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대가’ 세스 클라만이 이끄는 바우포스트 그룹이 기술주 비중을 줄이고 저평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알파벳을 대거 매도하는 대신 아마존과 핀테크 기업을 신규·확대 편입하며 안전마진 중심의 투자 원칙을 재확인했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AI 랠리 속 빅테크 비중 축소
지난 2026년 2월 1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조기 제출된 바우포스트 그룹의 2025년 4분기(12월 31일 기준) 13F(주식 보유 현황) 공시에 따르면, 바우포스트의 미국 상장주식 포트폴리오 총가치는 약 52억7859만 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약 10.2% 증가했다.
이번 분기 포트폴리오는 22개 종목으로 압축됐다. 상위 5개 종목 집중도가 43.73%, 상위 10개 종목 집중도가 72.43%를 차지하는 큰 집중 구조를 띠고 있다. 확신 수준에 비례해 자본을 배분하는 클라만의 원칙이 돋보인다. 산업별로는 기술·핀테크 섹터가 약 24.2%로 단숨에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헬스케어·보험(약 18.9%), 소비재(약 17.9%), 산업재·인프라(약 16.0%) 순으로 재편됐다.
이번 4분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는 빅테크 기업 간 포트폴리오 로테이션이다. 바우포스트는 한때 포트폴리오 2~3위권(비중 약 11.3%)을 차지했던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식을 77만957주 처분하며 보유 비중을 직전 분기 대비 41.49% 축소했다. 알파벳의 비중은 6.46%로 하락해 7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알파벳 주가가 65% 급등하고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에서 30배로 치솟자, 밸류에이션이 기업의 내재가치를 초과해 안전마진이 소진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알파벳을 대거 매도해 확보한 자본은 아마존으로 향했다. 클라만은 4분기에 아마존 주식 212만1391주를 약 4억8966만 달러에 신규 매수하며 단숨에 포트폴리오 2위(비중 9.28%) 핵심 자산으로 올려놓았다. 바우포스트가 아마존을 다시 편입한 것은 2023년 3분기 전량 매각 이후 처음이다.
월마트 제친 아마존, 신규 편입
지난해 기술주 랠리 속에서도 아마존 주가는 단 5% 상승에 그치며 시장의 소외를 겪었다. 매수 시점 기준 아마존의 선행 PER은 21배로 5년 평균(35배) 대비 51%나 할인된 상태였다. 2027년 예상 잉여현금흐름 대비 배수는 9.8배로 상장 이래 최저 수준이었다.
반면 아마존의 펀더멘털은 정점을 찍었다. 2025년 연간 총매출 7169억 달러(성장률 12.4%)를 기록했다. 라이벌 월마트(7132억 달러·성장률 4.7%)를 24년 만에 제치고 미국 최대 매출 기업으로 등극했다. 아마존 전체 매출의 18%에 불과하지만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창출하는 클라우드 부문(AWS)은 글로벌 인프라 지출의 28%를 점유하며 전년 대비 24% 성장했다.
바우포스트는 결제 인프라 제공 업체 파이서브 지분을 직전 분기 대비 145.81% 확대해 총 220만 주(약 1억4777만 달러·비중 2.80%)를 확보하기도 했다. 파이서브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6 회계연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고 핵심 플랫폼 클로버의 유기적 성장률 둔화를 예고했었다. 주가는 고점 대비 70~75% 폭락하는 극심한 투매를 겪었다. 그러나 클라만은 파이서브의 대체 불가능한 독점적 지위를 높게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전체 가구의 100%, 전 세계 1만 개 이상의 금융기관과 600만 명의 가맹점에 미션 크리티컬 시스템을 제공하는 지배력에 주목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고착화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한 헬스케어 및 보험 클러스터 구축도 이번 분기의 주요 전략적 변화다. 영국의 다국적 리스크 관리 및 보험 중개 기업 윌리스 타워스 왓슨 지분을 24.66% 늘려 약 4억4611만 달러(비중 8.45%) 규모로 3위 종목으로 올렸다.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엘레번스 헬스의 비중은 8.43%로 4위였다. 정부 후원 의료보험 프로그램에 특화된 몰리나 헬스케어 62만5000주(약 1억846만 달러·비중 2.05%)를 신규 매수했다.
부동의 1위는 외식 프랜차이즈
부동의 포트폴리오 1위는 버거킹, 팀호튼스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RBI)’이다. 808만 주(비중 10.44%)를 차지했다. 반면 저소득층의 구매력 둔화로 타격을 받고 있는 할인 소매체인 달러 제너럴(DG) 지분은 22.65% 선제적으로 축소했다.
인프라 및 산업재 섹터에 대해서는 냉혹했다.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인프라 지출 테마를 업고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아일랜드 기반 건축자재 기업 CRH의 지분을 68.29%(약 231만 주) 대량 매각했다. 금액으로 약 2억8800만 달러 규모다. 주가가 본질 가치에 도달하자 망설임 없이 기계적인 차익 실현을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대신 과점 구조를 갖춘 미국 철도 인프라 기업 유니온 퍼시픽 지분을 8.76% 확대해 5위(7.13%)를 유지했다. 지역 독점력이 강한 건자재 기업 이글 머티리얼스 비중은 26.14% 늘렸다.
클라만 특유의 부실채권 및 ‘특수 상황’ 투자 기법도 재현됐다. 2020년 챕터 11 파산보호절차에 들어간 멕시코 국적 항공사 그루포 아에로멕시코(AERO) 주식 485만5180주(약 1억662만 달러·비중 2.02%)를 신규 편입했다. 북미와 중남미 간의 리쇼어링 인프라 수요를 겨냥한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다단계 영양제 기업 허벌라이프는 전환사채를 전량 청산하는 대신 현물 주식을 19.33% 늘려 턴어라운드를 정조준했다. 통신사 케이블원 전환사채와 브라질 핀테크 파그세구로 250만 주 전량은 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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