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명령어 몇 줄로 단 몇 초 만에 명화를 뚝딱 그려내는 요즘이다. 바야흐로 기술이 예술의 영역까지 거침없이 침범해 들어온 시대, 올해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아트페어가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것'을 화두로 던지며 개막을 예고했다.
키아프 서울 2026 <HUMAL> 특별전 참여 작가 7인. © 키아프
키아프 서울 2026 특별전 참여 작가 7인. © 키아프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아트페어 키아프 서울(Kiaf SEOUL, 이하 키아프) 2026이 오는 9월 개막을 앞두고 올해의 주요 기획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9월 2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는 다름 아닌 ‘공존(Coexistence)’이다. 기술의 폭주 속에서 잊고 지낸 인간의 감각과 생명력을 재조명하고, 기술과 인간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존재론적 균형점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다.

이번 키아프의 하이라이트인 특별전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두 단계 구조로 구성된다. 첫 번째 무대인 <휴멀(HUMAL)>은 인간(Human)과 동물(Animal)을 결합한 다소 파격적인 명칭을 달았다. 근대 이성 중심주의 속에서 억압되어 온 인간 내면의 '본능'과 '생명력'에 집중하는 전시다. 강건, 곽지수, 성병희, 오형근, 이동욱, 이환권, 황수연 등 국내외 미술계에서 단단한 팬 층을 확보한 작가 7인이 페어장 곳곳에 자신만의 부스를 차리고 조각, 설치, 사진 등을 통해 기술과 신체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선보인다.

여기에 가상 기술 요소도 얹었다. 두 번째 특별전 <버추얼 바이털(VIRTUAL VITAL)>은 <휴멀>의 작품들을 증강현실(AR)로 확장한다. 관람객이 전시장 곳곳의 QR코드를 스캔하면 가상공간에서 또 다른 결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 관람을 완주한 이들에게는 키아프가 준비한 특별 굿즈가 지급되어 관람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세부 내용과 추가 작가진은 8월 중 공개 예정이다.

한편, 글로벌 미술계 거장과 전문가들이 총출동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화려하다. 키아프는 예술경영지원센터(KAMS), 프리즈 서울과 손잡고 9월 3일부터 5일까지 코엑스 스튜디오 159에서 토크 행사를 연다. 최빛나 2026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큐레이터,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이 참여해 'AI 시대의 백남준', '비엔날레와 큐레토리얼 실천' 등 뜨거운 이슈를 놓고 다채로운 담론을 펼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 Stephan Rabold © 키아프
피아니스트 조성진. © Stephan Rabold © 키아프
눈 뿐만 아니라 귀도 즐겁다. 키아프는 올해 미술과 음악의 만남을 시도하는 '키아프 클래식(Kiaf Classic)'을 신설했다. 9월 4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리사이틀 ‘키아프 클래식: 조성진과 함께하는 공존의 울림(Kiaf Classic: Resonance of Coexistence with Seong-Jin Cho)’이 코엑스 오디토리움 무대에 오른다. 동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선사하는 선율이 미술시장에 어떤 깊은 울림을 보탤지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키아프 서울 2026은 오는 8월 19일, 프리즈 서울과의 공동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한다. 예술과 기술,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질 이번 가을의 미술 축제가 어떤 풍경으로 완성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