는 비용을 감당하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수익에 대한 목표는 세울 수 없어요. 개인적으로 그 이후의 목표를 생각해본다면 리테일의 3개 사업부가 각각 1000억 원씩 총 3000억 원 정도의 순이익을 버는 성장 축이 됐으면 한다는 겁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2년간 리테일 영역에서 세전이익으로 100억~200억 원 이상을 낸 적이 없어요. 결국 15배에서 30배 성장을 목표로 하는 건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죠. 안 되더라도 도전은 해볼 생각입니다.”

대담 장승규 편집장 | 정리 정초원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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