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민주화’를 내세운 핀테크 기업 로빈후드가 가상자산, 토큰화 증권,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등을 앞세워 급성장하고 있다. 1분기 순이익이 114% 급증하며 주가도 날아올랐다

[글로벌 종목탐구]
로빈후드 웹사이트 화면. 사진=연합AFP
로빈후드 웹사이트 화면. 사진=연합AFP
"우리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금융을 민주화한다."

미국의 온라인 증권 중개 플랫폼 업체인 '로빈후드 마켓츠'가 내건 회사 미션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핀테크 업체인 로빈후드는 주식이나 옵션, 가상화폐를 수수료 없이 거래할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세를 탔다. 로빈후드 플랫폼을 통하면 주당 300달러가 넘는 테슬라 등을 쪼개서 매입할 수 있다.

올해 가을에는 일부 은행 서비스까지 사업이 확장된다. 블라드 테네프 로빈후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고객의 모든 금융적 필요를 지원할 것"이라며 "세금, 상속 계획, 자금 이동 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1분기 순이익 114% 급증…'자사주 매입'도

로빈후드의 주가는 지난 4월 초 트럼프 정부의 관세발 폭락장을 겪으면서도 올 들어 나스닥 시장에서 152.38%(7월 15일 기준) 상승했다. 지난 7월 2일 장중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여전히 최고가 근방에서 주가가 유지되고 있다.

최근 선물 거래, 은행 서비스 등 신사업에 대한 기대와 회사 호실적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회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 늘어난 9억2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114% 급증한 3억3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도 0.37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12%가량 웃돌았다. 코인 관련 외신들은 "로빈후드가 단순히 이용자 수만 늘린 스타트업이 아니라, 실제 수익을 내 수익형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호실적은 로빈후드의 각종 핀테크 사업이 순항 중에 있기 때문이다. 로빈후드의 월정액 서비스 '로빈후드 골드'의 경우 이용자가 320만 명으로, 월 5달러의 유료 서비스임에도 빠르게 회원 수가 늘고 있다. 골드 이용자는 전문 투자 리서치 이용, 미투자 현금에 대한 4% 이자, 최대 1000달러에 대한 무이자 혜택 등을 받는 서비스다. 지난해 말 고액자산 투자 자문 플래폼인 '트레이드PMR'을 인수하면서 410억 달러 규모의 자산도 확보했다.

로빈후드는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 가치 제고, 주가 안정을 위해 5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월 회사 이사회가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한 데 이어 총 15억 달러 규모 환매가 결정된 것이다. 이는 유통 주식 수를 줄여 EPS 개선에 긍정적이고 경영진의 미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해석이다.
지난 2021년 7월 로비후드 상장을 알리는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사진=연합AP
지난 2021년 7월 로비후드 상장을 알리는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사진=연합AP
유럽서 '토큰화 증권' 서비스

최근 들어 로빈후드의 '캐시카우'로 가상화폐 사업이 꼽힌다. 올 1분기 가상화폐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0% 급증한 2억5200만 달러를 달성했다. 회사는 지난해 8월 영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2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가상화폐 글로벌 시장에 대한 확장 의지를 분명히 했다. 비트스탬프는 2011년 설립된 글로벌 거래소로, 5000개 이상의 기관 고객과 5만 명에 달하는 리테일 고객을 보유한 업체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서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유럽이다. 지난 4월 회사는 리투아니아에서 중개업 라이선스를 취득해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지난 6월 로빈후드는 프랑스 칸에서 200종 이상의 미국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에 연동된 '로빈후드 스톡 토큰' 서비스를 유럽 시장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토큰은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주요 종목을 포함하고 있는 투자 상품이다. 해당 토큰은 블록체인 기업 아비트럼(Arbitrum)과 협력해 발행된다.

토큰화 주식은 주식을 블록체인 위에서 디지털 토큰 형태로 만든 것을 뜻한다. 진짜 주식 한 조각을 디지털로 만들어 24시간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게 한 것이다. 수수료와 스프레드가 없고, 배당금도 자동으로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정작 이 같은 토큰화 증권이 미국 시장에서는 출시되지 않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토큰화 증권이 여전히 ‘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어, 기존 증권법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SEC 측은 "블록체인 기술은 강력하지만, 기본 자산의 본질을 바꾸는 마법 같은 능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라며 “토큰화된 증권은 여전히 증권”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확장과 함께 여러 구설수에도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광고 문구로 사용한 “가장 저렴한 암호화폐 거래 방식”이라는 표현을 써 소비자 오해를 유발했다는 이유로 플로리다주 검찰의 조사도 받고 있다. 비상장 인공지능(AI) 업체인 오픈AI는 로빈후드 토큰화 상품으로 자사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7월 7일 오픈AI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오픈AI의 지분 이전은 당사의 승인을 필요로 하며, 우리는 어떤 이전도 승인한 바 없다”며 “소비자 여러분은 각별히 유의하라”고 밝혔다. 미국 CNBC는 "플로리다주의 수사, 오픈AI와의 갈등 등 여러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거래 수수료 프리’ 로빈후드…실적·주가 동반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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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한국경제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