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리서치가 인적분할 결정 이후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주사가 전체 지분의 75%를 보유하는 이례적인 분할 비율에 시장의 불신이 커진 것이다. 분할 후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증권가는 주가의 단기 약세를 전망하면서도, 조정 이후 전략적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종목 집중탐구]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파마리서치 본사 사옥. 사진=파마리서치 제공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파마리서치 본사 사옥. 사진=파마리서치 제공
연어 주사 ‘리쥬란’으로 유명한 K-에스테틱 수출 업체 파마리서치가 기습적인 인적분할 발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주주들은 파마리서치가 '중복 상장'을 추진해 기업 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분할을 비판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주주들의 의구심이 해소될 때까지 주가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파마리서치는 지난 6월 13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계획을 공시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파마리서치의 주가는 17.11% 급락한 43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약 1조 원 쪼그라들었다. 17일에도 주가는 8% 넘게 떨어졌다.
동해안 연어 정액에서 추출한 PDRN(폴리디옥시리보뉴클리오티드)을 핵심 성분으로 하는 파마리서치의 스킨부스터 '리쥬란'. 국내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파마리서치의 주력 제품.
동해안 연어 정액에서 추출한 PDRN(폴리디옥시리보뉴클리오티드)을 핵심 성분으로 하는 파마리서치의 스킨부스터 '리쥬란'. 국내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파마리서치의 주력 제품.
신설 사업회사 가치 낮게 평가

투자를 담당하는 존속법인(지주사) 파마리서치홀딩스와 기존 에스테틱 사업을 담당할 신설법인(사업회사) 파마리서치로 인적분할한다고 밝힌 영향이다. 신설법인은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기존의 사업을 모두 이전받게 된다.

분할 비율은 지주사 0.7427944, 파마리서치 0.2572056이다. 분할 후 총자산은 각각 5802억 원, 2195억 원 규모다. 이번 인적분할은 오는 10월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분할기일은 11월 1일이다. 이후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재상장이 추진된다. 기존 주주는 동일 비율로 두 회사 지분을 배정받는다.

파마리서치 측은 “사업과 투자 기능을 분리해 각 부문 전문성을 강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가 하락은 피하지 못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일명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파마리서치홀딩스가 상장 자회사인 파마리서치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하는 '지주사 30% 룰'에 따라 유상증자나 현물출자가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며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로 이례적인 분할 비율을 꼽는다. 과거 주요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지주사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분할 발표 전 파마리서치의 시가총액(5조5000억 원) 기준으로 분할 비율(0.74대0.26)을 적용하면, 지주사의 가치는 약 4조1000억 원, 사업회사인 파마리서치의 가치는 약 1조4000억 원이다. 파마리서치의 올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905억 원으로, 이 비율에 따라 사업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을 계산하면 7.2배에 불과하다. 지난해 파마리서치의 PER 30배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사업회사의 가치가 과도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뜻이다.

지주사에 현금 몰아주기 논란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지주사에 75% 수준의 분할 비율을 설정한 사례는 없었다"며 "수출이 늘어나는 K-소비재로서 인적분할을 진행했던 F&F홀딩스와 F&F의 경우 5대5 수준이었고, 의료기기 업체로서 최초로 지주사 체제를 만들려고 했던 오스템홀딩스와 오스템임플란트 사례에서도 지주사는 40~50%의 분할 비율이 설정됐다"고 지적했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지주사가 전체 가치의 75%를 배분받는 구조로 설계됐는데, 기업의 실질적인 수익창출력과 브랜드 가치, 성장성은 전적으로 신설법인 파마리서치에 집중돼 있어 분할 비율과 실질 가치 사이의 괴리가 크다"며 "결과적으로 주주는 합산 1의 지분을 받지만, 실제 가치는 0.25에만 담겨 있다는 인식을 유발하기 좋은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불편한 분할 비율이 회사 거버넌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단기적으로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마리서치 측은 지주사의 분할 비율이 높은 이유를 자산 총계에서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회사에 제2 판교 사옥과 생산시설을 할당하고, 지주사에 제1 판교 사옥과 인수합병(M&A) 등 투자 사업을 위한 현금성 자산을 배분하다 보니 지주사의 분할 비율이 높게 산정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파마리서치의 순자산은 5406억 원으로 이 중 3452억 원이 현금성 자산이다. 이 중 3131억 원(90.7%)은 분할 이후 지주사에, 나머지 322억 원(9.3%)은 사업회사인 파마리서치에 돌아간다. 회사 측은 "분할 직후 신설법인에 할당되는 현금성 자산이 적지만, 신설법인이 주요 사업을 하기 때문에 현금 창출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양양군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에서 외국인 의사들이 리쥬란 ‘연어주사’에 사용되는 연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강원도 양양군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에서 외국인 의사들이 리쥬란 ‘연어주사’에 사용되는 연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돈 안 들이고 지배구조 강화 효과

업계에선 이번 인적분할을 돈을 들이지 않고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묘수'로 평가한다. 분할 후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현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지주사의 신주를 발행해 사 오는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주사 30% 룰'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파마리서치는 오는 12월 10일 신설법인을 상장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신설법인 파마리서치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공개매수에는 모든 주주가 참여 가능하지만, 최대주주 이외 일반 주주들은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리쥬란'의 성장성과 추가 M&A 등 여러 호재를 고려했을 때 지주사보다 사업회사인 파마리서치의 투자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최대주주인 정상수 파마리서치이사회 의장과 그 외 주요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마리서치의 창업자인 정 의장은 신설법인 지분 약 34%를 보유하게 되는데, 공개매수에 참여해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회사와 최대주주는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신 연구원은 "2021년 7월 진행된 F&F홀딩스와 F&F 공개매수에서도 참여 물량 대부분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의 주식이었다"며 "파마리서치도 최대주주가 큰돈을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복 상장, 기업 가치 할인 우려"

일부 주주들은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파마리서치 지분을 약 1% 들고 있는 머스트자산운용의 김두용 대표는 6월 16일 홈페이지에 "인적분할을 하더라도 현물출자를 통해 모회사와 자회사 구조의 지배구조로 바꿀 계획이 있는 만큼 중복 상장 문제가 대두된다"며 "분할 결정이 전체 주주를 위한 결정인지 대주주만을 위한 결정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물적분할 대신 두 회사의 신주인수권이 기존 주주에게 부여되는 인적분할을 선택해 투자자 피해가 없다"는 파마리서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중복 상장은 한국 자본시장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며 “결과적으로 중복 상장한 기업은 본래 기업 가치 대비 할인돼 시장에서 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다른 방법도 있는데 인적분할을 택한 것은 대주주의 회사 지배를 효율화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며 "분할 후 현물출자를 통해 모회사 대주주 지분율은 현재 약 30%에서 크게 상승하는 반면 전체 주주 권한은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주가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엇갈린다. 김지은 DB증권 연구원은 "공개매수 전까지 신설법인은 성장성과 기대감을 반영해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분할 이후 톡신 사업과 분리되고 M&A에 따른 추가 모멘텀을 잃어버리게 돼 중장기적으로는 현재와 같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주사로 전환되는 파마리서치홀딩스는 향후 현물출자에 따른 신주 발행과 이로 인한 수급 부담 및 주가 희석에 대한 우려가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 이후 본업 중심의 신설 파마리서치가 독립된 법인으로 재상장되면서 시장의 직접적인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인적분할 이슈가 단기적으로 매도 트리거가 될 수는 있지만, 장기 수익성과 밸류에이션 복원 가능성을 고려하면 조정 이후 전략적 매수로 대응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파마리서치 강릉 공장에서 한 연구원이 스킨부스터 리쥬란 생산 공정을 감독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파마리서치 강릉 공장에서 한 연구원이 스킨부스터 리쥬란 생산 공정을 감독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기습 분할에 시총 1조 증발…파마리서치, 주가 전망은
기습 분할에 시총 1조 증발…파마리서치, 주가 전망은
기습 분할에 시총 1조 증발…파마리서치, 주가 전망은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