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필기구 메종으로 출발한 몽블랑은 20년 뒤인 1926년, 필기구를 보호하고 휴대하기 위한 펜 파우치를 선보이며 레더 역사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브랜드 스토리]
오랜 역사를 지닌 럭셔리 메종의 레더 컬렉션에는 저마다의 뿌리가 있다. 승마용품에서 출발한 메종은 승마 문화를, 여행용 트렁크에서 출발한 메종은 여행 문화를 담아왔다. 몽블랑의 시작점은 필기구였다.
철도와 자동차 여행이 보편화되던 시기, 몽블랑은 필기구를 책상 밖에서도 안전하게 지닐 방법을 고민했고, 1926년 펜 파우치를 선보였다. 책상 위에 머물던 필기 문화를 일상과 여행으로 확장한 몽블랑 최초의 레더 제품이었다. 이후 몽블랑은 콘퍼런스 폴더와 노트를 비롯해, 처방전용 패드, 포토 다이어리 등 특정 직업이나 생활 방식에 적합한 제품까지 내놓으며 당대 문화를 반영했다. 일부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사라졌지만, 60년 넘게 몽블랑 레더의 중심에는 펜 파우치가 있었다. 형태와 쓰임은 달랐으나 기록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위한 제품이라는 점은 같았다.
1990년대, 몽블랑 레더 컬렉션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마이스터스튁 레더’와 ‘헤리티지 레더’ 컬렉션이 이 시기에 등장했고, 지갑·카드 홀더 같은 스몰 레더 굿즈를 넘어 브리프케이스와 비즈니스 백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6년부터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펠레테리아 몽블랑 피렌체(Pelletteria Montblanc Firenze)가 레더 부문의 중심을 맡아오고 있다.
이 컬렉션의 기반에는 제품군마다 오랜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된 지역에서 제품을 완성하는 몽블랑의 제작 철학이 있다. 알프스 최고봉에서 이름을 가져온 몽블랑의 경우 필기구는 메종의 탄생지인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계는 스위스 빌르레와 르 로클에서, 레더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제작한다.
2021년에 합류한 아티스틱 디렉터 마르코 토마세타(Marco Tomasetta)는 몽블랑 고유의 필기 문화와 가죽 장인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레더 컬렉션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글쓰기와 여행을 연결한 ‘라이팅 트래블러(Writing Traveler)’ 컬렉션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필기와 창작이 이루어지는 작업 공간에서 착안해 레더 장인 정신을 결합한 ‘휴대하는 호기심의 방(Portable Cabinet of Curiosities)’을 구현했다. 필기구와 노트, 시계, 스몰 레더 제품을 위한 전용 수납공간을 갖춰 책상 위에서 시작된 기록의 경험을 여행과 일상으로 확장했다.
소재에서도 피렌체의 제작 전통이 드러난다. 특히 코르테치아 스푸마토 레더는 나무껍질에서 영감을 받은 수직 모티프가 특징이다. 장인이 손으로 색을 입혀 연기처럼 부드럽게 번지는 스푸마토 효과를 완성했다. 자연의 질감과 수작업의 흔적이 기능적인 수납 구조와 잘 어우러진다.
올해 몽블랑 레더는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당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만들어지다(Crafted to Carry Your Story)’이다. 1926년의 펜 파우치는 만년필 한 자루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지만, 그 펜으로 쓴 편지와 메모에는 생각이, 서명에는 신뢰가 담겨 있다. 오늘날의 라이팅 트래블러 역시 그 철학을 잇는다.
필기구를 보호하기 위한 레더에서 시작된 유산은 글쓰기 문화를 일상과 여정으로 확장했고, 피렌체의 장인 정신을 만나 오늘날의 컬렉션으로 발전했다. 글쓰기와 여행, 장인 정신은 지난 100년간 몽블랑 레더를 이끌어온 가치이자,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메종의 기반이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글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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