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만큼 정부 정책의 민감도가 높은 해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한다. 부동산 정책의 흐름을 꼼꼼히 살피며 의사결정을 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지난 3월 11일 함 랩장을 만나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투자 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커버스토리] 2026 머니 마스터 6인의 선택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정부와 맞서지 마라…부동산 규제 강도 더 세질 것”
“정부와 맞서지 말라.”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부동산 시장을 두고 투자자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지금까지의 정부 스탠스를 고려하면 앞으로 나올 부동산 정책 또한 생각보다 높은 강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이런 정부의 기조를 고려해 시장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주택자,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자일수록 부동산 정책을 가볍게 여기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앞으로도 규제지역에서의 세제 정책이나 대출 강도가 기존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높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현실화되는 것에 더해, 비거주 1주택자나 규제지역의 고가 주택에 강경한 정책 메시지가 쏟아진 상황이다.

늘어난 매물…가격 협상력 커졌다

이 같은 정책 기조에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정책 변화를 의식한 주택 보유자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으면서 3월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이 전월 대비 25% 증가한 7만4432건을 기록했다. 함 랩장은 “서울의 경우 강남권이나 용산 일대는 2주 연속 집값이 하락했다”면서 “동작구 등 일부 지역도 보합세를 보이면서 지난해부터 지속되던 서울 집값 불안이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최근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유통량을 늘려주는 데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최근까지 이어졌던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정상적이지는 않았거든요. 인기 있는 지역의 경우 집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상황까지 생겼죠. 극도로 매물이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그런데 매물량이 늘어나니 꼭 신고가로 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고, 매수자 입장에서 가격 협상력이나 교섭력이 늘어났습니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불균형을 균형화하는 데 정부 정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5월 9일 규제지역의 다주택 양도세 중과가 실시된 이후,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함 랩장은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기보다는 매물이 조금 더 출회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미 서울 아파트 매물이 크게 늘어났던 만큼, 3월 현재 수준보다 매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기는 어렵다.

다만 적어도 연내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매물이 좀 더 나올 가능성이 높고, 가격 움직임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함 랩장은 “생각보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적 카드가 다양할 것 같다”며 “주택 공급이나 매물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집값이 오르는 핵심 지역의 가격을 잡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고가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한 해가 되겠지만, 서울 외곽 지역이나 그동안 집값이 덜 올랐던 지역은 어느 정도 오름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함 랩장은 “강남 3구와 용산, 한강벨트는 하향 조정 또는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서울 외곽과 경기도 규제지역은 2025년 강남권보다 가격 상승이 미미했다. 전세 매물이 부족한 점, 대출 6억 원 레버리지가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가격 오름세는 유지될 전망”이라고 했다. 실제로 올해 서울 성북·강서·구로·관악구 등은 이미 가격이 2% 이상 상승한 상태다.
“정부와 맞서지 마라…부동산 규제 강도 더 세질 것”
한강벨트 일대 재개발·재건축에 주목

함 랩장은 서울 내에서 투자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한강벨트 일대를 꼽았다. 성동·마포·강동·영등포·동작·광진구 등의 재개발 정비사업이나 재건축 단지 등을 살펴보면 좋다.

“결국 부동산 시장도 사람의 심리를 무시하지 못합니다. 지역 내 풍부한 생활 인프라, 공급의 희소성, 그리고 자본력을 가진 고급 유효수요가 상존하는 지역 부동산이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한강벨트 일대 지역은 갈 수만 있다면 좋은 지역이죠. 특히 이들 지역은 일종의 밴드웨건 효과처럼, 강남이라는 앵커를 중심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강남권의 가격 움직임에 따라 이 지역의 가격이 연동된다는 이야기죠.”

수도권에서는 강남권 접근성이 좋고 재건축과 택지 개발 호재가 있는 과천과 하남,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한창인 성남 분당, 신분당선을 통한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용인 수지 등이 가격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대부분이 하락 추세를 보였던 데 비해 올해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 함 랩장은 올해 집값 하락이 멈춘 울산과 부산, 행정 기능 이전에 대한 기대가 지속되는 세종을 살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또 5극3특을 필두로 하는 지방 균형발전과 메가시티의 수혜를 입을 지역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분양이 상당한 지방 지역은 인구와 산업 기능이 아직 수도권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차익 기대를 염두에 둔 투자성보다는 실수요 목적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적어도 5만 호가 적체된 지방 미분양의 해소 시점까지 보수적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 부동산의 경우 인구 소멸, 공실에 대한 공포가 상존한다는 점이 리스크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 흐름을 살펴보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모닥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뜨겁고, 그렇다고 너무 멀어지면 추운 거예요. 그만큼 적정한 간극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봅니다. 다주택자들은 지금은 조금 거리를 둬야 될 시기인 반면,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은 괜찮은 지역에 매물이 나왔을 때 매입하거나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책 민감도 높은 2026년, 평정심이 중요

부동산 과다 보유자라면 공격적인 추가 매입보다 적절한 포트폴리오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여유자금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주택 구입을 미룰 필요는 없다는 게 함 랩장의 조언이다.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오히려 매물이 나오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매수하는 것도 무주택자에게 괜찮은 타이밍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반짝 장이 열리는 4월 중순 전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게 유리하다. 토지거래허가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거래를 마쳐야 한다.

무주택자의 경우 2028년 2월 11일 입주를 목표로 규제지역에서 ‘세 낀 매물’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한시적 갭투자도 가능하다. 여유자금이 많지 않다면 공공물량인 2~3기 신도시 착공 물량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경기권 알짜택지를 기다리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신혼,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 특별공급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자금 규모별로 부동산 투자 전략은 크게 달라진다. 자금이 5억 원 이하라면 서울 25개 구와 경기도 12개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게 힘들다. 소형 오피스텔 투자를 통해 임대수익을 올리거나, 서울 외곽의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매입하는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종잣돈이 10억 원 이하라면 서울 외곽 지역의 아파트 경매를 고려해볼 만하다. 경매로 낙찰받은 주택은 실입주 의무가 없고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강남을 제외한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경매 물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종잣돈 10억 원 이상은 서울 한강변 경매나 분양(청약)을 노려보면 좋다.

그러면서도 함 랩장은 지금과 같은 부동산 시장에서 포모(FOMO·소외 공포)에 빠지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평정심’을 가져야 하는 때라는 조언이다. 조급함을 버리고 정책과 경기 변동을 고려하며 부동산을 향해 꾸준한 관심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부동산과 관련해 굉장히 거친 이야기가 많습니다. ‘나만 시장에서 소외된다’는 공포도 강하고요. 그런데 누구에게나 한 번의 기회는 옵니다. 현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규제를 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분양 시장에서든, 다주택자의 매물을 통해서든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또 부동산 시장에는 항상 사이클이 존재합니다. 집값이 너무 올라서 영원히 집을 못 살 것 같겠지만, 지난 2022년 즈음을 돌아보면 당시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고 주택 거래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죠. 가격도 굉장히 심하게 빠졌어요. ‘나의 기회’가 올 때를 기다리고, 그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정부와 맞서지 마라…부동산 규제 강도 더 세질 것”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