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이 있어도 상속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유언에 불만을 품은 상속인이 검인 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부동산 등기나 예금 인출이 막히고 법적 다툼으로 번지기 쉽다. 신속한 유언 집행을 원한다면 어떤 전략들이 필요할까.
[상속 플래닝]
아들은 법원에 자필유언에 대한 검인을 신청했다. 법원은 자필유언장을 검인하기 위해 검인기일을 지정했고 아들과 딸 모두 기일에 출석했다. 딸은 판사 앞에서 유언 집행에 동의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고 딸이 집행에 부동의한다는 사실은 검인조서에 그대로 기재됐다.
유언장 있어도 등기 불가
아들은 검인조서를 가지고 상속받은 부동산에 대해 유언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려고 등기소를 방문했다. 그런데 등기관은 서류를 보더니 딸의 동의를 다시 받아오라고 했다. 아들은 딸에게 가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동의서를 작성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유언장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딸은 당연히 거부했다. 아들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왜 거부당했으며 아들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속을 준비하면서 유언장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건 무엇일까. 물론 각자 원하는 것은 다양하다. 상속인 간 분쟁이 없기를 바랄 수도 있고 절세를 원할 수도 있고 분쟁을 감수하더라도 더 주고 싶은 상속인에게 재산을 주고 싶을 수도 있다.
유언자가 상속을 준비하기 위해 유언을 작성하면서 이런 다양한 목표가 있을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바로 빠른 실행이다. 유언자는 자신이 유언장을 작성함으로써 유언장에 쓰인 대로 빨리 집행되기를 바란다.
일단 유언대로 재산이 빨리 분배되면 물려받은 상속재산으로 상속세도 납부할 수 있고 임차인 관리 문제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유언이 신속하게 잘 집행되기만 한다면 나중에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상속인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언장의 신속한 집행은 분쟁 해결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언 집행은 생각처럼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먼저 자필유언, 녹음유언처럼 검인이 필요한 유언은 집행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필유언은 유언자가 직접 자필로 유언장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쓰고 날인한 유언이고, 녹음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증인의 성명을 구술하고 이런 과정 전체를 녹음한 유언이다. 자필유언과 녹음유언은 공정증서유언과 달리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유언 방식이지만, 변호사 조력 없이 인터넷을 보고 따라 작성했다가 방식을 위배하는 바람에 무효가 되는 경우가 많다.
상속인들 동의 안 하면 소송 불가피
자필유언, 녹음유언의 집행 지연은 검인 절차에서부터 시작된다. 검인은 유언자의 사망 후 자필증서·녹음·비밀증서유언의 유언증서나 녹음을 법원에 제시해 그 내용과 방식을 확인받는 절차다. 유언검인은 이러한 유언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법원에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고 유언검인을 받았다고 해서 유언의 효력을 확인해주는 것은 아니다.
유언장을 보관하거나 발견한 사람이 법원에 유언검인을 신청하면 검인기일이 지정되는데 검인기일은 상속인들에게도 통지된다. 따라서 유언에 불만이 있는 상속인일수록 검인기일에 참석해서 유언에 대해 의견을 진술한다. 불만이 있는 상속인이므로 유언 집행에 동의할 리는 없고 부동의한다고 진술한다. 사유는 유언장 위조를 주장할 때도 있고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할 때도 있지만 아무튼 집행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속인들이 이런 의견을 진술하면 검인사건 재판장은 이를 검인조서에 기재한다. 통상은 이를테면 ‘상속인 김 모 씨, 이 모 씨 유언장 필적은 망인의 필적이 아닌 것으로 보여 유언 집행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진술하다’라는 식으로 기재된다.
이렇게 상속인의 이의가 검인조서에 기재되면 해당 검인조서만으로는 부동산 등기를 할 수가 없다. 등기관에게 부동산 등기를 위해 이의가 기재된 검인조서를 주면, 등기관은 이의를 제기한 상속인의 동의서를 받아 와야 등기를 해준다.

앞 사례에서도 아들은 상속인인 딸이 유언 집행에 부동의했다는 사실이 기재된 검인조서를 제출했기에 유언에 따른 등기를 거부당한 것이며 딸이 동의해주지 않는 한 유언유효확인의 소 등 소송을 제기해서 그 판결문을 가져와야만 등기가 가능하다.
검인 필요 없는 공정증서유언도 한계
만약 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유언집행자로 아들을 지정한다는 유언을 하면서 공정증서유언을 했다면 아들은 신속하게 유언에 따른 부동산 등기를 마칠 수 있었을까.
앞 사례에서 만약 아버지가 공정증서유언의 형식으로 아들에게 부동산을 물려주었고, 아들을 유언집행자로 지정했다면 아들은 검인 절차 없이, 그리고 딸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유언에 따른 등기를 완료할 수 있다. 공정증서유언은 검인 절차가 필요 없고, 아들이 유언집행자로 지정된 이상 딸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유언을 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아버지가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유언집행자로 아들을 지정한다는 공정증서유언을 남겼다고 가정하자. 아들은 유언집행자로서 유언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모두 마치고 상속 예금이 있는 은행으로 가서 상속 예금을 인출하려고 했다. 아들은 공정증서유언장으로 상속 예금을 인출할 수 있을까.
공정증서유언장은 검인 절차가 필요 없어 해당 유언장으로 바로 집행이 가능하다. 유언 방식 중 유언 집행을 위해서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증서유언을 하더라도 상속 예금을 인출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기관에서는 상속이 발생하면 상속 예금 인출을 위해 상속인 전원의 동의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불만이 있는 상속인들은 동의서를 작성해주지 않기 때문에 예금이 바로 인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속 예금 인출 못해 상속세 못 낼 수도
이처럼 유언장이 있더라도 유언 집행은 자주 지연된다. 그리고 유언 집행이 지연되면 가장 문제 되는 것은 상속세 납부다. 상속 예금만으로도 충분히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는데 상속인 간 분쟁으로 예금을 인출하지 못하면 상속인들은 자기 고유재산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하므로 상당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상속인 간의 분쟁이 발생할 것 같거나 재산을 더 물려주고 싶은 상속인의 상속세 납부가 걱정되는 경우, 또는 상속인들 중 한 명이 상속세 납부를 하지 않고 다른 상속인들에게 떠넘길 걸로 보이는 경우에는 상속세 추정액만큼 신탁을 해 두는 경우가 있다.
이때 신탁이란 재산을 신뢰할 수 있는 수탁자에게 맡기고 정해 둔 대로 재산을 관리, 처분하면서 그 수익을 수익자에게 나눠주는 것을 의미한다. 재산을 맡기는 사람을 위탁자, 재산을 맡는 사람을 수탁자, 맡긴 재산을 신탁재산, 맡긴 재산과 그로 인한 이익을 신탁이익이라고 한다.
유언 집행 지연과 그로 인한 상속세 납부 지연이 걱정된다면, 자신의 재산 중 상속인들의 상속세 납부에 사용할 재산에 미리 신탁을 설정해 놨다가 사후에 이를 상속세로 바로 납부하도록 하거나, 팔아서 납부하게 한 후 남은 재산을 상속인들에게 나눠주도록 하면 유용하다. 이러한 신탁은 금융기관에서 주로 하는데 가족에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생전에 신탁하는 것이 꺼려진다면 유언장에 상속세 납부를 위한 이러한 신탁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사후에 신속한 재산 분배 및 상속세의 원활한 납부를 고려한다면 신탁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양소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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