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산은 이제 경계할 시점이다.”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 시장에 더 큰 불확실성이 닥칠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미국 주식과 금 등 과열된 자산보다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자산과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셜 인터뷰]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1년 내 경기 침체 온다…銀, 농업처럼 저평가 자산을 찾아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은 다시금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섰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83)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한경머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가져올 불확실성은 아직 많다”며 “그동안 상승을 거듭한 미국 자산에 대해 경계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각광받았던 미국 주식이나 금 대신에 다소 소외됐던 자산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지 않고 주변의 의견에 휩쓸려 투자한다면 반드시 실수할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로저스 회장이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역사’다. 평소 역사에서 투자 통찰을 얻는다는 그의 성향이 인터뷰 곳곳에서 드러났다. 수많은 경제위기를 겪어 온 로저스 회장과의 대담을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Part1 시장 진단]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당신의 투자 전략에 변화가 있었나.

"그렇다. 미국 주식 시장은 2008년 이후로 문제없이 가장 오랫동안 상승해 왔다. 미국 역사상 이렇게 긴 호황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난 미국 주식을 포함해 세계 여러 지역의 주식을 매도했다. 나는 보통 모두가 호시절이라고 할 때 걱정을 시작한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고 금리도 조금씩 오르고 있는데도 일부 주식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특정 섹터는 계속 상승하고만 있다. 과거에도 이런 징후는 위험의 신호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본다."

-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합의가 있었지만 여전히 서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앞으로 1년 안에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항상 경기 침체를 겪어 왔다. 호황기가 오래 지속됐기 때문에 올해 침체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식 시장 역시 많은 불확실성 때문에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중국이 트럼프의 맹공 속에서 계속 ‘버티기’ 전략을 쓸 수 있을까.

"중국은 경기부양책 등을 통해 미국의 관세 공격에 저항할 수 있는 여력이 더 크긴 하다. 하지만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전 세계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향후 1년 내 미국에 경기 침체가 온다면 결국 모두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 철강 등 규모가 큰, 눈에 잘 띄는 산업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 산업들은 고용 규모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여파는 더 클 수 있다. 올해 후반에는 이 기업들의 주가도 떨어질 여지가 있다."

- 미 중앙은행(Fed)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향후 금리는 어떻게 될까.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금리도 더 높아질 것이다. 이때 우리는 고용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 모든 것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고 있는지, 임금이 충분한지를 고용 지표로 확인해야 앞으로 상황이 좋아질지 나빠질지 판단할 수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고용 지표는 더 나빠질 것으로 본다."
“1년 내 경기 침체 온다…銀, 농업처럼 저평가 자산을 찾아라”
- Fed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롬 파월 의장이나 Fed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처음에는 온 세상이 난리일 것이다. 모두가 분노하고 끔찍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적응할 것이다. 사실 Fed 같은 중앙은행은 원래부터 존재해온 것이 아니었다. 중앙은행이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체제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중국을 러시아, 유럽 등과 더 가깝게 만들 가능성은 없을까.

"트럼프가 어떤 나라를 미국에서 밀어내면, 그 나라는 다른 대안을 찾기 마련이다. 누구도 혼자 고립되길 원하지 않는다. 무역 상대도 없고, 사업 기회도 없으면 다른 지역을 찾을 것이고 새로운 연대가 생길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중국과 가장 협력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러시아가 떠오른다. 이웃 국가이기도 하고 러시아는 중국이 필요로 하는 엄청난 자원을 갖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동남아시아도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러시아가 더 간단한 선택일 것이다."

- 그렇다면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의 대안 시장으로는 어디가 부상할까.

"러시아, 인도, 동남아시아 모두 가능하다. 그런데 더 시야를 넓혀 아프리카에 주목해보자. 새로운 공급처로 아프리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에는 60개가 넘는 나라가 있고 기업가도 많다.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자동차· TV 등)을 만들 수 있는 지역이다. 아직 한국이나 중국, 인도처럼 경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아프리카에는 수많은 중국인들이 진출해 경제 발전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안다."

-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세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대부분의 경우 관세는 그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 잠깐 몇몇 사람에겐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유무역이 훨씬 더 낫다. 무역을 제한하고 가격을 인상시키는 건 장기적으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역사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본인이 역사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통해 고율 관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나는 그의 정책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관세 정책은 오직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1년 내 경기 침체 온다…銀, 농업처럼 저평가 자산을 찾아라”
-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도 관세 갈등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교과서에서 배우기로는 세계는 자유무역을 지향하고 있다고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걸 알고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자신이 역사보다 똑똑하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해치더라도 자신과 미국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정책은 절대 효과가 없을 것이다."

- 미국 정부는 관세가 경제에 효과가 있다고 국민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설득력이 있을까.

"정치인들은 정부가 같은 말을 반복하면 결국 국민들이 믿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프로파간다(선전)’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사실이 아닌 말들을 할 것이고, 이것이 반복되면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될 것이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상관은 없다."

[Part2 투자 원칙]

- 역사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고, 과거 사건에서 시사점을 많이 얻는 것 같다.

"맞다.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항상 비슷하게 행동한다. 똑똑한 사람은 잘 해내고, 멍청한 사람은 실패하는 게 인류의 역사였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그렇다면 역사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

"가장 큰 교훈은 ‘많은 연구를 하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분명해 보이고 모든 사람이 어떤 사실을 안다고 생각되는 때가 있을 텐데, 사실은 아무도 제대로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내가 모르는 게 항상 있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무언가가 항상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


- 연구 없이 실수한 적도 있나.

"물론이다. 사업 초기였는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큰돈을 번 적이 있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은 다 손해를 보고 있었는데 나만 돈을 벌었다. 그래서 ‘아, 이제 알겠다!’ 하고는 다음에 같은 방식을 한 번 더 적용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돈을 잃는 게 아닌가. ‘다른 사람들도 내가 아는 걸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접근했던 게 패착이었다. ‘내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아는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 개인투자자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까.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말을 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분 각자가 잘 아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패션이든, 자동차든. 그러니 투자할 땐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야 투자 기회를 찾기가 수월하다. 주변의 소문(hot tip)에 휘둘리지 말라. 대신 혼자서 많은 것을 보고, 읽고, 연구하고, 생각하라."

- 각종 자산 중 금값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금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나는 금과 은 모두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금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어서 은만 추가 매수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두 자산 모두 오를 것이지만, 은은 역사적으로 볼 때 아직 싸다고 생각한다. 금 역시 가격이 하락하면 더 매수할 생각이다. 특히 사람들이 금을 싫어할 때 사려고 노력할 것이다. 물론 나도 가끔 감정적으로 행동해서 실수하긴 하지만."

- 은은 귀금속인 동시에 산업재로 쓰인다. 그런데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면 은 가격도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금값이 워낙 강세여서 사람들이 은에는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은은 방치돼 있고 나는 그런 자산에 주목했다. 지적하신 이유 역시 은 가격이 떨어진 이유다. 하지만 나는 가격이 떨어졌다면 오히려 들여다봐야 한다고 본다."

- 현시점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 부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만약 내가 진짜 유망한 자산을 알았다면 지금쯤 엄청난 부자가 됐을 것이다. 그만큼 찾기가 어렵다.(웃음) 어쨌든 내가 배운 건 침체된 자산을 들여다보라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농업이다. 농업은 많은 나라에서 침체돼 있어서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앞서 말한 은도 마찬가지다. 침체된 자산을 찾아보시라. 반드시 투자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관심은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농업이 발달한 미국, 호주, 브라질 등을 확인해보라."

- 현재 글로벌 금융 시장에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워싱턴 D.C.다. 백악관뿐만 아니라 의회, 중앙은행 모두 더 많은 실수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역사적으로도 큰 집단이 모이면 항상 실수를 해 왔다. 특히 미국은 역대 가장 많은 정부 부채를 갖고 있음에도 워싱턴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이것이 미국과 세계 모두에 좋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 이번에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위기 때 기회를 잘 보지 못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잘 통제하고 똑똑하다면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나 역시 인생에서 많은 실수를 했다. 보통은 연구를 안 했거나, 게을러서 혹은 너무 똑똑하다고 자만한 탓이었다. 그렇기에 항상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이나 기사를 읽을 것을 추천한다. 많이 읽을수록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잘 대비할 수 있다."

- 연구 이외에 또 중요한 투자 원칙이 있다면.

"부자가 되고 싶은가. 첫째, 저렴한 것을 찾아라. 둘째, 긍정적인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을 찾아라. 어떤 산업이 저렴하면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면, 그리고 이걸 남들보다 먼저 찾아낼 수 있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1년 내 경기 침체 온다…銀, 농업처럼 저평가 자산을 찾아라”
- 우즈베키스탄 자산에 투자 중이라고 들었다. 인상 깊었는데, 우즈베키스탄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세계 여행을 자주 다닌다. 우즈베키스탄도 서너 번 방문했다. 이 지역은 내가 앞에서 말한 ‘저렴하면서도 변화가 있는’ 지역이었다. 자원이 많고 노동력이 저렴하고 교육받은 사람들이 많다. 부유한 이웃 나라들, 특히 중국과도 가깝다. 또한 국가가 적극적으로 운영 방식을 개선하려고 한다."

-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젊은 층이 미국 주식 투자에 많이 뛰어들었다.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역사상 이런 일(폭락 후 급등)은 여러 번 있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잘 아는 것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에 조심스럽게 임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말고 자신만 믿고 투자하라. 성공하려면 때로는 따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지루한 사람이 돼 좋은 투자처를 많이 찾아 성공을 거둔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당신을 ‘따분한 인간’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시장과 같은 기회는 또 올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항상 다음 기회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한경제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