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은 이제 단순한 예금·대출 창구를 넘어섰다. 앞으로는 AI 기반의 초개인화 금융, 오픈뱅킹을 활용한 통합 자산관리,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 시스템 등 첨단 기술과 결합해 더욱 진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터넷은행을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함께 설계하고 관리하는 ‘생활 속 파트너’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전환의 여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스페셜]인터넷은행 전성시대
그리고 2024년 이 변화의 주역들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었다. 케이(K)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는 모두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흑자 시대’에 진입했다. 후발주자 토스뱅크도 457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반전에 성공했고, 세 은행 모두 글로벌 디지털 은행 톱 15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제도와 기술이 만든 기회

결정적인 전환점은 2015년이었다. 금융위원회는 경쟁 촉진, 금융 소외 해소, 혁신 금융 실현 등을 목표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라는 정책적 결단을 내렸다. 예비인가제를 통해 사업자 선정에 착수했고, 2017년 4월 케이(K)뱅크가, 같은 해 7월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국내 인터넷은행 시대가 본격화됐다. 이후 2021년, 간편송금 앱으로 시작한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뱅크가 가세하면서 ‘3강 체제’가 완성됐다.
케이뱅크는 KT 컨소시엄 주도로 탄생한 대한민국 첫 인터넷은행이다. 초기에는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비대면 대출 등을 선보이며 주목받았고, 이후 기업금융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특히 2023년부터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과 인공지능(AI) 기반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과 연동된 편리한 사용자 경험(UX),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로 폭발적인 초기 흡수를 이끌었다. 계좌 개설과 송금, 신용대출 등이 앱 내에서 간편하게 이뤄지면서 빠르게 대중화에 성공했다. 2021년엔 인터넷은행 최초로 코스피에 상장했고, 현재는 20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한 업계 선두주자다.
토스뱅크는 간편송금 앱 ‘토스’를 기반으로 등장한 후발 주자다. 사용자 중심 설계와 중금리 대출 확대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고, 수신 상품 다양화와 이자 정책 차별화로 빠르게 성장했다. 출범 초기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2024년엔 45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편의성·접근성·사용자 중심 설계
이들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은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편의성’이다. 고객은 더 이상 은행 영업시간에 맞춰 점포를 찾을 필요가 없다.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24시간 365일 언제든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간편하게 대출을 신청하거나 송금과 카드 발급까지 가능하다. 특히 앱 내에서는 실시간으로 금융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으로 분류된 지출 내역과 맞춤형 리포트를 통해 본인의 소비 패턴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들은 단순한 금융 서비스 제공을 넘어, 개인의 재무 관리 도구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두 번째 강점은 ‘접근성’이다. 인터넷은행은 물리적인 점포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 구조적 장점을 바탕으로 고객에게는 낮은 수수료, 높은 예금 금리,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폭넓은 상품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존 금융기관에서 외면받기 쉬웠던 중·저신용자, 사회초년생, 1인 자영업자,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층 등 다양한 계층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인터넷은행을 선호하게 됐다. 특히 금융 이력이 짧거나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이들도, 간단한 인증과 몇 단계의 절차만으로 손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은행 시스템이 놓쳤던 영역을 포용하는 효과를 냈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중심의 UI·UX’는 인터넷은행의 급성장을 가능케 한 핵심 경쟁력이었다. 앱의 디자인은 직관적이며,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메뉴 구성과 쉬운 내비게이션이 인상적이다. 복잡한 용어나 절차 없이, 누구나 앱을 처음 접해도 금융 업무를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여기에 각 은행은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미션형 리워드 프로그램, 소액 자동 저축 등 다양한 유인 요소를 도입해 고객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특히 모바일 친화적인 MZ(밀레니얼+Z) 세대 고객에게 강하게 어필했으며, ‘가입하기 쉽고 쓰기 쉬운 은행’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 무한도전

토스뱅크는 3~5년 내 해외 진출을 목표로 지분 투자, 조인트벤처(JV) 설립, 서비스형 뱅킹(BaaS) 모델 등 다양한 방식을 모색 중이다. 케이뱅크도 몽골 MCS그룹과 협력해 인터넷은행 기술을 수출한 바 있다. 국내 4차 인터넷은행 인가 논의가 진행되는 등 경쟁 심화가 예상되면서, 성장성을 확보한 기존 3사는 상대적으로 인터넷뱅킹이 미개척된 동남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더 이상 단순한 예금·대출 플랫폼이 아니다. 앞으로는 AI 기반 초개인화 금융, 오픈뱅킹과 연동한 통합 금융 관리, 블록체인 기반 인증 시스템 등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토스는 헬스케어, 보험, 자산관리까지 서비스 폭을 넓히고 있고, 카카오뱅크는 투자, 해외송금, 외화예금까지 확대하고 있다.
수익성·보안·금융 소외 보완도 필요
인터넷은행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풀지 못한 구조적 한계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인터넷은행들은 낮은 수수료와 우대금리 전략으로 외형을 키웠지만, 이는 예대마진 축소로 이어져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실제로 3사 모두 출범 후 수년간 적자를 기록했으며, 안정적인 흑자 전환에는 시간이 걸렸다.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 실패는 이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수요 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연기했고, 이는 인터넷은행 IPO의 성공 사례가 없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자본 확충이 지연되면서 케이뱅크는 대출 확대에도 제약을 받고 있으며, 중·저신용자 대상 포용금융 실적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보안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24시간 가동되는 인터넷은행 플랫폼은 해킹, 개인정보 유출, 시스템 장애 등 다양한 사이버 위협에 노출돼 있다. 보안 체계 구축과 전문 인력 확보가 필수지만, 스타트업 기반 구조상 이에 대한 충분한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안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고객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아울러 모든 금융 서비스가 앱 기반으로 이뤄지는 인터넷은행은 고령층이나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 오히려 장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 금융의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기술 못지않게 포용과 균형의 설계가 요구된다. 향후 이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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