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퇴직연금이 단순한 예금을 넘어 또 하나의 전략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PB 조옥순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강남1센터장은 “퇴직연금은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니라 삶을 설계하는 자산”이라며 실제 상담 현장에서 마주한 다양한 고객 사례와 변화하는 연금 전략의 핵심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파워 PB 레시피]
조옥순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강남1센터장. 사진 이승재 기자
조옥순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강남1센터장. 사진 이승재 기자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리딩 컴퍼니’ 중 하나로 손꼽힌다. KB국민은행이 이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는 모든 고객에게 제공되는 토털 맞춤형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 서비스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2020년 시중은행 최초로 설립된 ‘KB골든라이프 센터’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 5개 센터를 운영 중이다.

각 센터는 10년 이상의 프라이빗뱅커(PB) 경력을 보유한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약 3만2000건 이상의 상담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로 고객에게 맞춤형 연금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퇴직연금 운용은 물론이고 은퇴생활비 점검, 절세 방안, 퇴직 후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 연계 상담까지 포함한 종합 은퇴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강점이다. 조옥순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강남1센터장을 만나 퇴직연금 시장의 현주소와 케이스별 연금 전략, 향후 전망 등을 물었다.

금융권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고 들었습니다.
“1988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지금까지 30년 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프라이빗뱅킹(PB) 업무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강남1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지방 근무부터 본점, 영업점 등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요즘 고객들이 주로 하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는데, 각 그룹마다 고민의 결이 다릅니다. 우선, 재직 중인 고객들은 퇴직까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막연한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후를 위해 얼마나 준비해야 하나’, ‘지금 수익률이 괜찮은가’ 같은 질문들을 많이 하죠. 특히 최근에는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타깃데이트펀드(TDF)나 미국 401(k) 퇴직연금 같은 해외 사례를 접하고, ‘미국은 저렇게 잘 불린다는데 왜 우리는 안 되나’ 하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와 달리 퇴직한 고객들은 훨씬 실질적인 고민을 안고 옵니다. 정기적인 소득이 단절된 상황에서 건강보험료, 각종 세금, 그리고 자녀교육비나 부모 요양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니 심리적으로도 위축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2차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를 마지막으로 부양하고, 자녀에게는 처음으로 부양을 받지 못하는 세대라는 점에서 재정적 압박이 큽니다. 대부분 재취업을 고려하고 있고, 그에 맞는 연금 수령 전략이나 생활비 조정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상담을 원하죠.”

또 다른 유형은요.
“자산에 여유가 있는 고객들은 좀 다른 방향의 질문을 합니다. 이들은 퇴직금이나 사적연금을 직접 인출하지 않고, 상속 재원으로 남기려는 목적이 뚜렷합니다. ‘이 자산을 자녀에게 어떻게 이전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을까’ 혹은 ‘부동산을 상속하려는데 세금을 퇴직연금에서 준비해 둘 수 있을까’ 같은 세무 중심의 컨설팅을 요청합다. 특히 이들은 퇴직연금 자산을 건드리지 않고, 절세 수단으로 보관하다가 상속 시 활용하려는 전략을 많이 사용하죠. 이외에도 연금 준비가 거의 안 된 분들도 옵니다. 이분들에게는 개인형퇴직연금(IRP), 연금저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같은 제도권 상품을 차근차근 비교해서 설명하며, ‘노후 준비하기에 가장 빠른 날은 오늘이다. 지금부터라도 준비하자’는 접근을 합니다. 매달 1만 원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점, 세액공제를 통해 실질적인 절세 혜택과 노후에 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죠.”

포트폴리오 상담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포트폴리오 상담은 고객의 연령, 투자 경험, 재직 여부, 은퇴 시점,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 성향을 면밀히 파악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고객이 은퇴까지 몇 년이 남았는지, 현재 소득은 안정적인지, 은퇴 후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집니다. 기본적으로는 고객에게 투자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율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가이드합니다.

예를 들어, 퇴직 예정인 고객에게는 향후 2~3년 정도에 생활자금을 안전자산에 두고 나머지를 성향에 맞는 투자형 자산으로 운용하는 전략을 제안해요. 반면 30~40대 고객이라면 은퇴까지 시간이 있어 장기 투자로 인한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제안하죠. 투자자산 비중에 대해서 본인의 투자 성향과 ‘100-나이’ 법칙을 활용해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합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주요 상품은 TDF, 글로벌 자산 배분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그리고 최근에는 디폴트옵션 상품도 많이 추천합니다.”

적극적인 투자를 주저하는 고객도 있을 텐데요.
“가령, 정기예금만 고집하는 고객에게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실질 수익률 저하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고, 최소한 전체 자산의 10~30%는 투자형으로 배분하자고 권유하죠. 고령의 고객일수록 ‘마음이 편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적립식 투자를 통해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안내합니다. 포트폴리오 구성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이 6개월 혹은 1년마다 은행을 방문해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시황에 맞게 리밸런싱할 수 있도록 제안합니다. 특히 시장 변동성이 큰 요즘 같은 시기에는 타이밍보다 분산과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죠.”

자영업자나 프리랜서처럼 퇴직연금 가입이 어려운 이들도 적용 가능한 전략이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IRP와 ISA 상품을 활용한다면 세액공제와 노후 준비를 한번에 할 수 있습니다. IRP는 연간 1800만 원까지 납입이 가능하고, 이 중 900만 원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집니다. ISA는 연간 2000만 원까지 납입이 가능하고, 3년이상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이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ISA 만기자금을 IRP 계좌 이전 시 노후에 연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는 정년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기 운용에 유리하죠. 당장 1만 원부터라도 시작하라고 권유합니다.”

TDF와 디폴트옵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없나요.
“TDF는 사실상 연령에 따라 자산을 자동 배분해주는 최적의 상품입니다. 다만 제도상 IRP에선 고위험 상품의 비중이 70%로 제한돼 있어요. 이 제약이 수익률 높은 포트폴리오 구성에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제 생각엔 고객의 선택에 따라 더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KB골든라이프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첫째, KB 거래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상담 채널을 운영합니다. 둘째, 대면과 전화, 화상으로 다양한 채널의 상담도 가능하죠. 셋째, 연금뿐만 아니라 은퇴설계 전반에 대해 상담해 드리는 통합 컨설팅입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주거래 고객이어야 하거나 비대면 상담만 이뤄지는데, 저희 센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대면 상담이 가능하죠. 은퇴를 앞둔 분들이 방문 상담을 통해 은퇴 설계를 하고 리포트도 받아볼 수 있어 특히 만족도가 높습니다. 또한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상속·증여, 인생 2막 준비 등 종합 상담이 가능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가 있다면요.
“가장 기억나는 사례는 한 60대 여성 고객님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이 암 선고를 받고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6개월간 아내에게 금융 자산 관리 전반을 교육했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계좌, 연금, 부동산 내역을 일일이 설명하고 정리해주셨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신 후, 그 고객은 한참 동안 무기력한 상태로 지내다가 저희 센터를 찾아오셨어요. 처음 상담을 왔을 때는 어깨가 축 처져 있었고, 표정도 많이 어두웠죠. ‘이 많은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까지 흘렸어요.

저는 고객님이 가져온 자료들을 하나하나 함께 정리해 드렸습니다. 남편이 준비해 놓은 퇴직연금, 국민연금, 금융 자산, 보험까지 모두 정리해서 90세까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한 시뮬레이션을 설계해 드렸어요. 고객이 계획을 눈으로 확인한 뒤 ‘이제야 안심이 된다’며 또 눈물을 흘리셨는데, 저도 그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올라 함께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대기업 퇴직 예정자의 퇴직금 중간정산 특례 관련 상담이 있었어요. 고객은 퇴직연금을 운용하기 위해 IRP 계좌를 개설했는데, 회사에서 실수로 중간정산 특례를 누락한 채 과세를 한 거였죠. 그 부분을 저희가 발견하고, 세무 절차를 다시 밟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세금을 환급받게 도와드렸습니다. 고객은 ‘이걸 몰랐다면 정말 억울할 뻔했다’며 감사 인사를 여러 번 하셨어요.”

요즘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은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장기 안정성과 수익률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형 상품, 또 하나는 고객 스스로 투자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직접 운용형 상품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TDF죠. 고객의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구조라서, 초보자도 비교적 안심하고 가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퇴직이 10년 이상 남은 40~50대 고객에게 적합하며, 매월 적립식으로 넣으면 장기 누적 수익률이 좋다는 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습니다. 다음으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에 투자하는 ETF 상품입니다. 글로벌 주식 시장에 대한 접근성과 기대 수익률 때문에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젊은 고객층에서는 ‘장기 우상향을 믿고 그냥 꾸준히 투자하겠다’는 마인드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요.

이 경우 IRP나 연금저축펀드 계좌에서 인덱스 ETF를 매월 일정 금액씩 사들이는 방식으로 운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글로벌 자산 배분 펀드나 디폴트옵션형 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가와 자산군에 자동으로 분산투자가 되는 구조라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단, 현재 IRP 제도상 고위험 자산의 비중이 70%로 제한돼 있다는 점은 여전히 제약입니다. 실제로 고객 중 한 분은 수익률이 올라 70%를 초과했는데 강제 매도가 되면서 불편을 겪기도 했습니다.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죠.”

마지막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이제 퇴직연금은 앞으로 단순한 예치보다는 절세, 상속·증여까지 포함한 종합 자산 전략의 중심이 될 겁니다. 저는 이 시장이 계속 커질 거라 확신하고, 은행도 그만큼 전략적이고 유연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