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블랙(the Black)’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카드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온 현대카드가 최근 국내 최초의 ‘아멕스 센츄리온’ 출시를 계기로 프리미엄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금융사 혁신 탐구] 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지난 6월부터 ‘아멕스 센츄리온’을 단독으로 발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멕스가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카드 운영 및 브랜드 관리 역량을 높게 평가해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현대카드는 2023년 5월부터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 3종(플래티넘·골드·그린)을 단독으로 발급해 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해외 아멕스 관계자들이 현대카드 본사를 찾는 사례도 이어졌다.
현대카드는 지난 20여 년간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입지를 넓혀 왔다. 2005년 국내 최초의 VVIP 카드 ‘더 블랙(the Black)’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카드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었고, 이후 ‘더 퍼플(the Purple)’, ‘더 레드(the Red)’ 등 컬러 시리즈를 통해 페르소나 기반 마케팅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MZ(밀레니얼+Z) 세대를 겨냥한 ‘더 그린(the Green)’, ‘더 핑크(the Pink)’, 그리고 실생활밀착형 프리미엄 콘셉트의 ‘현대카드 서밋(Summit)’ 등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해 왔다.
국내 최초 VVIP 카드 ‘the Black’
현대카드는 2005년 국내 최초 VVIP 카드인 ‘더 블랙’을 출시하며 국내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얻는다. 이전까지 프리미엄 카드는 주로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기준으로 발급됐으며, 카드사 간 차별성도 크지 않았다. 혜택 역시 금전적 보상이나 물질 중심에 머물렀다.
‘더 블랙’은 상위 0.05%를 타깃으로, ‘인비테이션 온리(Invitation Only)’라는 새로운 가입 방식과 함께 등장했다. 단순한 자산 규모를 넘어 사회적 영향력이나 개인의 가치관 등 정성적 기준이 적용됐고, 이는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 전환점을 만든 사례로 평가된다. 명사와의 조찬 모임, 프라이빗 공연 등 희소한 경험 중심의 혜택도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다.
‘더 블랙’의 등장은 카드 업계뿐 아니라 백화점, PB, 고급 소비재 산업 등 프리미엄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후 프리미엄 고객을 대상으로 한 문화 행사나 맞춤형 서비스가 확산됐고, 자산관리 중심이던 프라이빗뱅킹 분야에서도 라이프스타일 컨설팅이 중요해지는 등 고객 접점의 기준 자체가 바뀌었다.
현대카드는 이후 프리미엄 카드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2006년과 2008년에는 각각 ‘더 퍼플’과 ‘더 레드’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카드 시장의 1차 확장에 나섰다.
당시 현대카드는 카드별로 고객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혜택과 브랜딩 전략을 차별화하는 마케팅 방식을 도입했다. 페르소나 마케팅은 각 카드별로 페르소나를 설정함으로써 해당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더 퍼플’은 보라색이 가지는 이미지를 차용해 사회적 영향력이 높은 전문직, 임원층을 대상으로 취향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다. ‘더 레드’는 새로운 소비 주도층으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3040세대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창의적이고 트렌디한 소비 성향을 반영했다.
현대카드는 2018년과 2021년에는 ‘더 그린’과 ‘더 핑크’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카드 시장의 2차 확장에 나섰다.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이 카드들은 기존 프리미엄 카드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깨고자 했다. ‘더 그린’은 여행 및 해외 사용, ‘더 핑크’는 프리미엄 쇼핑에 특화된 혜택을 중심으로 기획돼 자기만족형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층의 니즈를 반영했다.
지난해엔 ‘현대카드 서밋’을 출시하며 ‘일상 속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10대 시절 X세대로 불린 ‘엑스틴(X-Teen)’ 소비자를 주요 타깃으로, 자기 투자와 자녀를 위한 소비에도 적극적인 새로운 고객층을 겨냥했다. 바우처, 라운지, 발레파킹과 같은 기존의 프리미엄 혜택과 함께 교육, 의료 등 일상 속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화려함 중심으로 일상과 괴리됐던 프리미엄 개념이 일상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발빠르게 반영한 시도로 호평을 얻었다.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카드 전략은 강한 브랜딩 역량을 기반으로 한다. 컬러를 테마로 한 ‘퍼플’, ‘레드’, ‘핑크’, ‘그린’ 등 이른바 ‘컬러 시리즈’는 카드 이름과 플레이트 디자인에 개성 있는 색상을 적용한 독창적인 시도로, 당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보기 어려운 방식이었다.
이러한 시도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각 카드별로 명확한 고객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 혜택 구성까지 일관되게 연결한 전략이 있었다. 카드 소지자들이 해당 카드에 자신을 투영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플레이트 디자인에 메탈 소재를 국내 최초로 적용한 점, 문화 콘텐츠 기반의 마케팅 자산(현대카드 라이브러리·슈퍼콘서트·컬처 프로젝트 등)도 브랜딩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6월 국내 단독으로 선보인 ‘아멕스 센츄리온’ 출시로 프리미엄 카드 시장의 판도를 다시 한번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카드 시장이 그간 국내 혜택 중심으로 운영돼 온 것과 달리, ‘아멕스 센츄리온’을 계기로 프리미엄 카드 업계가 글로벌 범위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을 통해 현대카드가 프리미엄 카드 운영 역량에서 글로벌 신용카드 브랜드의 신뢰를 얻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향후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서비스 확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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