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하나증권 WM혁신본부장의 지향점은 뚜렷하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변화에 휘둘리기보다는, 시간이 걸려도 고객의 삶을 들여다보며 신뢰를 쌓는 길을 걷겠다는 포부다.

[WM 리더] 김정현 하나증권 WM혁신본부장
“‘진짜 마음’ 읽는 게 PB 역량… 고객의 삶 이해하는 조직 만들 것”

“PB에게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표현을 많이 하죠.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은 고객이 정말 원하는 걸 찾아내는 거예요.”
김정현 하나증권 WM혁신본부장(상무)은 프라이빗뱅커(PB)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고객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진짜 마음’을 읽어내는 역량을 꼽았다. PB가 고객에게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도하게 가공된 스토리는 초고액자산가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생각에서다. 고객의 마음을 열고 제대로 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해내려면 그들의 마음을 읽으려는 ‘진심’과 최선을 다하는 ‘전심’이 필요하다.
김 본부장은 “과거에 했던 PB 영업 방식이 아닌, 고객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며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게 과거 PB 영업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1일 김 본부장을 만나 고객을 중심으로 자산관리(WM)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WM혁신본부를 신설했는데요. 어떤 역할을 하는 조직인가요.
“WM혁신본부는 하나증권의 WM 전략을 제시하고,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을 서포트하기 위한 역할이 큽니다. WM 비즈니스의 방향과 원칙을 정립하고, 그 철학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드는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죠.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PB 서비스의 그림이 대부분 비슷하다고 느끼는데요. 비재무적 서비스의 성격도 대동소이하죠. 하지만 이제 한국의 WM 시장은 단순히 수익률 높은 상품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고액자산가들은 자산의 단기 운용보다도 가업승계, 세금, 글로벌 자산 배분처럼 훨씬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상담을 원하거든요. 과거에 했던 방식이 아닌, 고객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PB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게 과거 PB 영업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죠. 모든 PB가 고객을 중심으로 설계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WM혁신본부 출범 이후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PB 역량 강화입니다. 하나증권 PB는 고객의 재무 구조나 생애 주기, 장기적인 목표를 먼저 이해하고 그에 맞는 WM 설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런 상담 역량이 가능하려면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는데요. 전사 전문가들이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본점과 지점, 유능한 PB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도 집중했죠.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모아 새로운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제 본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났는데요. 확실히 조직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예전에는 담당 PB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됐다면 지금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팀워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PB 역량 강화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우리는 공부하는 조직 문화를 추구하고 있어요. 하나증권의 PB는 골드 PB, VIP PB, Pre-PB 등으로 등급이 나뉘어져 있는데요. 각 등급에 맞는 역량 교육과 실전 훈련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비 PB라고 할 수 있는 Pre-PB는 상담 기초와 고객 이해를 중심으로 교육을 받습니다. PB에게는 고객이 정말 필요한 것을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금융의 언어와 고객의 언어가 일치하는 과정에서 시너지가 제대로 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고객이 상담 과정에서 ‘이 사람이 내 자산을 잘 이해하고 있구나’라는 신뢰를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 기반의 사고와 고객의 니즈를 정리하는 능력, 스피치 역량을 갖춰야 하죠. 이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전형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VIP PB부터는 실제 고객에 대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 설계, 리스크 진단, 글로벌 자산 배분과 같은 정교한 역량을 쌓습니다. 또 PB의 핵심인 골드 PB는 초고액자산가의 복합적인 이슈를 다루는 자산관리 설계자로서의 교육을 받아요.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설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꾸준히 학습하고 있죠. 이들이 성장해 최종 단계인 마스터 PB로 진화하게 되는 겁니다.”
PB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뭔가요.
“고객의 진짜 마음을 읽어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보통 PB에게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표현을 많이 하죠.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은 고객이 정말 원하는 걸 찾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지식을 쌓아야 하고 위험 관리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하는 것도 중요해요. PB로서의 욕심만 추구하지 않고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렇게 해야만 고객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가공된 스토리는 초고액자산가들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주니어 PB들은 외환위기,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 글로 배울 수밖에 없었죠. 60세 이상의 자산가 고객은 그런 사건들을 몸소 경험한 분들이잖아요. 삶이 녹아 있는 그런 처절한 경험에 젊은 PB들이 어떻게 섣불리 다가가겠어요. 고객이 PB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말이 와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보다 훨씬 경험이 부족한 PB가 자산 관리를 맡아주겠다고 하면, 고객은 자산을 쉽게 맡길 수가 없습니다. 자산 규모가 큰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려면 일단 PB 본인의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파이를 키우기 위한 역량은 고객의 마음에 다가가는 것이고요.”
“‘진짜 마음’ 읽는 게 PB 역량… 고객의 삶 이해하는 조직 만들 것”

자산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하나증권의 강점에 대해 설명한다면.
“실제로 메이저 증권사와 은행들이 패밀리오피스 조직을 강화하는 등 고액자산가 고객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많은 금융사가 ‘맞춤형 자산관리’를 제공한다고 강조하는데, 하나증권은 거기서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갑니다. 고객의 재무 여정 전반에 깊이 관여하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일관된 철학을 갖춘 자산관리를 제안 드립니다. 고객 스스로 ‘이 정도면 PB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경험을 설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죠. 올해부터는 하나더넥스트팀의 컨설팅 쇼케이스가 시작되는데요. 기업 매각 고객, 해외 거주 자녀를 둔 가업승계 고객, 법인자산을 개인으로 이전하려는 최고경영자(CEO) 등 가상의 고객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나증권이 고객에게 어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지 제시할 계획입니다. 상담 전부터 하나증권의 PB 역량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도록 ‘살아 있는 사례’를 만든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또 하나증권은 고객의 상황에 맞춰 전사 전문가가 팀 단위로 협업하는 ‘팀 베이스 어드바이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담당 PB가 파악한 고객의 고민을 세무, 부동산, 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맞춤형 솔루션으로 설계합니다.”
하나증권은 리서치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는 증권사이기도 합니다. WM과의 시너지 효과가 궁금합니다.
“하나증권은 리서치 부문에서 업계 최상위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고객에게 상품을 제안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해당 산업이 향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 포괄적으로 아우르기 위해서는 리서치가 기반이 돼야 합니다. 고객 자산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인 역량이죠. 금리와 경기가 움직이는 흐름을 기반으로 고객의 이해를 돕는 것도 중요한 역할입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하나증권만큼 전체 산업과 분야를 커버리지하는 증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리서치를 포함한 회사 전체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는 게 타사와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오프라인 전략이 궁금합니다.
“깊이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공간이 주는 신뢰감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나증권은 전국 주요 거점에 분포된 WM 점포를 ‘영업 창구’가 아닌 ‘고객 경험 기반의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려 합니다. 그 일환으로 올 하반기 강남 지역에 메가센터를 오픈할 계획인데요. 기존의 대면 상담의 전형을 벗어난 점포 콘셉트로 준비하고 있어요. 디지털로는 전달할 수 없는 ‘신뢰’와 ‘공감’의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조명과 동선, 상담 방식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축적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향후 메가점포를 중심으로 WM 비즈니스를 제대로 펼치기 위해 기업금융(IB)과 세일즈앤트레이딩(S&T) 조직이 함께 움직일 예정인데요. 그동안 하나증권이 쌓은 노하우를 총망라한 콘셉트인 만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전략을 WM에 접목할 계획도 있나요.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는 여전히 ‘사람 중심의 신뢰 비즈니스’입니다. 자산의 성격이 복잡해질수록 고객은 ‘PB가 나를 이해하고 있는지’에 더 집중합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하나증권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심층적 대화의 가치를 더욱 강화할 방침입니다. 다만 비즈니스의 후방에서 정밀도를 높여주는 디지털 기술의 역할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WM혁신본부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구조 분석, 글로벌 자산 배분 시뮬레이션, 세무 진단 등에 인공지능(AI)의 접목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또 고객 프레젠테이션과 보고서 작성에도 AI를 도입해 질 높은 자료를 제공하려 합니다. 결국 하나증권이 지향하는 디지털 전략은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통찰을 더 선명하게 전달해주는 기술인 거죠.”
현시점 WM 시장에서 하나증권의 위치를 평가한다면.
“솔직히 하나증권은 WM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던 조직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먼저 달려가던 금융사의 뒤에서 방향을 새롭게 잡고 있는 포지션에 가깝죠. 하지만 올해 우리의 슬로건이 ‘변화와 혁신’인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한 체질 개선이 아니라, 자산관리라는 ‘업의 방식’을 새롭게 설계하는 데 집중하며 해답을 만들고 있어요. 새로운 흐름을 먼저 제시할 수 있는 WM 조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아직 도전의 한가운데에 있지만 향후 WM 분야에서 하나증권의 위치를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올해 자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독자들에게 투자 조언을 해준다면.
“하반기 자산 시장은 상승과 하락이 갈리는 분수령에 있습니다. 신호(signal)와 잡음(noise)을 구분해야 하는 시기죠. 우선 잡음(noise)은 트럼프발 관세입니다. 트럼프 2기 관세는 장기적인 시계를 갖고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 재정, 리쇼어링과 연관이 깊은 이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관세는 협상 카드인데, 이는 선부과, 후협상 패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국 행정부가 중국, 유럽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7월 초까지 유예한 상황을 감안하면 최악의 시기는 지나고 있다고 읽힙니다. 관세 불안감이 경감하면 글로벌 경제 전망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호(signal)는 유동성 국면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달러 약세, 금리 인하, 적자재정 등이 예상되고 있으며, 달러 지수는 이미 떨어졌죠. 주요국은 금리 인하를 단행했거나 인하 시기를 조율 중입니다. 유동성 증가는 자산 가격에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더불어 올 하반기에는 자산 배분이 단연 중요합니다. 주식은 지난 1년 동안 미국 중심으로 쏠림이 있었죠. 하반기부터는 그동안 소외됐던 아시아 주식으로도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한국 주식에도 오랜만에 관심을 가질 때입니다.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장기채보다는 단기채에 메리트가 있을 전망입니다. 대체자산도 중요합니다. 2년 가까이 상승한 금은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라는 측면에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입니다. 고객들에게 ‘당신의 포트폴리오가 빛날 수 있도록 만들어야 수익도 빛날 수 있다’는 조언을 드립니다. 부동산과 디지털 자산도 유동성 국면이라는 점에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다만 이들 자산은 정책에 민감하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옥석을 가릴 시기입니다.”
중장기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이미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죠. 단순히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고객이 어떤 정보와 해석을 필요로 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하나증권은 앞으로 설계와 해석을 중심으로 하는 자산관리 모델을 구축해 가려 합니다. 상담 공간 역시 고객에게 상품을 선보이는 자리가 아니라, 고객의 삶과 재무 계획을 함께 펼쳐보고 정리할 수 있는 무대로 바꿀 것입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실적을 쌓을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하려 합니다. 고객과 함께 성장하며 우리만의 가치를 실현할 것입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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