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입니다. 증시 활황에 온 나라가 들썩입니다. 한 투자 전문가는 1990년대 말 정보기술(IT) 붐 이후 처음 보는 장세라고 말합니다. 이번엔 ‘삼전 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시장을 이끕니다. 두 종목의 집중도는 갈수록 커지고, 투자자는 삼전 닉스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로 나뉩니다. 시장도 사람도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졌습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어디까지 갈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반도체의 피크아웃이 언제일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AI가 산업혁명급 기회라는 건 확신하면서도, 혹시 눈 떠보니 고점은 아닐까 밤잠을 설칩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버블을 예측한 거장은 의외로 많았습니다. 레이 달리오, 피터 린치, 하워드 막스,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모두 닷컴 버블을 경고했습니다. 그들은 결국 옳았습니다. 문제는 시점이었습니다. 달리오와 린치의 경고는 1995년, 막스의 경고는 1996년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나스닥은 1995년부터 2000년 3월까지 약 1100% 더 올랐습니다. 소로스의 공매도(하락 베팅)는 7억 달러의 손실을 냈고, 버핏조차 뒤처진 수익률을 변명해야 했습니다. 20년간 연 25% 수익을 안긴 줄리언 로버트슨은 닷컴 열풍을 외면하다가 자금 이탈로 펀드 문을 닫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버블이 터지기 이틀 전이었습니다.
교훈은 분명합니다. 최고의 투자가조차 버블을 ‘식별’하기는 쉬워도 ‘언제 터질지’ 맞히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밸류에이션 지표 역시 장기 수익률을 가늠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단기 타이밍에는 무용지물입니다. 구글 검색량 급증이 더 낫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예외가 적지 않습니다. 결국 임박한 폭락의 시점을 알려주는 확실한 지표는 아직 없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은 꿈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번 호 한경머니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폭락 시점을 점치는 능력을 애타게 찾기보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의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는 취지에서 상반기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저자들을 만났습니다. 인터뷰에서 만난 저자들의 철학은 표현은 달라도 한 곳을 향했습니다. 이광수 교수는 “주가가 오를 때 팔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것은 중력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박동호 대표는 “돈에는 꼬리표가 있다”며 지킬 돈과 굴릴 돈을 섞지 말라 했고, 박세익 대표는 “내 골대를 지키지 못하면 아무리 골을 넣어도 진다”며 자기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김정란 대표는 “수익은 인내심에 대한 보상”이라 했고, 머신러너는 “목표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휘둘리지 않고 자기 원칙을 지키는 것. 시장의 광기와 공포라는 중력을 거슬러,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베스트셀러 저자들의 통찰이 가리키는 곳은 결국 그 단순한 자리였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도 남습니다. 깊은 인사이트를 던지는 훌륭한 저자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컸던 만큼, 국내 재테크·투자 분야의 필자층이 여전히 얇다는 사실도 새삼 느꼈습니다. 나름의 노하우와 통찰을 갖춘 투자 전문가가 더 많이 나와, 책을 통해 그것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요. 한경머니가 그 통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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