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중국 빅테크 하락 베팅을 모두 청산했다. 대신 유나이티드헬스, 리제네론, 룰루레몬, 메타 등 콜옵션을 대거 매수하며 강세 전략으로 전환했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빅쇼트> 마이클 버리의 대변신…AI 거품론 접고 강세장에 베팅
<빅쇼트> 마이클 버리의 대변신…AI 거품론 접고 강세장에 베팅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지난 2분기에 완전히 달라진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지난 1분기 엔비디아와 중국 빅테크 기업들에 걸었던 대규모 풋옵션(하락 배팅)을 전량 청산하고, 대신 헬스케어와 저평가된 소비재 주식에 대한 콜옵션(상승 배팅)을 대거 사들이며 공격적인 강세론자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발상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리가 다시 한번 월스트리트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를 보였다. 불과 한 분기전 인공지능(AI) 버블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고하며 시장 하락에 베팅했던 그가 2분기에는 완전히 정반대의 전략을 들고나온 것이다. 일부에선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버리가 특정 섹터에서 강력한 '저가 매수' 기회를 포착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2분기 들어 정반대 전략 선택

지난 8월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의 2분기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사이언의 포트폴리오는 크게 변화했다. 6월 30일 기준 포트폴리오 규모는 약 5억7800만 달러로 1분기 말(약 1억9900만 달러)보다 191% 급증했다.

가장 큰 변화는 포트폴리오의 방향성이다. 1분기 사이언은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주식만을 보유하면서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풋옵션으로 채우며 약세장을 예상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이런 약세 베팅을 모두 정리했다. 대신 헬스케어, 소비재, 일부 기술주에 대한 대규모 콜옵션을 통해 시장 반등에 베팅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2분기 버리의 행보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지난 분기 그의 핵심 전략이었던 '하락 베팅'의 완전한 철회다. 버리는 1분기에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며 주가가 급등한 엔비디아에 대해 약 9800만 달러 규모의 풋옵션을 매수하며 AI 거품 붕괴를 경고한 바 있다. 미·중 갈등과 중국 내수 부진을 이유로 알리바바, JD닷컴, 핀둬둬, 바이두 등 중국 대표 기술주에 대해서도 대규모 풋옵션을 설정했었다.

하지만 2분기 보고서에서 이들 풋옵션은 사라졌다. 버리가 AI 섹터의 급락이나 중국 시장의 추가적인 충격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국 기술주에 대한 태도 변화는 극적이다. 버리는 알리바바와 JD닷컴에 대한 풋옵션을 청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두 기업에 대해 각각 2835만 달러와 3264만 달러 규모의 콜옵션을 신규 매수했다.

약세 베팅을 거둬들인 자리는 헬스케어 섹터가 차지했다. 2분기 사이언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종목은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이다. 그는 유나이티드 헬스에 대해 약 1억920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콜옵션을 매수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18.8%에 해당한다. 이와 별도로 보통주 2만 주(약 624만 달러)도 함께 매입했다.

미 최대 건강보험사 주식 대거 매입

유나이티드헬스는 최근 의료 비용 상승 압력과 정부의 규제 강화 우려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버리는 이런 악재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고,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시장 지배력을 고려할 때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도 유나이티드헬스 주식을 신규로 사들였다.

두 번째로 큰 포지션 역시 헬스케어 종목인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가 차지했다. 리제네론에 대해선 약 1억500만 달러 규모의 콜옵션을 설정했다. 보통주 1만5000 주(약 788만 달러)도 매입했다. 리제네론은 안과 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와 아토피 치료제 ‘듀피젠트’ 등 인기 의약품을 바탕으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버리는 과학 기기 및 분석 장비 제조업체인 브루커 코퍼레이션 보통주 25만 주(약 1030만 달러)도 신규 편입하며,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 분야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버리가 주목한 다른 섹터는 고가 소비재 분야다. 그는 프리미엄 기능성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에 강력한 베팅을 했다. 룰루레몬은 북미 시장 성장 둔화와 경쟁 심화 우려로 올해 들어 주가가 급락한 대표적인 종목이다. 버리는 약 9500만 달러 규모의 콜옵션을 체결했다. 이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동시에 보통주 5만 주(약 1188만 달러)도 매입하며 주가 회복에 대한 강한 확신을 보였다. 룰루레몬의 브랜드 충성도와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분기 유일한 주식 보유 종목이었던 에스티로더에 대한 전략 변화도 눈길을 끈다. 에스티로더는 중국 시장 수요 약화로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상태다. 버리는 2분기에 보유 중이던 에스티로더 보통주 20만 주 중 5만 주를 매도하며 비중을 25% 축소했다. 하지만 보통주 비중 축소와 동시에 약 4040만 달러 규모의 에스티로더 콜옵션을 신규로 설정했다.

콜옵션 활용해 레버리지 극대화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있는 메타 본사 앞에 설치된 사인보드. 마이클 버리 사이언 애셋매니지먼트 창립자는 지난 2분기 7380만 달러 규모의 메타 플랫폼스 콜옵션을 사들였다. 사진=연합AFP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있는 메타 본사 앞에 설치된 사인보드. 마이클 버리 사이언 애셋매니지먼트 창립자는 지난 2분기 7380만 달러 규모의 메타 플랫폼스 콜옵션을 사들였다. 사진=연합AFP
이번 분기에는 선별적인 기술주 매수도 눈에 띈다. 그는 메타 플랫폼스에 대해 약 7380만 달러 규모의 콜옵션을 신규 설정했다. 메타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핵심 플랫폼의 광고 수익화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 'ASML 홀딩'에 대해서도 약 2000만 달러 규모의 콜옵션을 매수했다. '남미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및 핀테크 기업 메르카도리브레 보통주 3000주(약 784만 달러)를 신규 매수하며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투자를 다각화했다.

지난 2분기 마이클 버리의 포트폴리오는 그가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기회주의적 투자자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시장 전반에 대한 비관론을 거두고, 저평가된 우량주에 대한 적극적인 매수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번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특징은 콜옵션을 활용한 레버리지 전략의 극대화다. 2분기 말 기준 사이언의 상위 10개 포지션 중 8개가 콜옵션이다. 이는 버리가 자신이 선택한 종목들의 상승 가능성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제한된 자본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빅쇼트> 마이클 버리의 대변신…AI 거품론 접고 강세장에 베팅
<빅쇼트> 마이클 버리의 대변신…AI 거품론 접고 강세장에 베팅
김주완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