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를 '관리 가능한 정보 시스템'으로 재정의하는 6인이 롱제비티 혁명의 최전선에 섰다.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이 '질병의 사후 치료'에서 '노화의 근본적 제어'로 이동하면서 이들의 과학·자본·실험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스페셜] AI 다음은 불로장생

“인간은 병을 치료하는 시대를 넘어, 노화 자체를 관리하는 시대로 갈 수 있는가.” 노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생명 현상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정보 시스템’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이 ‘질병의 사후 치료’에서 ‘노화의 근본적 제어’로 급격히 이동하는 가운데, 이 거대한 변화를 주도하는 6인의 주요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이들은 롱제비티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과학과 기술, 그리고 자본을 결집, 단순히 개인의 수명 연장을 넘어 헬스케어라는 거대 산업 전체를 재설계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교수. 사진=위키피디아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교수. 사진=위키피디아
1. 데이비드 싱클레어
노화를 '정보 손실'로 정의한 과학자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교수는 ‘롱제비티’ 연구와 산업계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노화 담론의 언어를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다. 늙는 것이 필연적 현상이 아니며 극복 가능한 ‘질병’ 중 하나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고 있다.

기존 의료 체계는 암, 심혈관 질환, 치매, 당뇨를 별개의 질병으로 취급했다. 싱클레어 교수는 이 질병들이 하나의 공통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80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최소 5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만약 현대 의학이 모든 암을 완전히 정복해도 다른 기저 질환이 발현되므로, 인류의 평균 기대수명은 불과 2.5년 연장될 뿐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따라서 개별 질병의 지엽적 치료를 넘어, 만병의 근본 원인인 '노화 현상' 자체를 늦추거나 되돌리는 것만이 궁극의 해법이라고 주장,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싱클레어 교수는 생물학적으로 노화가 돌이킬 수 없는 물리적 마모가 아니라, 정보의 손실로 인한 후성유전 프로그램의 오류라고 설명한다. 흠집이 난 콤팩트디스크(CD)에 비유하면, 음악 데이터(DNA) 자체는 멀쩡히 보존돼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표면의 스크래치(화학적 마커 변형)가 발생해 세포가 본래 기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23년 과학저널 셀(Cell)에 발표한 연구에서 후성유전체 재프로그래밍을 통해 노화가 가역적임을 입증했고, 같은 해 노화된 영장류의 시력 회복에도 성공했다.

2026년 6월 기준, 싱클레어 교수의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계 최초의 부분적 노화 역전 인체 임상 승인을 획득했다. 첫 대상은 녹내장 환자의 눈. 야마나카 인자 중 암 위험과 관련성이 큰 하나를 제외한 세 인자를 사용하며, 독시사이클린으로 작동을 조절하는 안전장치를 뒀다. 그는 몇 개월 내에 연령 역전 치료법의 성공을 입증할 최초의 실증적 증거가 도출될 수 있다고 강력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세포를 되돌리는 사람들…AI 시대 롱제비티 주역
그러나 싱클레어 교수는 롱제비티 산업의 가장 강력한 상징인 동시에 가장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공동 설립한 애니멀 바이오사이언스의 반려견 노화 방지 제품을 "노화를 역전시켰다"고 주장했을 때, 60여 명의 저명한 글로벌 과학자들이 집단으로 ‘건강 및 수명 연장 연구 아카데미(Academy for Health and Lifespan Research)’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다수의 학자들은 그를 "약장수(snake oil salesman)"라고 공개 비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의 여러 스타트업(서트리스·오바사이언스·코바 등)이 초기 거대한 밸류에이션으로 주목받다가 실질적 상업화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그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노화는 자연현상"이라는 통념을 "노화는 조작 가능한 정보 시스템"으로 바꿨다. 이 질문 자체가 산업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2021년 자신이 창업한 신경기술 기업 커널의 ‘플로(Flow)’ 헬멧을 착용한 브라이언 존슨. 사진=위키피디아
2021년 자신이 창업한 신경기술 기업 커널의 ‘플로(Flow)’ 헬멧을 착용한 브라이언 존슨. 사진=위키피디아
2. 브라이언 존슨
몸을 '운영체제'로 만든 실험가


브라이언 존슨은 과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롱제비티 산업에서 그의 영향력은 과학자 못지않으며 오히려 ‘상징적’ 인물이 되고 있다. 처음엔 언론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안달난 ‘엽기적 인물’로 평가받았다. 몸에 칩을 넣는 실험이나 피를 갈아서 아들과 같은 나이로 돌아간다는 등의 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돈 다이(Don't Die)>로 더욱 유명해졌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논란을 ‘전화위복’으로 만들었다. 그가 언론의 관심을 받기 위한 관종적 행위나 단순 장삿속이 아니라 노화를 극복하기 위한 실험이라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의 실험엔 일정한 취침과 기상, 엄격한 식단, 고강도 운동, 광치료, 수십 종의 처방약과 보충제, 반복적인 바이오마커 측정이 결합돼 있다. 연간 200만 달러를 투입한다. 넷플릭스는 이를 "노화를 거부하고 인간 수명을 넘어 생명을 연장하려는 부유한 기업가의 실험"으로 평가했다.
세포를 되돌리는 사람들…AI 시대 롱제비티 주역
2026년 5월 13일, 48세가 된 존슨은 자신의 모든 임상 관찰 데이터를 압축해 ‘수명 연장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쓰며 배운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41가지 근본 행동 규칙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아래 내용은 핵심만 추렸다.

- 수면은 가장 강력한 노화 방지제다: 수면을 모든 프로토콜의 제로 규칙으로 선언. 매일 침대에서 8시간의 윈도 확보. 자정 이전 정확한 시간에 취침. 취침 1시간 전부터 모든 스크린 차단

- 영양 및 식단은 신체 활력의 근원이다: 늦은 시간 칼로리 섭취 엄격히 제한. 첨가당, 트랜스지방, 튀긴 음식, 인공 초가공식품 100% 배제. 십자화과 채소, 베리류, 견과류, 콩류 중심의 식물성 위주

- 세포 스트레스 유발 물질은 완벽하게 축출하라: 알코올과 담배 영구 차단. 카페인은 정오 이전으로 제한. 일몰 후 강한 빛 노출 차단

- 운동은 입체적 신체 조건화다: 존2(저강도)와 존5(최대 강도) 유산소 루틴, 무거운 중량 리프팅, 매일 유연성 스트레칭. 식후 즉시 짧은 산책이나 스쿼트.

- 환경 통제와 신경계 조절은 필수다: 거주 공간 내 독소 차단, 주 1회 이상 깊은 사회적 교류, 심장 결합 호흡법으로 교감신경 억제

존슨이 만든 변화는 실질적이다. 싱클레어가 "노화는 되돌릴 수 있는가"라는 과학 질문을 던졌다면, 존슨은 "오늘 내 몸에서 무엇을 측정하고 바꿀 것인가"라는 실행 질문을 던진다.

그의 실험은 완벽한 과학이 아닐 수 있다. 다만 웨어러블, 혈액검사, 수면 추적, 대사 건강, 맞춤형 보충제, 예방 검진 시장을 하나의 문화로 묶어낸 것은 분명하다.

과학은 느리다. 임상은 오래 걸린다. 규제는 보수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늘 밤부터 수면을 바꿀 수 있고, 내일부터 식단을 바꿀 수 있고, 이번 달부터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다. 존슨은 그 사이의 공백을 파고들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영화·음악 복합 페스티벌 SXSW 2024 행사에 참석한 레이 커즈와일. 사진=위키피디아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영화·음악 복합 페스티벌 SXSW 2024 행사에 참석한 레이 커즈와일. 사진=위키피디아
3. 레이 커즈와일
롱제비티를 AI 문명의 시간표에 올린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롱제비티 산업의 과학자도, 소비자 실험가도 아니다. 그는 시간표를 제시한 사람이다. 구글의 인공지능(AI) 디렉터이자 미래학자인 그는 과거 수십 년간 기술 발전을 관찰해 하나의 패턴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기술은 선형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 데이터 수집량, 유전체 해독 비용, AI 파라미터 수, 컴퓨팅 파워 등 모든 필수 변수가 기하급수적 곡선을 그리며 폭발한다. 따라서 다가올 20년 내에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그는 확언한다.

커즈와일의 핵심 개념은 ‘장수 탈출 속도(Longevity Escape Velocity·LEV)’다. 의학과 기술이 매년 인간의 기대수명을 1년 이상 늘리는 순간이 오면, 인간은 생물학적 한계를 계속 앞질러 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2024년 출간한 <특이점이 더 가까워졌다(The Singularity Is Nearer)>에서 그는 오래된 예측을 업데이트했다. 2029년엔 AI가 인간 수준 지능에 도달하고 2029~2035년엔 LEV 임계점 도달(기존 예측 2030년에서 연장)하며 2032년 무렵엔 인간이 1년을 살 때 과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1년 이상의 수명을 되돌려 받는 변곡점을 통과한다는 주장이다. 또 오는 2045년엔 인간과 기계가 완전한 융합 돼 비로소 지능이 현재의 100만 배 이상 팽창하는 '특이점' 도래한다고 주장했다.

2025년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강연에서 커즈와일은 기하급수적 혁신이 가장 극적으로 실현될 분야로 보건과 의학을 꼽았다. 그는 디지털 임상(digital trials)의 도입을 강조한다.

막대한 자본과 수년이 소모되는 현재의 물리적 인체 임상시험은 초거대 AI가 생물학적 반응과 수십억 개의 분자 상호작용을 컴퓨터 내에서 완벽히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점진적으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신약 개발 사이클이 기존 수십 년에서 수개월 내지 수일 단위로 극도로 단축된다는 뜻이다.

수명 연장을 넘어, 커즈와일은 나노 기술을 통해 혈구 크기의 분자 로봇인 나노봇(nanobots)이 개발될 것이라 예견한다. 이들은 모세혈관을 타고 뇌 내부 깊숙이 들어가 클라우드 컴퓨팅과 생물학적 뇌 신경망을 다이렉트로 연결한다.

그는 이를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이 아니라 뇌 속에 내장된 광대역 인터넷"이라고 비유했다. 종국적으로 인간의 신체와 기술 간의 경계는 완전히 소멸될 것이며, 인간의 뇌가 초지능 AI와 전면적으로 융합하는 진정한 의미의 '특이점'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커즈와일의 전망은 과격하다는 비판이 많다. 기술적 특이점이 가까운 미래에 도래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커즈와일이 롱제비티 산업에 제공하는 것은 결정적인 상상력이다. 싱클레어가 세포를 젊게 만드는 과학을 말하고, 존슨이 몸을 관리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었다면, 커즈와일은 인간 수명 문제를 AI 문명 전환의 일부로 배치했다.

"노화는 생명과학의 문제"를 넘어 "노화는 AI 시대의 최대 애플리케이션"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피터 아티아. 사진=위키피디아
피터 아티아. 사진=위키피디아
4. 피터 아티아
롱제비티를 '의료 3.0'으로 번역한 임상의


“오래 사는 것보다, 마지막 10년을 망가진 상태로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피터 아티아는 롱제비티 담론에서 가장 현실적인 축을 담당한다. 존스홉킨스 외과의 출신인 그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그는 사후 치료 중심의 ‘의료 2.0’에서 예방·측정·개인화 중심의 ‘의료 3.0’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 2.0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급성 외상 처치에는 탁월하지만, 환자가 십수 년간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질환으로 쓰러져 확고한 증상이 발현될 때까지 수동적으로 방관하다가 뒤늦게 약물을 투여하는 '질병 관리' 공장이라는 게 그의 비판이다.

의료 3.0은 질환 발현 수십 년 전부터 첨단 진단 스크리닝과 예측 가능한 랩 테스트를 통해 조기 징후를 발견하고 질병의 근본 원인을 타격하는 선제적이고 고도로 개인화된 예방 의학이다.

아티아는 50세 이상 비흡연자 인구 사망 원인의 80%를 차지하는 4대 치명적 만성질환(죽상동맥경화성 혈관 질환(ASCVD)·암·신경퇴행성 질환·제2형 당뇨 대사성 질환)을 회피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3년 4월 피터 디아만디스 엑스프라이즈(X PRIZE) 재단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 펠리컨힐 리조트에서 열린 연례 비전니어링(Visioneering)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지난 2013년 4월 피터 디아만디스 엑스프라이즈(X PRIZE) 재단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 펠리컨힐 리조트에서 열린 연례 비전니어링(Visioneering)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5. 피터 디아만디스
장수 산업을 상금과 플랫폼으로 만든 설계자


“실험실에서 입증된 혁신적인 분자 메커니즘이 실제 대중의 삶으로 확장되려면 거대한 비즈니스 생태계, 천문학적 자본, 강력한 상업적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

피터 디아만디스는 글로벌 이노베이션 재단인 XPRIZE의 창립자이자 싱귤래리티 대학의 설립자로서, 지수 함수적으로 발전하는 첨단 과학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돌파할 것이라는 비전 아래 롱제비티 산업의 파이프라인을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롱제비티 연구가 당면한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은 명확한 상업화 경로와 개발 인센티브가 부재하다는 점이었다. 현존하는 의료 및 신약 승인 시스템은 개별 특정 질환을 사후에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근본적인 '노화 과정' 자체를 늦추는 포괄적 예방 약물에 막대한 투자와 임상 인프라를 집중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 견고한 시스템을 타개하기 위해 디아만디스는 헤볼루션 재단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XPRIZE Healthspan’을 출범시켰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단일 상금인 1억100만 달러가 걸려 있다.

이 대회의 구조는 철저히 '임상적 결과' 중심이다. 50세에서 80세 사이 성인을 대상으로, 근육(muscle), 인지력(cognitive), 면역(immune) 기능을 1년 이하의 단기간 내에 최소 10년, 목표치로는 20년을 회복시켜 생체 시계를 뒤로 돌릴 수 있는 '예방적이고 접근 가능한' 치료법을 개발해야 한다. 이 대회에 전 세계 58개국에서 무려 600개가 넘는 첨단 바이오 팀들이 참가했다.

막대한 리서치 생태계와 더불어, 디아마디스는 본인이 의장을 맡고 있는 롱제비티 클리닉 네트워크 파운틴 라이프(fountain life)를 통해 최첨단 맞춤형 예방 의학의 상업적 청사진을 구현하고 있다. 파운틴 라이프는 발병하기 수십 년 전에 조기 징후를 추적해 질병의 진전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사전 공격적 접근 방식을 비즈니스화했다.
지난 2025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노우플레이크 서빗 2025에 참석한 샘 알트먼 오픈AI CEO. 사진=연합AFP
지난 2025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노우플레이크 서빗 2025에 참석한 샘 알트먼 오픈AI CEO. 사진=연합AFP
6. 샘 올트먼
AI 자본을 롱제비티에 끌어들인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롱제비티’ 산업의 상징적 투자자다. 그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돈을 넣었기 때문이 아니다. AI 산업에서 만들어진 자본과 기술이 생명과학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올트먼은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시스를 후원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가 개인 자금으로 1억8000만 달러를 시드 펀딩했으며, 최근 50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1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조달을 추진했다.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시스는 세포 노화의 원인을 겨냥해 노화 관련 질병을 예방하거나 되돌리는 치료제를 설계한다. 단일 질병 치료보다 노화의 세포적 동인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차세대 롱제비티 바이오테크다.

레트로의 가장 획기적인 성과는 오픈AI와의 협력으로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가속할 수 있는 단백질 설계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야마나카 4대 전사 인자(OCT4· SOX2·KLF4·c-MYC)를 주입해 노화 세포를 젊은 다능성 줄기세포로 돌려놓는 리프로그래밍 과정은 재생 의학의 핵심 열쇠다. 하지만 전통적 실험실에서 세포가 성공적으로 젊음을 되찾는 비율은 고작 1% 미만이며, 수주의 물리적 시간이 소모된다.

레트로 팀은 오픈AI의 응용 AI 연구팀과 협력해 단백질 공학에 특화된 소형 최적화 언어 모델 'GPT-4b micro'를 독자 개발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단백질의 3D 구조를 '예측'하는 데 집중했다면, 오픈AI의 모델은 거대언어모델(LLM)의 텍스트 변환적 특성을 차용해 야마나카 인자처럼 고도로 불규칙한 비정형 단백질의 서열 정보를 '재설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 모델은 기존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의 무려 3분의 1을 통째로 교체하는 복잡한 단백질 설계 변경안들을 제시했고, 연구진이 이를 물리적 실험실로 가져온 결과, 새로운 변형 단백질(RetroSOX·RetroKLF)은 야생형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줄기세포 리프로그래밍 마커의 발현율을 무려 5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폭시켰다.

레트로는 단순한 연구 기업에서 실제 약물을 투여하는 상업적 임상 기업으로 도약했다. 2025년 이 회사는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저분자 화합물 'RTR242'의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 대조 임상 1상에 돌입했다.

롱제비티는 다음 헬스케어 산업의 운영체제

롱제비티는 아직 완성된 과학이 아니다. 역노화는 일부 연구에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인간에게 안전하고 반복 가능하며 접근 가능한 치료법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주장은 아직 검증 중이고, 일부는 과장돼 있다.

그러나 산업의 방향은 이미 바뀌었다. 헬스케어는 아픈 뒤 치료하는 모델에서, 아프기 전 측정하고 개입하는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병원은 질병 치료 기관에서 데이터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AI는 신약 후보를 찾는 도구를 넘어, 인간 생물학의 복잡성을 해석하는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다.

롱제비티는 단순한 웰니스 트렌드가 아니다. “인간은 병을 치료하는 시대를 넘어, 노화 자체를 관리하는 시대로 갈 수 있는가?” 이 질문이 앞으로 10년 바이오· 헬스케어·보험·식품·피트니스·데이터·AI 산업을 동시에 흔들 것이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