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은 수익 확대보다 자산 보존과 승계로 이동하고 있다. AI·대체투자 등 구조적 성장 자산으로의 쏠림이 이어지는 가운데, 변동성 관리와 구조 설계를 중시하는 ‘양극화된’ 자산관리 전략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에 김진아 KB 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압구정센터장(상무)은 2026년을 앞둔 자산시장 환경과 자산가들의 전략 변화를 두고 “이제 자산관리의 경쟁은 수익률이 아니라 변동성 관리와 구조 설계”라고 진단했다.

[‘부의 설계자’ 패밀리오피스 빅6] 김진아 KB 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압구정센터장
(뒷줄 왼쪽부터) 권순기 지점장, 장진이·서순명·김정혜·김미정 부센터장
(앞줄 왼쪽부터) 김진아 센터장, 최정연 부센터장
(뒷줄 왼쪽부터) 권순기 지점장, 장진이·서순명·김정혜·김미정 부센터장 (앞줄 왼쪽부터) 김진아 센터장, 최정연 부센터장
2026년 초, 글로벌 자산 시장은 표면적으로 ‘금리 인하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고액자산가들의 시선은 단순한 금리 방향이나 단기 수익률에 머물러 있지 않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얼마나 더 벌 것인가’보다 ‘이미 쌓은 자산을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다음 세대로 넘길 것인가’로 옮겨 가고 있다. 국내 초고액자산가(UHNW)들이 상징적으로 모이는 KB 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압구정센터에서 만난 김진아 센터장(상무)은 이 변화를 ‘양극화(polarization)’라는 한 단어로 설명한다.

김 센터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산 규모가 과거 대비 2~3배 이상 커진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제는 예전처럼 수익률을 계속 끌어올리겠다는 욕구보다, 어느 정도 수익을 실현한 뒤 변동성을 낮추고 자산을 지키려는 니즈가 훨씬 강해졌다”고 말했다. 시장이 좋았던 시기를 거치며 자산이 급격히 불어난 만큼, 이제는 ‘성장’보다 ‘보존’이 더 중요한 화두가 됐다는 설명이다. 초고액자산가일수록 ‘더 벌기’보다 ‘지키기’가 자산관리의 전면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반 고액자산가들은 여전히 현금흐름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전통적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아, 이 지점에서도 자산관리 전략의 결이 갈리고 있다.

김 센터장이 말하는 양극화는 단순히 자산 가격의 문제를 뜻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방위, 에너지처럼 구조적 성장 스토리를 가진 자산에는 자금이 계속 몰리는 반면, 성장 동력을 잃은 자산은 빠르게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이런 흐름은 투자 성과의 격차를 키울 뿐 아니라, 투자 전략 자체를 양극화시키고 있다. 초고액자산가들은 전통적인 주식·채권 비중을 줄이고 사모투자(PE), 벤처캐피털(VC), 프리 기업공개(IPO), 직접투자 등 맞춤형 대체투자로 이동하는 반면, 중상위 자산가들은 여전히 현금흐름 중심의 방어적 포트폴리오와 전통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투자 접근 방식 자체가 자산 규모에 따라 점점 더 분화되고 있는 셈이다.

중간 없는 시장, 진화한 바벨 전략

이 같은 환경 변화는 포트폴리오 운용 방식에서도 ‘바벨 전략’의 진화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과거에는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사이에서 완충 지대를 두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그 중간 구간이 줄어들고 한쪽은 공격 자산, 다른 한쪽은 현금과 단기채로 두껍게 가져가는 보다 극단적인 형태가 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요즘 시장은 ‘중간이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며 “평소에는 현금과 안전자산 비중을 충분히 유지하다가, 급락 신호나 기회가 보일 때만 선별적으로 재진입하는 방식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변동성이 커진 시장 환경에서 생존력을 먼저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일부 자산가들은 현금과 단기채 중심의 방어 포지션에서 벗어나 주식과 대체자산으로 점진적인 재배분을 시작했다. 다만 과거처럼 한 번에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방식은 아니다. 김 센터장은 이를 “선별적이고 단계적인 공격 전환”이라고 표현한다. 구조적 성장 테마에는 과감하게 베팅하되,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는 변동성을 관리하고 하방 리스크를 통제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전략이다. 그는 “이제 자산관리의 경쟁은 수익률이 아니라 변동성 관리와 구조 설계”라고 강조했다.

자산 선택에서도 이런 인식 변화는 분명히 드러난다. 최근 고객 포트폴리오에서는 금, 은, 가상자산 등 변동성이 큰 대체자산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다만 김 센터장은 이 흐름을 무작정 추종하는 데에는 선을 긋는다. “기존에 보유한 금을 줄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신규 매수는 신중하게 보라고 말씀드린다”며 “금은 본질적으로 무수익 자산이고,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산이라기보다는 포트폴리오의 안정판 역할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대체자산 역시 공격적 베팅이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의 균형과 생존력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자산을 ‘어디에’ 나누어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다시 깊어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2026년을 향한 자산 배분의 또 다른 축으로 ‘지역 분산’을 꼽는다.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는 국내 40%, 해외 60% 정도의 비중을 제시한다.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아니지만,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해외 자산도 이제는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선진국과의 산업 연관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아시아 이머징마켓까지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최근 중국 시장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정책·경기 이슈로 장기간 정체돼 있지만, 자동차·로봇·첨단 제조 분야에서의 산업 경쟁력만큼은 여전히 무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지금 기대보다 의심이 더 큰 구간에 있지만,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산업은 결국 다시 평가받게 된다”며 “시장이 제값을 찾아가는 국면이 오면 재평가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버는 시대에서 지키는 시대로
“수익률보다 변동성 관리와 구조 설계가 핵심”
대체투자 전략에서는 프라이빗 크레디트와 인프라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요즘 자산가들은 수익률의 높낮이보다 지속가능성과 방어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만들어주는 자산이 포트폴리오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단기 시황에 따라 흔들리는 자산보다, 구조적으로 현금흐름이 뒷받침되는 자산이 가문 자산의 ‘기둥’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한편 초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자신이 잘 아는 산업, 오랜 네트워크로 연결된 창업자에게 일부 자금을 투자해 함께 성장하는 방식이다. 바이오, 헬스케어 등 본인이 몸담았던 분야나 이해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김 센터장은 이런 투자를 어디까지나 전체 자산 중 일부만 배정하는 ‘위성 자산’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포트폴리오의 중심은 여전히 안정성과 구조라는 점에서다.

AI에 대한 접근 방식 역시 같은 맥락이다. 김 센터장은 “패밀리오피스 관점에서 AI는 단기 테마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적 요소”라고 말한다. AI 관련 종목을 단순히 늘리는 것이 아니라, AI 인프라와 이를 통해 실제로 수익 구조가 개선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장기 분산투자를 하는 전략이 주류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산을 지키는 문제는 결국 ‘어떻게 넘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상속·증여 제도 개편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 센터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구조적 승계 설계다. 세금만 줄이는 단기 전략이 아니라, 자산과 지배구조, 그리고 다음 세대의 역할까지 함께 설계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녀를 동반해 자산 구조와 리스크를 함께 설명하는 상담도 늘고 있다. 당장 증여를 하지 않더라도, 어떤 구조로 가야 하는지를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승계 준비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기부와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패밀리오피스의 역할은 자산 증식을 넘어 가문의 가치와 철학을 구조로 만드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요즘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로 과도한 레버리지와 기계적 매매가 만들어내는 과잉 변동성을 꼽는다. 알고리즘 매매와 레버리지가 결합된 시장에서는 같은 정보를 거의 동시에 보고, 동시에 매도에 나서면서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출렁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2026년 자산 시장을 “고금리의 끝자락에서 기회를 찾는 전환의 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 전환기에 필요한 것은 공격적인 베팅이 아니라, 구조와 생존을 우선하는 정교한 설계라고 덧붙였다.

KB 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압구정센터 소개
자산관리를 넘어 가문을 설계하다
“수익률보다 변동성 관리와 구조 설계가 핵심”
KB국민은행의 최상위 자산관리 브랜드인 ‘KB 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는 30억 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단순한 프라이빗뱅킹(PB)을 넘어 종합 자문 체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KB 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압구정센터’는 이 전략의 상징적인 거점이다. 이곳에서는 KB국민은행과 KB증권의 프라이빗뱅커(PB)를 중심으로 투자, 세무, 부동산, 법률, 신탁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고객 한 명을 관리하는 ‘원팀(One-Team) 솔루션’이 운영된다.

이 모델의 핵심은 고객의 자산을 개별 상품 단위가 아니라 ‘전체 구조’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고객은 KB금융그룹의 하우스 뷰(house view)에 기반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통해 현재 자산 구성과 리스크·수익 구조를 진단받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리밸런싱 전략을 제안받는다. 여기에 그룹 내 이코노미스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상품 전문가들이 참여한 시장 분석·투자 전략 리포트가 정기·수시로 제공된다.
“수익률보다 변동성 관리와 구조 설계가 핵심”
“수익률보다 변동성 관리와 구조 설계가 핵심”
“수익률보다 변동성 관리와 구조 설계가 핵심”
상품 측면에서도 은행과 증권의 역량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부동산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활용한 사모펀드, 상속·증여신탁 같은 맞춤형 신탁 상품, 주가연계증권(ELS) 변액보험 등 은행 특화 상품은 물론, 증권 IB와 연계한 프리 IPO, 구조화 상품, 랩(wrap) 등 투자일임형 상품까지 폭넓게 제공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하나의 창구에서 사실상 종합 금융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KB 패밀리오피스의 강점은 ‘승계와 가문 관리’ 영역에 있다. KB는 개인 자산뿐 아니라 법인, 재단 등 고객이 보유한 모든 자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부의 증식과 이전, 가업승계까지 고려한 신탁 및 구조 설계를 제공한다. 세무사, 회계사 등 세무 전문가와 PB를 1대1로 매칭해 맞춤형 절세 전략을 제시하고, 법인 고객에게는 자금 운용, 자금조달, IPO, 인수합병(M&A), 비상장 기업설명회(IR) 등 증권과 연계한 투자금융 자문도 제공한다.

김진아 센터장은 최근 자산가들의 세대교체에 따른 변화를 중요한 변수로 꼽는다. 그는 “2·3세대 자산가들은 글로벌 투자 대상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정보 습득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금융자산 투자 비중과 관심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크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자산관리 전략 역시 단일 자산 집중보다는 글로벌 분산투자와 리스크 관리, 유동성 관리가 결합된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의 역할 또한 투자 자문을 넘어 라이프스타일과 가문 관리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김 센터장은 “이제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고객 맞춤형 솔루션이 패밀리오피스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고 강조한다. KB국민은행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서비스 체계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PB 에이전트 제도를 활용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투자자문업 서비스를 전체 PB센터로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또한 주무부서 전담팀을 통한 고객 토털 솔루션 체계를 강화해, 자산관리·대출·법인 금융·승계 컨설팅을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초고액자산가뿐 아니라 고액자산가 전반으로 ‘한국형 패밀리오피스 모델’을 확산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결국 KB 패밀리오피스 전략은 ‘자산을 넘어 가문을 설계한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금융 상품을 넘어 고객의 가족, 기업, 그리고 미래 세대까지 함께 고려하는 종합 자문 체계라는 점에서 KB국민은행의 이 모델이 국내 자산관리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