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철 KT P-tech 본부장이 쓴 <팔란티어의 시대가 온다>는 국내 최초·최다 팔란티어 도입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와 기업 실무자들이 오해해온 팔란티어의 실체를 바로잡고 ‘온톨로지’를 중심으로 한 올인원 AI 솔루션의 경쟁력을 설명한다
[저자와 만남] 변우철 KT P-tech 본부장
‘팰런티어 전도사’로 불리는 변 본부장은 강단 있는 목소리로 책을 집필한 이유를 밝혔다.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는 것과 대조적으로 팰런티어라는 기업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 적고, 통용되는 정보 중에선 왜곡된 정보가 적지 않아 이를 바로잡아야겠다고 느꼈다는 것. 그는 “국내 투자자와 기업가, 실무자들이 팰런티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과장된 정보가 온라인을 휩쓰는 현상을 더는 묵과할 수 없어 팰런티어를 직접 겪은 내부자의 시선으로 그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펜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두산 등 팰런티어 도입 프로젝트 총괄
변 본부장은 ‘철통 보안’으로 잘 알려진 팰런티어 내부를 직접 들여다본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는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시절 팰런티어 시스템 전사 도입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국내 최초로 대기업 현장에 실제 팰런티어 솔루션을 구축했다. 이후 DL이앤씨에서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에 팰런티어 솔루션을 재도입·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KT에 몸담으며 팰런티어 프리미엄 파트너 체계와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팰런티어 시스템 도입과 관련해선 국내 최초, 국내 최다 타이틀을 거머쥔 ‘진짜 전문가’인 셈이다.
온몸으로 팰런티어를 겪은 사람 입장에선 최근 한국 사회에서 유통되는 팰런티어 관련 정보들은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잘못되거나 과장된 정보가 폭증하면서 팰런티어의 진상을 가리고,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주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팰런티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팰런티어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이를 다룬 유튜브와 블로그도 폭증했다”며 “팰런티어 실상을 잘 아는 내부자의 입장에서 보면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팰런티어의 이미지가 왜곡된 이유는 무엇일까. 실체를 꼭꼭 감춘 팰런티어의 보안 중시가 그 이유로 지목됐다. 변 본부장은 “팰런티어는 보안에 극도로 예민한 회사이기에 노출된 자료가 모두 외부자 관점일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서 팰런티어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팔란티어 시대가 온다>는 세 부류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 팰런티어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 팰런티어를 도입하려고 고민하는 기획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것. 일반 투자자부터 정보기술(IT) 실무자, 팰런티어 시스템 도입을 고민하는 경영자까지 다양한 독자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집필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지만, 범용성과 전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절대 쉽지 않은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자평이다.
팰런티어는 2001년 9·11테러를 기점으로 등장했다. 변 본부장은 “9·11 테러를 막을 수 없었다는 데 분노한 두 청년 피터 틸과 앨릭스 카프가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기업을 만들자’는 사명감에 창업에 나섰다”며 “팰런티어라는 회사명도 영화 <반지의 제왕> 속 멀리 보는 구술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전했다. ‘멀리 보며’ 테러의 위협을 막고 안전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하나로 끝나는 '올인원 솔루션'
그는 팰런티어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산업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근본 원인으로 ‘온톨로지’를 꼽았다. 팰런티어는 조직 내부의 다양한 데이터와 실제 세계의 사물·개념을 연결한다는 의미로 온톨로지라는 철학적 용어를 채택했다. 스탠퍼드대 로스쿨 졸업 후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했던 카프의 철학도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단어다.
변 본부장은 “경쟁사들은 챗봇과 리포트 요약, 번역 등 1차원적인 AI를 만드는 데 팰런티어는 ‘실제 업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온톨로지라는 가상 영역에서 실제 업무를 아예 대행할 수 있다는 점이 일반 AI 기업과 팰런티어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공간에서 데이터를 보고, AI로 판단하고, 그 즉시 실행까지 모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런 팰런티어 AI의 특징을 ‘실행할 수 있는 AI’로 정의했다. “경쟁사는 데이터 분석, 판단, 실행의 모든 과정이 단절된 형태로 이뤄지는데 팰런티어는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모든 게 끝난다”며 “AI는 그 과정에서 추가 데이터를 학습하며 다음 행동도 제안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업의 판매 물품 재고가 부족하다면 AI가 재고 현황 데이터를 분석한 뒤 발주를 제안하고 인간이 현실에서 행동할 필요 없이 발주까지 넣어준다. 직접 담당자가 발주라는 ‘실제 행동’을 해야만 했던 기존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변 본부장은 국내 투자자들이 ‘팰런티어의 정체성’을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너무나 다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데이터 플랫폼, 전사적자원관리(ERP), AI 플랫폼 등 모두 다르게 팰런티어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팰런티어 전문가 변 본부장이 정의한 팰런티어는 ‘올인원 솔루션’이다. 그는 “이용자마다 직면한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이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데이터 문제를 해결해주면 데이터 플랫폼처럼 생각하고 AI를 경험하면 AI 플랫폼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팰런티어는 모든 영역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올인원 문제 해결 도구’”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선보인 책의 강점은 팰런티어 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빚어지는 내부 저항을 현실감 있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변 본부장은 “지난 7년간 단 하루도 기업 관계자로부터 공격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국내 기업에 팰런티어 시스템 도입을 시도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데이터 성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조직, 팀 간 데이터 공유가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서마다 정보에 대한 독점욕이 있기에 전사적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 팔란티어의 도입을 꺼린다는 것이다.
데이터의 성역을 깨라
국내 기업들의 문제점으로는 팰런티어를 ‘어항 속의 물고기’로 가둬 두려 하는 점을 꼽았다. 각 부서가 데이터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팰런티어를 한정된 업무 영역에만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변 본부장은 “기업들은 문제가 생기면 매번 과거의 경험에 근거해서 해결책을 도출하려 한다”며 “팰런티어는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객관적인 도구”라고 강조했다.
변 본부장은 팰런티어 도입의 투자 대비 효과(ROI)를 높이기 위해서는 “솔루션을 휴대전화 요금제처럼 생각하고 써야 한다”고 말했다. “도입 비용이 적지 않은 팰런티어를 100% 활용하려면 최대한 많이 써야 한다”며 “쓰는 만큼 과금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량과 관계없이 정해진 가격을 지불하는 ‘엔터프라이즈 계약’으로 도입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영역에서만 쓰는 것과 전체 인원이 쓰는 건 합리성의 차원이 다르다”며 “도입 비용의 벽이 있더라도 모든 영역과 조직에서 온톨로지를 사용한다면 ROI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기업과의 교감, 현장성에 대한 중시가 팰런티어 경쟁력의 한 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팰런티어는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파견 엔지니어를 기업에 무조건 보낸다”며 “실제 고객과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고객 관점에서 문제를 푸는 회사”라고 했다. 팰런티어는 온톨로지를 마치 ‘모듈러 주택’이나 ‘레고 블록’처럼 여기는 데 초심자들에게 단순 블록만 던져준 뒤 완성을 바라면 안 되기에 안내자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 본부장도 “팰런티어도 파견 엔지니어를 무한으로 채용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현재 팰런티어가 보유한 엔지니어의 수는 3700여 명 정도다. 회사가 급성장했음에도 2019년의 1800여 명에서 엔지니어 수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대신 ‘아폴로’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AI 등을 이용해 운영체제 업데이트 등 엔지니어의 역할을 대체해주는 도구다.
변 본부장은 “팰런티어는 AI를 이용해 코딩, 로직 구현 등 간단한 업무를 하게 만들었다”며 “인간 엔지니어에게 주요 역할에만 집중하고 본질적 의사결정을 하게 도와주는 셈”이라고 했다. 실제 앨릭스 카프 최고경영자(CEO)는 올 2분기 어닝콜에서 “2035년까지 회사를 지금보다 1000배 키우겠다”면서도 “AI를 키워 인간 엔지니어의 수는 줄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지희 한국경제 기자 mymasaki@hankyung.com
돋보기/
‘팰런티어 전도사’가 본 경쟁력 비밀
<팔란티어 시대가 온다>(한국경제신문)는 2019년 최초로 국내 기업에 팰런티어 시스템을 도입했고, 가장 많은 기업(두산인프라코어·DL이엔씨·KT)에 팰런티어 온톨로지를 이식한 변우철 KT P-tech 본부장이 전하는 팰런티어의 ‘진짜 얼굴’이다. 실무를 전혀 모르는 ‘백면서생’이 책상에 앉아서 인터넷 서핑으로 피상적으로 ‘짜깁기’한 허다한 소개서들과는 격을 달리한다. 그가 묘사하는 팰런티어 생태계의 본모습은 그 복합성과 치밀함의 농도가 너무 높아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팰런티어는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356.15% 오르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구성 종목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회사가 글로벌 주식 시장을 이끌게 된 배경에는 압도적인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다.
팰런티어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어 막강한 영향력을 구사하고 있다. 팰런티어는 ‘세계에서 가장 바뀌기 어려운 조직’이라는 군대의 의사결정 방식을 통째로 바꾸고, 난제를 해결해 왔다.
2003년 창업 이후 미국 국방성과 미 중앙정보국(CIA), 미 연방수사국(FBI) 같은 기관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실제 작전과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솔루션에서 출발해 민간 기업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제조업, 에너지, 물류,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공급망 최적화, 비용 절감, 리스크 관리 같은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팰런티어는 단순히 AI 모델을 잘 만들어 급성장한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고객사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연결하고, 실제 행동 가능한 계획으로 바꾸면서 골칫덩이였던 현장의 난제들을 풀어 나갔다.
구체적으로 팰런티어의 AI 플랫폼이 일반적인 AI 서비스와 어떻게 다른지, 어떤 방식으로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실적 개선을 끌어냈는지 등을 책은 상세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기존 조직의 저항 양상이나,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들조차 팰런티어 플랫폼에 대해 지닌 통상적인 오해 등도 가감 없이 전한다.
팰런티어 관계자들과의 협업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통해 팰런티어의 독특한 기업 문화도 피부로 전해지는 것처럼 상세하게 그려졌다. 마치 눈앞에서 팰런티어 시스템 이식 관련 회의가 벌어지는 것과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팰런티어 창업자이자 <제로 투 원>의 저자 피터 틸과 CEO 알렉스 카프가 강조한 팰런티어의 경영철학 및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팰런티어 정신’에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살피는 것과 같은 소소한 읽는 재미도 적지 않다.
이 책은 총 5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여전히 팰런티어가 낯설기만 한 일반 독자와 투자자에게 안내 역할을 한다. 기업의 개요와 역사, 경쟁사 분석을 간명하면서도 압축적으로 전한다. 2장에서는 팰런티어와 한국 시장의 관계를 다루고, 3장과 4장은 저자가 팰런티어를 국내에 도입하는 과정에서의 경험과 시행착오들을 전한다. 팰런티어 실무를 총괄한 현장 최고책임자만이 전할 수 있는 생생한 에피소드와 그 속에 담긴 통찰이 가득하다. 5장은 팰런티어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온톨로지’ 개념과 실제 적용 사례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입문자부터 전문가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자칭타칭 ‘팰런티어 전도사’로 불리는 저자는 이 책이 팰런티어와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길 바라는 기업에는 실질적인 지침서가 되고, 투자자들에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길 바란다. 그동안 이름 외에는 모든 것이 막연하게만 여겨졌던 회사가 책장을 덮고 나면 어느덧 구체적인 실체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김동욱 한경매거진&북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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