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가리지 않고 술에 손이 가는 계절이 돌아왔다. 올여름을 책임질 주류 리스트.

[주류 트렌드]
WHEN SUMMER COMES
1 오이스터베이 샤르도네 당연한 얘기지만, 날씨가 더워지면 진득한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에 더 손이 가기 마련이다. 특히 평소보다 차갑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의 쨍한 산도는 더위는 물론 스트레스까지 한 방에 날려버린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오이스터베이는 올여름을 겨냥해 ‘오이스터베이 샤르도네’를 선보인다. 뉴질랜드 해양의 서늘한 기후와 고대 충적토의 영향으로 과일 풍미가 강하며, 향기로운 하얀 복숭아와 라임 향이 오래 지속되는 활기찬 시트러스와 크리미한 질감이 특히 매력적이다. 프랑스산 오크 배럴과 스테인리스 탱크를 각각 50%씩 활용한 발효 및 숙성을 통해 깊고 균형 잡힌 보디감을 느낄 수 있는데, 해산물은 물론 닭고기나 파스타와도 잘 어울린다. 2024년 뉴월드 와인 어워즈 뉴질랜드 부문에서 90점을 받았다고 하니 믿어도 좋다.

2 터치 진 여름에 마시기 좋은 딱 한 가지 술을 골라야 한다면, 진Gin이 아닐까. 차갑게 칠링한 잔에 얼음을 가득 채워 마시는 진토닉은 그 어떤 술보다 시원하다. 믿거나 말거나, 먼 옛날에는 해열제로 사용할 만큼 몸의 열을 내려주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이런 진의 으뜸 매력을 꼽자면, 만드는 재료와 첨가하는 에센스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낸다는 것. 다시 말해 싱글 몰트위스키처럼 취향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새롭게 출시한 ‘터치 진’은 동서양의 조화가 절묘하다. 진의 기본 골조를 유지하면서도 국내산 쌀과 밀, 보리를 발효해 술을 빚고 솔방울과 송절 등의 재료로 한국적 ‘터치’를 가미했다. 산들산들 허브 향이 산뜻하고, 곡물 향도 고소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짙은 솔 향이 상큼한 기분을 더하는데, 청량한 맛이 더위에 축 처진 입맛을 ‘확’ 돋운다.

3 로얄살루트 21년 리우데자네이루 폴로 에디션 여름과 위스키는 궁합이 좋지 못한 편이다. 왠지 무겁게 느껴진달까. 하지만 ‘로얄살루트 21년 리우데자네이루 폴로 에디션’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위스키인데, 시원하다. 무슨 이야기일까. 우선 이 술은 여름만큼 뜨거운 열정을 지닌 나라 브라질, 그중에서도 리우데자네이루의 활기찬 에너지를 모티프로 만들었다. 잔에 따르면 초여름 태양에 빛나는 보리밭 색상인데, 이윽고 코를 갖다 대면 짙은 녹음을 연상시키는 허브 향이 코끝을 휘젓는다. 숲속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맛은 한술 더 뜬다. 허니듀 멜론과 코코넛, 그을린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 풍미가 하나씩 피어 오른다. 마지막을 책임지는 건 로얄살루트다운 복합적이면서도 긴 여운. 브라질 국기에서 영감받은 샛초록 보틀도 눈을 시원하게 한다.

4 클라세 아줄 메즈칼 게레로 흔히 테킬라를 메즈칼의 상위 개념쯤으로 구분하는데 사실 아가베로 증류한 모든 술이 메즈칼이고, 멕시코 할리스코주 등 일부 지역에서 생산한 것만 테킬라라고 부른다. 코냑이 브랜디의 한 종류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럼 둘의 맛은 비슷할까? 그렇지 않다. 익숙하지만 다른 것, 메즈칼의 매력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클라세 아줄의 메즈칼 라인업은 고급 메즈칼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게레로’는 습한 고원지대에서 자란 야생 아가베를 화산암으로 구워 만든다. 한 모금 머금으면 시트러스한 풍미 뒤로 후추와 나무 맛이 감돌다 담배 향처럼 스모키한 향이 훅 올라오는데,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후 마시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5 경성과하주 우리 선조들은 이 술로 지난한 여름 더위를 식혔다. 이름부터 과하주(過夏酒), 즉 ‘여름을 나는 술’이라는 뜻이다. 더운 날씨에 변질되기 쉬운 약주에 증류주인 소주를 섞어 빚은, 발효주의 저도수를 보완하고 도수 높은 증류주를 음용하기 좋게 만든 조상의 지혜로움이 담긴 술이다. 술아원에서 만든 ‘경성과하주’는 여주의 햅쌀을 발효시킨 쌀 증류 원액으로 빚는데, 첫맛은 날카롭고 뒷맛은 부드럽다. 한 모금 마시면 쌀과 누룩, 꿀, 과일 풍미가 그윽하게 입안을 채운다.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담아 온더록스로 즐기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단, 달큼한 맛에 속아 얕봤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는 대표적 앉은뱅이 술이라는 점은 잊지 마시길.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박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