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은 단순한 퇴직소득을 넘어 상속세 과세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대표이사나 개인사업자의 퇴직금 포기, 미지급, 중간정산 여부에 따라 상속재산으로 간주될 수 있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면 퇴직금 처리 방식에 대한 사전 검토와 전략이 필수다.

[상속 이슈]
세종시에 있는 국세청 본청 전경. 사진=한국경제
세종시에 있는 국세청 본청 전경. 사진=한국경제
상속세 줄이는 퇴직금 처리 노하우 4가지
이러한 사례는 법인 회사의 주주가 가족들만으로 구성돼 있는 소위 가족법인일 때 자주 발생한다. 대표이사의 퇴직금이 법인 회사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금액이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가족들에게 법인의 경영권을 물려줄 때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는 것이므로 어떻게 보면 법인 회사의 안정성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엄밀히 말해 남편, 즉 피상속인은 본인이 사망하기 전 5년 이내에 본인의 퇴직금을 포기한 셈이 된다. 포기한 퇴직금과 관련해 법인 회사는 채무면제이익으로 처리하고 법인세를 신고·납부했을 것이다. 이때 세무당국은 해당 채무면제이익은 피상속인이 ‘상속인이 아닌 자인 법인 회사’에 증여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피상속인의 상속세를 계산할 때 피상속인이 법정상속인(자녀·배우자 등)에게 사전증여를 한 재산은 사망일 기준 10년 이내의 재산을 상속재산에 가산하고, 상속인이 아닌 자(법인·제3자·사위·며느리 등)에게 사전증여를 한 재산은 사망일 기준 5년 이내의 재산을 상속재산에 가산한다.
상속세 줄이는 퇴직금 처리 노하우 4가지
결국 포기한 퇴직금은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으로 보아 상속재산에 가산하고 상속세가 부과될 것이다. 따라서 회사에서 현실적으로 퇴직하는 임직원들의 경우, 회사를 위하는 것이든 후계자를 위하는 것이든 그 동기가 어찌됐든 퇴직 시점에 퇴직금 전액을 수령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퇴직금을 개인형퇴직연금(IRP) 형태로 나눠서 수령하면 소득세(이연퇴직소득세)를 절세할 수도 있으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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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을 두고 사업을 하는 개인사업자들은 사업자로서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준수해야 한다. 사례처럼 개인사업자들은 직원들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채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상속인들은 직원들의 퇴직금을 어떻게 어떤 시점에 지급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개인사업자의 사망으로 직원들은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직원들은 지방노동청에 진정을 요구하거나 고소를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업장 소재지 관할 또는 직원 주소지 관할 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을 받은 후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다.

세법상으로 보면 개인사업자인 피상속인의 사망일을 기준으로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상당액은 피상속인의 채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속재산가액에서 차감돼 상속세가 계산되기 때문에 세금이 줄어든다. 단, 상속재산가액에서 차감할 수 있는 퇴직금상당액이란 근로 계약, 고용 계약, 퇴직금 지급 규정에 의해 계산될 수 있는 금액이거나 '근로기준법'에 의해 계산된 금액 중 상속인들이 직원들에게 실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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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급금이란 회계처리상 계정과목으로서 법인의 현금 등이 실제 지출됐으나 지출의 목적, 거래의 내용이 불명확한 금액을 말한다. 세법에서는 회계처리상 가지급금뿐만 아니라 법인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자금대여액 등의 가지급금을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본다. 업무무관 가지급금은 대표이사에게 법인이 자금을 대여한 것으로 보며 세법상 여러 불이익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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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대표이사는 대여금에서 발생하는 적정이자(세법은 연 4.6%로 봄)를 법인에 지급해야 하는데 관행적으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적정이자는 대표이사의 상여, 즉 근로소득으로 간주되며 대표이사는 소득세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법인을 청산(폐업 등)할 때도 업무무관 가지급금은 대표이사의 근로소득으로 처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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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의 대표이사가 가업을 자녀 등 후계자에게 상속하는 경우 가업상속공제(요건 충족 시 최대 600억 원까지 피상속인인 대표이사의 상속재산가액에서 제외)를 적용받아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으나 업무무관 가지급금 등 업무무관 자산이 있으면 법인의 총자산에서 업무무관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만큼 가업상속공제가 배제돼 상속세가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업무무관 가지급금을 퇴직금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이사 임원은 회사를 실제 퇴직하거나 법령상 현실적인 퇴직 사유의 요건을 갖출 때 비로소 퇴직금을 수령하거나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을 수 있다. 과거 2015년까지는 실제 퇴직하지 않고 대표이사 임원의 보수를 연봉제로 전환하는 방법도 현실적인 퇴직 사유에 해당해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정산 받은 퇴직금으로 가지급금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법령의 개정으로 이 방법은 2016년부터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현재 법령상 대표이사 임원의 현실적 퇴직 사유 중 하나로 ‘상근임원(예: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이 비상근임원(예: 매일 출근하지 않고 출근하는 날에는 하루에 3~4시간 정도 근무하며 상근임원일 때 대비 급여를 낮추고 고문으로 일할 경우)이 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임원이 나이가 고령이고 후계자인 자녀 등에게 경영권을 넘길 생각이 있다면 이 방법으로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고 가지급금을 정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반드시 유의해야할 사항이 있다. 임원이 실제로 퇴직하지 않거나 현실적인 퇴직 사유에 해당하는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중간정산을 하는 퇴직금으로 가지급금을 정리하고자 한다면 직전 최근 3년 동안 본인의 평균 연봉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계산할 필요가 있고 퇴직금의 지급 배수 등을 포함해 법인의 정관과 임원 퇴직급 지급 규정 등을 보완해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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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퇴직수당, 공로금, 연금 또는 이와 유사한 것이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지급되는 것이면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으로 본다. 그러나 '국민연금법'에 따라 지급되는 유족연금(사망으로 인한 반환일시금 포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지급되는 유족보상연금·유족보상일시금·유족특별급여 또는 진폐유족연금, 근로자의 업무상 사망으로 인해 '근로기준법' 등을 준용해 사업자가 그 근로자의 유족에게 지급하는 유족보상금 또는 재해보상금 등은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이 아니며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신관식 우리은행 신탁부 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