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WM고객그룹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모든 고객이 자신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계획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KB국민은행이 WM 영역에서 추구하는 최종 목표다.
[WM 리더] 이윤석 KB국민은행 WM고객그룹 대표
올 초부터 KB국민은행 WM고객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윤석 대표(상무)는 한 끗 차로 좌우되는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품과 고객의 니즈 속에서 결국 승부는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결정이 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조금 더 세심한 관리, 조금 더 높은 수익률, 조금 더 깊은 고객 배려. 이런 작은 차이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믿는다. 결국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핵심 포인트를 남들보다 한발 앞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내부 직원들은 물론,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외부 전문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시장의 흐름과 고객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5일 이 대표를 만나 KB국민은행이 추구하는 디테일의 차이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초부터 WM고객그룹을 이끌고 있는데, 그동안 느낀 국내 자산관리(WM)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금융권이 자산관리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게 20년은 넘은 것 같은데요. 그동안 양적으로는 굉장히 큰 성장을 이뤘다고 봅니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에는 질적인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빅데이터 활용, 고령 자산가층의 부상, 마이데이터를 통한 정보 공유, 그리고 팬데믹이 촉발한 사회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이제 자산관리 시장은 은행권을 넘어 산업 전반의 격전지가 됐습니다.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전쟁터가 된 것이죠. 은행권 내에서의 경쟁은 물론이고 증권, 자산운용, 생명보험을 비롯한 모든 금융업권에서의 경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말씀대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은행 입장에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은행권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규제의 비대칭성’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죠. 증권사는 주식, 채권 등 직접 운용이 가능해 상품의 다양성과 운용의 자율성이 높은 반면, 은행은 제약이 많습니다. 또한 은행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 더욱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습니다. 고객을 표현할 때도 은행은 ‘금융 소비자’라는 단어를 사용하거든요. 반면 증권은 ‘금융 투자자’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런 단어의 뉘앙스로도 두 금융기관의 차이가 단적으로 드러나죠. 하지만 저는 이런 규제 환경을 단순한 장애물로만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시장의 신뢰를 쌓아 가는 것도 하나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핵심 경쟁력’을 성실하게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WM고객그룹은 어떤 역할을 하는 조직인가요.
“최근 1~2년간 저희 조직이 굉장히 초점을 두고 애를 쓰고 있는 부분은 ‘고객을 바로 알자’는 것입니다. 홍콩H 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로부터 촉발한 화두인데요. 고객을 정확히 이해하고, 최적의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각 조직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우선 WM투자상품부는 시장 트렌드를 분석해 상품 전략을 수립하고 경쟁력 있는 펀드를 공급하죠. 신탁부와 방카슈랑스유닛도 각 비즈니스의 특성에 맞는 고유 상품을 개발해 고객에게 제안하고 있습니다. WM플랫폼부는 비대면 환경에서 고객이 쉽고 편리하게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디지털 경험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죠. 또 연금사업본부는 고령화 시대에 맞춰 고객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연금 특화 상품과 솔루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 초 조직 개편을 통해 연금사업본부가 WM고객그룹으로 편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배경이 뭔가요.
“고령화 시대에 연금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자산관리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됐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을 제외하고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연금인데요. 펀드, 신탁, 보험 중심의 WM 포트폴리오에 연금이라는 핵심 요소를 결합하면 고객에게 가장 완전한 형태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연금사업본부를 WM고객그룹으로 편입했습니다. 연금과 WM 상품이 합리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직 구조인 셈이죠. 연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금융권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객의 삶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최고 경영진도 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죠. 앞으로 연금 상품 포트폴리오의 다양화, 고객 수익률 제고, 비대면 서비스 편의성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연금 관리 체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특히 고객에게 가장 알맞은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기 위해 로보어드바이저(RA) 시스템을 통한 투자 자문 체계도 구축한 상태입니다.”
조직을 이끄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고 없이 실적을 잘 내자’는 게 제가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10년, 20년 뒤에도 KB국민은행이 대한민국 WM 시장에서 1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언대용신탁과 재산신탁 비즈니스를 고도화하고, 연금 사업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WM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한데, KB국민은행만의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지금은 펀드, 신탁, 방카슈랑스, 연금 등 WM의 모든 영역에서 상품, 채널,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상품은 날로 복잡해지는 추세이고, 고객의 니즈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지금, 상품과 서비스만으로 ‘초격차’를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저희의 차별점은 조금 더 나은 ‘디테일’에 있습니다. 조금 더 세심한 관리, 조금 더 높은 수익률, 조금 더 깊은 고객 배려. 이런 작은 차이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믿습니다. 결국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핵심 포인트를 남들보다 한발 앞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내부 직원들은 물론,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외부 전문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시장의 흐름과 고객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디테일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어떤 게 있나요.
“신탁 상품을 예로 들면, 일반적으로 증여신탁은 성년의 경우 5000만 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되는데요. 혼인 또는 출산했을 때 1억 원의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세법이 개정됐습니다. 저희는 이를 반영한 신탁 상품을 발 빠르게 출시했죠. 신탁은 여러 디테일한 특약을 붙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특약에 대한 조항이 없는 상품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희 상품은 ‘태어난 뒤 5년 뒤 아이의 생일에 지급해주세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지급해주세요’와 같은 디테일한 특약을 붙일 수 있도록 해 뒀습니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디테일한 차이를 찾아내는 고객들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조금 더 세심하게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WM고객그룹 내 전문가들의 전문성, 역량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직원들은 이미 은행 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따라서 정형화된 교육을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략적 화두를 던지고 함께 고민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저는 직원들이 나아갈 방향의 시동을 걸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실무적으로나 전략적으로 필요한 과제를 제시하면, 직원들은 각자의 역량으로 충분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다 정체 구간에 부딪혔을 때 다시 모여 해결책을 찾고,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다만 업무를 ‘못하는 것’은 기다려줄 수 있지만, ‘안 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능동적인 자세를 가장 중요하게 강조합니다.”
-향후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계획 중인 미래 전략을 소개해주세요.
“내년에는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확보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AI)을 통한 업무 효율화와 고객 만족도 제고, 초개인화된 서비스 제공이 저희의 기본 전략 방향입니다. 과거에는 공급자적 중심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이제는 수요자적 관점에서 개인화된 자산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객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굉장히 많잖아요.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테일한 자산관리를 도와드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더불어 비대면 자문 비즈니스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고액자산가뿐만 아니라 비교적 소액을 맡기는 중산층 고객의 자산 증식에도 도움이 되는 비대면 서비스를 고민 중입니다.”
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가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한데요.
“예를 들어 ‘50대 대기업 임원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특정 타깃이 있다면, 그의 소비 패턴과 적금 가입 이력, 금융 상품 가입 후 중도 해지 여부 등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겠죠. 그리고 비슷한 유형끼리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을 겁니다. 이를 통해 ‘고객님은 이런 성향인 것 같아요’라고 분석해 드리는 거죠. 마치 MBTI처럼 개인 성향에 맞는 투자 상품과 자산관리의 방향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아주 많은 빅데이터를 가공해야 하기 때문에 연내에 선보이기는 힘들 것 같아요.”
국내 WM 시장에서 KB국민은행의 위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저는 KB국민은행이 국내 시장 1위라고 자부합니다. 그룹 내 펀드, 신탁, 보험의 규모를 따져 봐도 양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만 양적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질적 성장을 추구하려 합니다. 특히 종합재산신탁과 퇴직연금은 다소 취약한 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역량을 집중할 생각입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오르고자 합니다.”
자산가들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인가요.
“최근 자산가들의 핵심 관심사는 ‘증여·상속’, ‘연금’, 그리고 ‘안정적인 자산 증식’,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과거에는 증여·상속 관련 상품에 고객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상품을 만들어도 가입하는 고객이 많지는 않았죠. 그런데 이제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증여·상속, 연금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상품 가입도 상당히 많이 이뤄지고 있고요. 또 주식 시장이 최근 활황이기 때문에 주식을 안정적인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생긴 것 같아요. 부동산에서 무게중심이 많이 이동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에 대한 꾸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죠.”
하반기 투자와 관련해 고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언제 투자해야 하나’, ‘무엇에 투자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고객들에게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투자하기 좋은 시기와 투자할 만한 대상은 항상 변하는 것 같아요. 그 모든 것을 다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빨리 가고 싶어 하지만, 원칙에 맞는 큰길로 바르게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성공적인 자산관리는 시스템에 따라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상품, 시장의 변동성에 구조적으로 대응하는 자산배분형 상품, 그리고 우량 자산에 대한 장기 투자로 귀결됩니다. 안정적인 성과 창출이 가능한 상품에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WM고객그룹이 이루고자 하는 중장기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중기적으로는 국내 WM 시장에서 누구도 이견을 제기할 수 없는 압도적인 1위를 달성하는 겁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소득 수준 면에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삶의 질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저는 KB의 지향점인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고객이 자신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계획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금융을 통해 모든 고객의 앞날을 계획 가능하도록 만들어 드리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입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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