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자 출신 이대호 대표가 이끄는 와이스트릿은 유튜브,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오프라인 세미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투자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투자 정보의 비대칭성을 깨뜨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커버스토리] 핀플루언서 인터뷰 - 이대호 와이스트릿 대표·편집장
‘지식도 복리효과’ 정보 비대칭 도전…“성장주의 시간 다시 온다”
77만 유튜브 구독자를 거느린 ‘와이스트릿’은 ‘지식과 자산의 복리효과’를 지향하는 경제·지식 미디어다. 이대호 대표 겸 편집인은 방송 기자 출신으로, 2021년 와이스트릿을 창업하며 본격적으로 핀플루언서의 길에 들어섰다.

“뉴스는 더 이상 신문 지면이나 방송국 스튜디오 안에서만 소비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속에서, 사람들은 훨씬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정보를 접하고 싶어 합니다. 최근 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여전히 콘텐츠의 힘은 강하죠.”

이 대표는 기자 시절에도 해외 연수 주제를 ‘뉴미디어’로 잡을 만큼 변화에 관심이 높았다. 회사 일과 병행하며 ‘주식 초등학교’라는 유튜브를 운영할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유튜브 시작 1년 만에 독립을 선언했다.

새로운 길, 와이스트릿의 도전

이 대표가 ‘와이스트릿’을 세운 2021년은 ‘동학개미 운동’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막차에 올라탄 심정이었다”고 회상할 만큼, 유튜브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었다.

초기부터 그는 ‘승부는 결국 콘텐츠’라는 원칙을 세우고, 수익화보다 먼저 신뢰를 쌓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다. 단순 종목 추천이나 뉴스 나열이 아닌, 왜 그 사건이 중요한지, 투자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풀어내며 맥락을 전달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특히 그는 투자의 가치와 기본기를 강조했다. 고수익이나 단기 매매를 내세우는 대신, 위험을 줄이고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투자 문화를 전하고자 했다. 유튜브 채널 내 ‘엄선, 필수 채널’ 카테고리에는 이런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가 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인지, 초창기 구독자들은 와이스트릿을 자연스럽게 가치투자 채널로 인식하게 됐다.

시청자들의 본능은 ‘단기적 종목 추천’에 좀 더 쏠리기 마련이다. 장기적 투자 문화 확립을 강조하는 콘텐츠가 폭발적 인기를 끌긴 어려웠지만, 가치투자를 표방하고 지원하는 채널이 드물어 와이스트릿은 차별화될 수 있었다.

“원숭이가 여우가 준 신발에 의존하다가 스스로 걸을 수 없게 된 우화가 있죠. 투자도 마찬가지로 남의 말에만 의존하면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잃어버려요. 유튜브 환경에선 떠먹여주는 콘텐츠가 조회수가 높죠. 그러나 투자는 본인이 판단하고 책임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종목만 좇는 투자자들은 부자가 되지 못해요.”

또한 공익적 콘텐츠와 취재 기반 차별화를 통해 활로를 찾았다. 와이스트릿을 통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대주주 양도세, 기업 거버넌스 등 사회적 의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다른 채널과 차별되는 ‘취재자의 시선’이 녹아 있었다.

그 전략은 통했다. 꾸준히 구독자 수가 늘어나고, 인터뷰를 요청하는 전문가와 기업도 늘어났다. 단순 조회수 중심의 콘텐츠 경쟁 속에서도 충성도 높은 구독자층을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출범 5년 차를 맞은 와이스트릿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복리처럼 지식과 자산을 꾸준히 쌓아 나간다는 콘셉이다.

이 대표는 세상의 모든 지식은 결국 투자 인사이트로 연결된다고 믿는다. 정보기술(IT)이나 인공지능(AI) 등 최근 산업·기술 동향을 콘텐츠로 다루는 이유다. 최근에는 중국 로봇 박람회에 방문해 중국의 로봇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영상을 제작해 반향을 이끌었다. 이와 같은 콘텐츠는 ‘지식의 복리효과’ 카테고리에 소개하고 있다.

“7시간짜리 과학지식 강의를 올린 적도 있어요. 또 국제 박람회나 전시회도 열심히 다니면서 현장감을 전해주려고 노력했어요. 이러한 지식 콘텐츠는 초기 반응은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 조회수가 누적되면서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한 축으로는 ‘투자의 복리효과’에서 투자·경제 중심 콘텐츠를 소개한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직접 섭외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채널의 전문성과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이 밖에 경제 및 정책 이슈에 대해 이 대표가 발빠르게 해설을 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야식 잡썰’도 인기 콘텐츠 중 하나다.

이 대표는 “유튜브는 즉시성과 심층성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레드오션 속 차별화 전략, 채널 확장

레드오션 속 차별화 전략으로 채널 확장도 이뤄졌다. 와이스트릿은 유튜브 외에도,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를 통해 두 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와이즈 클럽’, 과 ‘노다지 IR 노트’가 그것이다. 모든 확장의 기준은 한 가지, ‘콘텐츠 품질 유지’였다. 이 대표는 “채널이 커져도 단기 조회수를 위해 콘텐츠 방향을 바꾸는 것은 신뢰를 잃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프리미엄 콘텐츠인 ‘와이즈 클럽’은 매주 애널리스트 세미나를 온·오프라인으로 열어 개인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재야의 고수 혹은 투자 전문가 세미나도 정기적으로 연다.

이 대표는 “증권부 기자 시절,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와이즈 클럽은 이러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기존 애널리스트 세미나는 주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일반 개인투자자는 참여 기회가 제한적이죠. 저희는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애널리스트를 초빙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미나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구독자들은 산업 흐름, 기업 분석, 투자 전략을 깊이 있게 접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질문도 하면서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죠.”

이 대표는 또 다른 핵심 서비스인 ‘노다지 IR 노트’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기업의 IR 정보 역시 기관 중심으로 제한돼 개인투자자는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다.

“똑같은 투자자인데 개인은 IR 담당자와 통화도 어렵고, 탐방도 제한되죠. 저희는 상장 기업의 정보는 불균형, 차별적 제공 없이 모든 투자자에게 제공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다지 IR 노트’는 기업 탐방, 콘퍼런스콜에 참여하는 전문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이 직접 작성한 노트를 구독자에게 제공한다. 약 20명의 필진들이 참여하며, 하루 평균 5~10건의 노트가 업로드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기업이나 산업일수록 탐방 빈도가 높아 기관과 개인 모두에게 호응이 크다.

“언론사에 있을 때는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채널로서 구독자와 긴 시간 동안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구독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경제와 투자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경험이 저에게는 큰 의미입니다.”

구독자와 평생 같이 하는 미디어

와이스트릿의 다양한 콘텐츠 중 최근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세제개편안과 관련한 영상이다. 대주주 양도세와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같은 주제에 대해 구독자들은 수천 개의 댓글로 반응했다. 이 대표는 “핵심 구독자층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한국 사회의 자본소득 인식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많이 냈어요. 노동소득을 존중하지만 노후·제2의 인생을 위해서는 자본소득이 꼭 필요하죠. 자본소득이 죄악시 돼서는 안 되거든요. 이와 관련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거버넌스 개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였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언론부문 혁신상도 수상하고, 구독자들에게 ‘제도 개선에 힘써줘서 고맙다’는 피드백도 많이 받았어요.”

이 대표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처럼 오랜 시간 구독자와 함께 소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와이스트릿은 투자자들과 운명을 같이 하는 장기적 미디어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다.

“SNS 기반 미디어는 결국 ‘누가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진행자 개인의 신뢰와 전문성이 채널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70세가 넘어도 구독자들과 라이브로 소통하며, 대한민국 자본시장과 투자 문화가 더 나아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이 대표는 “하반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시장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해 “과거 대비 디스카운트 현상이 해소되고 정부의 의지도 강력하다”며 “미국 시장보다는 국내 시장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에 대해서는 “경기 둔화와 물가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소비 둔화로 인한 단기 조정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성장주의 시간은 다시 올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나스닥 중심의 투자와 달러 자산 보유를 추천했다.

하반기 주목 섹터로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꼽았다. 다만 일반 투자자에게는 개별 종목보다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활용을 추천했다.

“가치투자의 기본 전제는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섹터별 흐름을 이해하면 현재가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를 놓치지 않는 것이 투자의 핵심입니다.”
‘지식도 복리효과’ 정보 비대칭 도전…“성장주의 시간 다시 온다”
‘지식도 복리효과’ 정보 비대칭 도전…“성장주의 시간 다시 온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