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K콘텐츠, 벤처 육성을 축으로 한 정책은 지적재산권을 기반으로 하는 선진국형 경제 모델로의 전환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금융시장이 선제적으로 반응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실물지표 개선과 신산업 주도의 구조적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켓 리더의 시각]
한국의 세 가지 화살(AI, 소프트파워, 중소·벤처기업 강화 정책)은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하는 선진국형 경제 모델로의 전환을 이끌고, 이는 한국 실물 지표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AI·소프트파워·벤처’로 선진국형 전환
한국 경제가 선진국형 모델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 강화가 필수적이다. 지식재산권 수지 흑자(지식재산권 수출>지식재산권 수입)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 경제의 특징이다. 지식재산권은 특허권, 상표권, 영업권·판매권, 저작권 등의 재산권과 이미 생산된 원본(원고·필름 등)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는데, 선진국은 무형자산(기술·브랜드·콘텐츠 등)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 해외로부터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익을 많이 얻는 구조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WB) 통계에서 한국과 중국은 지식재산권 적자국이다. 1인당 지식재산권 적자 규모로 보면, 한국의 적자 규모가 중국의 적자 규모보다 크다. 해외 특허·브랜드 사용료에 대한 지출(지식재산권 수입)이 국내 기술·특허·브랜드 로열티 수익(지식재산권 수출)보다 많다는 뜻이다.
1990년대 일본이 설비투자 공동화를 국내 산업 구조 개편(장비 투자→지식재산권 투자)과 콘텐츠 산업 육성으로 극복한 경험을 참고할 만하다. 미국 정부의 압력하에 1985년 플라자 합의(엔화 절상)로 일본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고, 해외 시장 접근을 위해 해외 생산시설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일본 장비 투자는 정체됐으나, 일본 지식재산권 투자는 확장을 지속했고, 결국 2003년 지식재산권 흑자국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에는 먼저, 국가 차원의 노력이 있었다. 특허 심사를 간소화하고, 특허 침해 대응을 강화하는 등 혁신 지원 체계를 강화했다.
둘째, 제조업에서는 첨단 제조업 부문 특허와 라이선스 매출을 크게 늘렸다. 이는 일본의 해외 생산기지 확장과 맞닿아 있다. 해외 생산기지에 기술, 특허, 라이선스 등을 제공하면서 지식재산권 관련 수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셋째, 서비스업에서는 콘텐츠(애니메이션·만화·게임)를 중심으로 소프트파워를 길렀다. 애니메이션은 일본 지식재산권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드래곤볼>, <세일러문>, <슬램덩크>, <포켓몬스터>, <유희왕> 등의 애니메이션을 필두로 1990년대 일본의 문화 콘텐츠와 전성기가 열렸다.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분야가 1990~2000년대 일본 소프트파워를 이끌었다.
2010년대 한국의 지식재산권 투자 약화는 2020년대 한국의 생산성 하락,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직결됐다. 2020년대 한국 잠재성장률이 1%대로 낮아진 데에는 인구 감소, 자본 유출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식재산권 투자 부족이었다. 2013년 이후 미국 지식재산권 투자 증가율은 한국 지식재산권 투자 증가율을 11년 연속 상회했다.
다행히 성장 엔진(R&D,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문화)에 우선순위를 둔 정부 정책기조가 긍정적이다. 2026년 정부 예산안(8월 29일 기준)에서 연구개발(R&D·+19%), 산업·중소기업·에너지(+15%), 문화(+9%), 국방(+8%) 부문 예산 확대가 두드러졌다. 향후 인공지능(AI) 100조 원 투자, K-콘텐츠 시장 300조 원, 벤처투자 40조 원 목표 실현은 한국 지식재산권 투자 반등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트럼프 라운드로 국내 설비투자가 약화(미국으로 투자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나, 한국 산업 구조가 고부가가치 밸류체인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미 무역 합의에서 한국은 대미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해외 생산기지에서는 제조·조립 등 생산 활동을 수행하고, 국내에서는 연구개발, 설계 등 지식집약적 고부가가치 활동에 집중하는 분업체계로 전환될 전망이다. 정부 정책 방향(과학기술 R&D 예산 확대·벤처투자 연간 40조 원 달성·AI 규제 제로화·기술 탈취 제재 등)도 지식집약적 성장 모델을 뒷받침한다.
또한 K-콘텐츠(K-팝·K-드라마·K-웹툰)의 파급효과가 K-화장품, K-식품 수출과 K-관광 서비스 매출 확대를 견인할 전망이다. 한국 지식재산권 수출에서 K-콘텐츠의 구조적 성장이 돋보인다. 한국이 지식재산권 적자국이지만, 문화예술저작권에 한해서는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드라마의 해외 방송권 판매(K-드라마), 음악저작권 사용료(K-팝) 등 시청각 콘텐츠로 벌어들인 매출이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정책 기대감으로 먼저 움직인 주가
2025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25년 7월 기준,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071만 명으로 이미 전 고점(2016년 7월· 981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 효과(2025년 9월~2026년 6월)가 더해질 것이다. 2025년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한국의 음식, 숙박과 여가·문화 서비스업 국내총생산(GDP) 확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금융 지표와 실물 지표 간 괴리 구간은 빈번히 존재했으나, 시차를 두고 정책 효과가 발현되면서 실물 지표가 금융 지표에 수렴했다. 한 국가의 정책이 예상되거나 발표되면 금융 시장은 정책 효과를 선제적으로 반영한다. 금융 지표는 기대감으로 먼저 움직이고, 실제로 정책이 시행된 결과는 후행적으로 실물 지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AI, 소프트파워, 중소·벤처기업 강화 정책의 수혜 업종에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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