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누적 판매 1000만 병 이상. 한국인의 일상에 깊이 스며든 와인 ‘옐로우 테일’의 중심에는 존 카셀라 회장이 있다. 그는 와인메이커의 고집보다 소비자의 취향이 우선이라 믿는 실용주의자이자 ‘신뢰’를 가문의 유산으로 여기는 원칙주의자다.
[CEO 인터뷰] 카셀라 패밀리 브랜드 존 카셀라 회장
그 중심에는 와인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글로벌 문화 아이콘이 된 ‘옐로우 테일’이 있다. 이를 탄생시킨 주역은 창업주의 아들이자 현재 기업을 이끄는 존 카셀라(John Casella) 회장이다. 1995년 가업에 합류한 그는 지난 2001년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는 비전 아래 옐로우 테일을 세상에 선보였다. 결과는 파격적이었다. 출시 첫해 목표치의 40배를 상회하는 100만 케이스 판매를 기록했는가 하면, 이후에는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IWSR 기준 7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호주 와인 브랜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아, 지난 2023년 국내 출시 18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병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경이로운 수치는 옐로우 테일이 한국인의 일상과 식문화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지를 증명한다.
지난 3월, 3년 만에 서울을 찾은 존 카셀라 회장을 만났다.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느낀다는 그는 “옐로우 테일은 전 세계에서 재구매율이 가장 높은 와인 중 하나”라며 “이는 소비자가 충분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한국은 모든 것이 정말 빠르게 변하는 나라다. 새로운 제품을 수용하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옐로우 테일뿐 아니라 피터 르만 같은 프리미엄 라인업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 10여 년 전 첫 방한 당시 한국 와인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지금의 한국은 어느 지점에 와 있다고 보는지, 안정기에 접어든 성숙한 시장인가.
“나는 세상의 그 어떤 시장도 완전히 ‘성숙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시장은 변하기 마련이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 유행을 선도할 만큼 역동적 에너지를 지닌 곳이다. 홈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단순히 규모가 커지는 단계를 넘어 취향이 세분화되는 과정에 있다. 끊임없이 확장되고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젊은 층의 주류 소비가 줄고 있다는 통계가 잇따른다. 이른바 ‘논알코올’ 트렌드를 어떻게 진단하나.
“분명 업계 전반에 던져진 중대한 도전 과제다. 다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음주를 완전히 중단했다기보다 그 빈도와 양을 스스로 조절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동시에 한 잔을 마셔도 더 좋은 것을 즐기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전체 주류 소비 금액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소비의 방식이 진화하고 있을 뿐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옐로우 테일은 접근성이 쉬운 와인인 만큼 주류 소비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유리한 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카셀라 가문은 1969년 설립 이후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오랜 시간 변함없는 가문의 철학은 무엇인가.
“한 단어로 정의하면 ‘관계(relationship)’다. 가족과 포도 재배 농가, 고객, 그리고 전 세계 파트너들과 맺은 유대감이야말로 우리 비즈니스의 근간이다. 한국의 파트너인 롯데칠성음료와도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왔는데, 이처럼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비즈니스는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파는 행위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 카셀라를 경영하며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을 꼽는다면.
“호주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와이너리를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 수출하는 브랜드로 키워낸 것,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 수입 와인 전체 1위를 기록한 것이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와인’의 기준은 무엇인가.
“가격이나 품종이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게 좋은 와인이란 마셨을 때 즐거운 와인이다. 굳이 깊은 지식이 필요한 건 아니다. ‘학문’처럼 접근한 와인이 과연 맛있을까. 다양한 상황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 그리하여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와인이 ‘진짜’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자신한다. 옐로우 테일은 호주에서 가장 많이 수출되는 와인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만족감을 준다는 점이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핵심은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 그리고 철저히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태도에 있다. 종종 와인메이커들은 자신의 ‘예술적’ 고집을 부리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소비자의 취향이 와인메이커의 취향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최첨단 시설과 최적의 재배 환경, 그리고 와인메이킹 역량까지 오직 소비자의 ‘만족감’을 유지하는 데 쏟아붓는다.”
- 개인적으로 가장 자주 마시는 옐로우 테일 와인은 무엇인가.
“‘옐로우 테일 쉬라즈’다.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한 질감, 입안에서 펼쳐지는 아로마와 길게 이어지는 피니시까지 어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 한국에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옐로우 테일 업(UP)’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옐로우 테일의 접근성은 유지하되, 업이라는 이름처럼 퀄리티를 한 단계 격상시킨 제품이다. 빈야드에서 엄선한 최고 포도만을 사용해 텍스처와 플레이버가 훨씬 풍성하며, 피니시의 여운 또한 더욱 부드러워졌다. 쉬라즈와 카베르네 소비뇽 두 가지로 출시한다.”
- 한국에서 옐로우 테일은 이른바 와인 입문자들의 첫 관문으로 통한다. 옐로우 테일은 어떤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가.
“특정 타깃을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 바로 옐로우 테일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입문용으로 옐로우 테일을 마신 사람들이 다른 와인을 경험하더라도 다시 옐로우 테일로 돌아오거나 함께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단순히 입문용 와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순간을 함께하는 와인이라는 점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 한국에서의 인기 비결은 어떻게 분석하나.
“무엇보다 ‘밸류 포 머니(가격 대비 효용가치)’가 핵심이다. 여기서 밸류 포 머니는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것이 아닌 소비자가 특정 가격을 지불했을 때 충분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와인을 말한다. 또 와인은 음식과의 페어링이 중요한데, 우리 와인은 음식과의 조화가 뛰어나다. 특히 옐로우 테일은 삼겹살과 정말 잘 어울린다. 꼭 함께 즐겨볼 것을 권한다.”
“옐로우 테일이 일상에서 편하게 즐기는 와인이라면, 피터 르만은 더 깊은 경험을 원하는 이에게 좋은 선택지다. 피터 르만을 생산하는 바로사 밸리는 프랑스 보르도나 미국 나파 밸리에 견줄 만큼 호주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 산지다. 무엇보다 피터 르만은 ‘악수의 신뢰’로 세워진 브랜드다. 1970년대 말 포도 과잉 생산으로 모든 와이너리가 농가와의 계약을 파기할 때, 피터 르만은 집을 담보로 농가의 포도를 모두 사들였다. 그 신뢰는 지금까지도 굳건한 파트너십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뢰와 상생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카셀라와 피터 르만이 하나의 패밀리로 통합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피터 르만 와인 중 꼭 한 병만 추천한다면.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와인은 ‘피터 르만 멘토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대중적으로 바로사 밸리는 쉬라즈로 정평이 났지만, 이곳의 카베르네 소비뇽 역시 매우 뛰어난 품질을 갖췄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숨은 보석’ 같은 존재라고 할까. 특히 ‘멘토(Mentor)’라는 이름에는 호주 와인메이킹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창립자 피터 르만에 대한 헌정의 의미가 담겨 있다. 각별한 자리에 어울리는 선물로도 손색없다.”
- 마지막으로, 존 카셀라라는 이름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거창한 유산보다는 ‘와인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가까이 데려다준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아버지가 작은 와이너리 하나로 시작해 오늘의 카셀라를 일군 것처럼, 나 역시 그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이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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