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듀어스의 성장세가 매섭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다.

위스키도 패션처럼 유행이 돌고 도는 것일까. 한동안 싱글 몰트위스키가 고급 위스키의 대명사로 여겨지며 높은 인기를 이어갔지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블렌디드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하이볼 등 다양한 음용 방식이 보편화하면서, 적당한 가격대에 높은 만족감을 주는 데일리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바카디코리아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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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디드 위스키 ‘붐업’의 견인차 역할을 한 브랜드는 단연 ‘듀어스(Dewar’s)’다. 최근 듀어스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닐슨에 따르면, 듀어스는 지난 1년 동안 국내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에서 점유율을 3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전년 대비 302%(가치 기준)라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단기간 내 가장 빠른 성장세다.

깊고 부드러운 풍미의 비밀

추락하던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에 듀어스가 날개를 달 수 있던 이유는 역시 우수한 제품력 덕분이다. ‘부드럽다’ 혹은 ‘섬세하고 깔끔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팬층이 크게 두터워진 것이다. ‘깊은 부드러움’으로 대표되는 맛의 비밀은 듀어스만의 독자적인 블렌딩 기법에서 찾을 수 있다. 듀어스는 블렌디드 위스키로는 매우 드물게 ‘더블 에이징 공법’을 내세운다. 각각 숙성한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 원액을 블렌딩한 후 바로 병입하는 일반적인 블렌디드 위스키와 달리 듀어스는 이를 다시 특별한 오크통에서 6개월간 추가 숙성하는, 이른바 메링(각각의 위스키 원액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일종의 안정화 작업)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위스키들의 독특한 특성이 서로 조화를 이뤄 부드러운 맛이 완성된다는 것이 위스키 애호가들의 설명이다. 다양한 오크통을 활용한 추가 숙성, 다시 말해 캐스크 피니시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기존 위스키 맛에 새로운 맛을 한 겹 더 더하는 과정으로 그만큼 풍미가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변한다는 이점이 있다.
듀어스의 프리미엄 라인인 ‘듀어스 더블더블’은 한술 더 뜬다. 더블더블이라는 이름처럼 총 4단계의 숙성 과정을 거친다. 또한 위스키 원액의 맛과 향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19세기 전통 위스키 제조 기법인 비냉각 여과 방식(Non-chill filtered)을 고수해 위스키 본연의 아로마 풍미를 극대화했다.
바카디코리아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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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도 인정한 맛

듀어스의 뛰어난 맛과 우수한 품질력은 역사로도 증명된다. 듀어스는 1846년 스코틀랜드에서 존 듀어(John Dewar Sr.)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창립했다.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 역사에서 제품명에 메이커의 이름을 단 최초의 브랜드였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듀어스는 일찍이 제품력을 인정받아 1893년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영국 왕실 인증 허가 브랜드를 뜻하는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를 수여 받았다. 이후 국왕이 일곱 번이나 바뀌었지만 듀어스는 오랜 시간 로열 워런트의 지위를 유지했다.
듀어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상 경력을 보유한 위스키 브랜드이기도 하다. 전 세계 각종 위스키 품평회에서 들어 올린 트로피만 1000개 이상. 특히 듀어스 더블더블은 전 세계 3대 위스키 품평회 중 하나인 국제위스키품평회(IWC)에서 매년 유수의 싱글 몰트위스키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위스키’ 최상위권에 랭크되며 위스키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뿐 아니라 현재 듀어스의 풍미를 책임지는 마스터 블렌더 스테파니 맥로드(Stephanie Macleod)는 2019년 여성 최초로 ‘올해의 마스터 블렌더’에 선정된 이후 6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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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듀어스 하이볼?

듀어스가 처음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 건, 지난 2005년의 일. 그동안은 위스키를 아주 잘 아는, 이른바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사랑받아 온 브랜드였다. 그런데 그런 듀어스가 갑자기 ‘화제의 중심’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최근 국내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하이볼의 인기와 그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평이다. 이런저런 위스키로 하이볼을 만들어 마셔본 사람들이 결국은 돌고 돌아 ‘듀어스 하이볼’에 정착하게 됐다는 것. 듀어스만의 깊고 부드러운 풍미가 하이볼의 맛을 극대화한다는 평가다.
재미있는 사실은 하이볼의 ‘원조’ 역시 듀어스라는 점이다. 존 듀어의 둘째 아들인 토미 듀어(Tommy Dewar)가 미국을 여행하다가 한 바(bar)에서 긴 잔에 위스키와 얼음, 소다수를 넣어 달라고 주문했는데, 당시 술을 의미하는 볼(ball)과 긴 잔이 합쳐져 하이볼이라 불리게 됐다는 것. 실제 하이볼은 1902년 듀어스에 의해 상표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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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스가 위스키 업계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자 듀어스를 수입하는 바카디 코리아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바카디코리아는 위스키 한 병에 담긴 시간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를 강조한다. 배우 유연석과 함께한 신규 캠페인이 좋은 예다. 남성 패션잡지 에스콰이어와 협업으로 완성한 캠페인은 듀어스의 글로벌 캠페인인 ‘Here’s to the Story(당신의 특별한 이야기에 건배를)’와 연계해 기획된 로컬 프로젝트다. 자연 속에서 일상을 즐기는 배우 유연석을 통해 듀어스와 함께하는 특별한 순간을 담아냈다. 캠페인 영상은 바카디코리아 유튜브 채널과 에스콰이어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한경머니와 만난 바카디코리아 관계자는 “듀어스가 국내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니즈에 더욱 부응하려 한다”며 “프리미엄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로서 듀어스의 브랜드 철학과 세계적인 명성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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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 듀어스의 라인업이 더욱 풍성해진다. 지난 7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바 앤 스피릿쇼’에서 관람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듀어스 15년’이 국내 출시를 알린 것이다. 듀어스 15년은 셰리 및 버번 캐스크에서 6개월 이상 추가 숙성한 ‘더블 에이징’을 거쳐 부드러움과 깊이를 동시에 갖췄다. 꿀 같은 달콤함과 말린 과일의 향이 부드럽게 느껴져 위스키 초심자부터 애호가들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만하다. 이와 함께 추석을 겨냥한 프리미엄 선물세트도 출시한다. ‘듀어스 12년 하이볼 글라스 패키지’는 듀어스 12년과 함께 전용 하이볼 글라스를 제공하며, ‘듀어스 더블더블 21년 온더록스 글라스 패키지’는 듀어스 더블더블 21년과 온더록스 전용 글라스로 구성했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