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를 줄이려 일부러 주가를 낮게 유지한다는 '주가 누르기' 의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오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정부가 8월 이를 막을 대책을 내놨다가 거센 비판에 부딪혀 재검토에 들어갔고,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상속 이슈]
지난 8월 2026년 세제 개편안을 설명하는 구윤철 전 경제부총리.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2026년 세제 개편안을 설명하는 구윤철 전 경제부총리.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1일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하면서, 논란이 된 ‘주가 누르기 방지’ 규정에 대해서는 정기국회에서 다시 다듬기로 했다. 바로 그다음 날인 9월 2일,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만으로 주가 누르기를 없앨 수 있을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 누르기’란 상속·증여를 앞둔 대주주가 세금을 줄이려고 주가를 일부러 낮게 유지한다는 의혹을 말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오랫동안 지목돼 온 문제다. 한국거래소(KRX) 통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미만인 상장사가 전체의 절반가량으로, 회사가 가진 재산만큼도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하는 기업이 그만큼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필자가 지난 4월 한경머니에 주가 누르기 방지 입법과 관련한 여당의 논의를 소개한 바 있다. 그사이 정부안이 나왔다가 재검토에 들어갔고, 새 의원안이 더해지는 등 논의가 바쁘게 이어졌다. 이 글에서는 상증세법이 어떻게 주가 누르기를 부추기는지, 정부안과 여당안은 어떤 해법을 내놓았는지, 무엇이 쟁점인지, 바람직한 해결 방향과 기업·자산가의 대비책은 무엇인지 차례로 살펴본다.

2.5배 세금 차이는 어디서 오나

상증세법은 재산을 ‘시가’로 평가한다(제60조). 재산 중 상장주식은 상속·증여 시점 앞뒤 2개월씩, 넉 달간의 거래소 종가 평균이 시가다(제63조). 여기에 최대주주의 주식이라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20%를 더한다(중소기업 등은 제외).
쉽게 말해 상증세법은 회사의 가치를 얼마의 재산이 있는지로 평가하지 않고, 그 넉 달 동안 시장에서 얼마에 거래됐는지만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당 순자산이 10만 원인 회사의 주가가 4만 원이라면, 최대주주 할증을 더해도 과세 기준은 4만8000원이다. 주가가 순자산과 같은 10만 원이라면 과세 기준은 12만 원이 된다.

같은 회사의 같은 주식을 물려주는데도 주가에 따라 세금이 2.5배나 벌어진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인 현실에서 이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배당을 줄이고, 자사주를 쌓아 두고, 알짜 사업을 떼어 따로 상장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관리한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흥미로운 것은 비상장주식과의 비교다. 시장가격이 없는 비상장주식은 이익과 순자산을 함께 반영해 평가하되, 그 값이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으면 80%를 평가액으로 삼는다(시행령 제54조). 즉, 비상장 회사에는 이미 ‘바닥’이 있다. 그런데 시장에 공개된 상장 회사에는 바닥이 없다. 더 투명해야 할 상장 회사가 오히려 주가를 낮출 유인에 더 크게 노출되는 역설이 여기서 생긴다.

누른 게 아닌데 왜 세금을 더 내나

이에 정부는 8월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주가 누르기가 의심되는 상장주식의 평가 방법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의심 요건은 두 가지였다. 최근 13개 반기 중 12개 반기 이상 PBR이 같은 업종의 하위권(코스피 하위 25%·코스닥 하위 10%)에 머문 경우, 최근 1년 안에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처럼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일이 있었고, 그 결과 평가액이 최근 3년간의 평균 주가보다 30% 이상 낮아진 경우다. 둘 중 하나에 해당하면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시 평가한다.

저PBR 기업이라면 최장 6년 6개월까지 거슬러 올라간 평균 주가와 현행 평가액의 1.3배 가운데 큰 금액이 기준이 된다. 다만 주가를 누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납세자가 입증하면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 2027년 4월 이후 상속·증여분부터 적용한다는 구상이었다.
낮은 주가가 이익이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러나 발표 직후 여당과 시장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이소영 의원은 13개 반기 중 두 번만 하위권을 벗어나면 적용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적용 대상이 될 만한 코스피 기업의 평균 PBR이 0.27배에 불과해, 30%를 올려도 0.35배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결국 대통령이 8월 7일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고, 정부는 9월 1일 세제개편안을 확정하면서 이 부분을 비워 두었다. 공이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이에 국회에는 이미 정부안보다 더 강한 법안이 올라와 있다. 이훈기 의원은 정부안이 일부 기간만 PBR 순위를 관리하는 편법을 막지 못하고, 적용 여부가 과세관청의 판단에 좌우된다고 비판하며 8월 5일 별도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핵심은 상장주식의 평가액이 주당 순자산가치의 80%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하한’을 두는 것이다. 자본잠식이나 회생절차 중인 기업 등은 예외로 하되, 최대주주 20% 할증평가를 폐지하고 최대주주가 상장주식으로 세금을 내는 물납도 허용했다. 앞의 예라면 과세 기준은 순자산가치의 80%인 8만 원으로 올라간다. 지난해 5월 이소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도 같은 방향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의 주가 전광판. 사진=한국경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의 주가 전광판. 사진=한국경제
개정안의 문제점은 첫째, 시가주의와의 충돌이다. 거래소에서 매일 형성되는 가격을 두고 장부상 순자산이나 수년 전 평균 주가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상증세법의 대원칙인 시가주의와 어긋날 수 있다. 다만 세법이 모든 가격을 시가로 존중하는 것은 아니다. 비상장주식에는 이미 순자산가치 하한이 있다는 점에서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둘째, 업종의 차이다. 보험·가스나 전통 제조업처럼 자산에 비해 이익이 적은 업종은 PBR이 구조적으로 낮다. 정부안이 ‘같은 업종 안에서의 순위’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이 차이를 고려한 결과였지만, 그만큼 적용 범위가 너무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 여당안의 순자산 80% 기준은 명확하지만 업종 특성을 담기 어렵다. 재계 일각이 업종별 차등을 요구하고, 반대편에서는 차등을 두는 순간 제도가 무력해진다고 맞서는 이유다.

기준은 명확하게, 출구는 합리적으로

셋째, 일부러 누른 것이 아닌 저평가, 이른바 ‘선의의 저PBR’ 문제다. 주가가 낮은 이유는 업황 부진, 지정학적 위험, 지배구조 할인 등 여러 가지다. 주가를 누른 적 없는 기업의 상속인이 시장에서 받을 수도 없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면, 이는 낼 능력을 넘는 과세가 된다. 현금이 부족한 상속인이 세금을 내려고 주식을 대거 팔면, 그 매물이 다시 주가를 누르고 경영권마저 흔드는 역설도 생길 수 있다. 정부안이 납세자에게 입증 기회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의도가 없었음’을 입증하기란 본래 어렵고, 평가 결과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잇따를 수 있다.
넷째, 할증평가 폐지를 둘러싼 형평성 논쟁이다. 하한 도입으로 늘어나는 부담을 할증 폐지와 물납 허용으로 덜어주는 설계는, 기업 쪽에서 보면 균형 장치다. 반면 참여연대는 지난 3월 논평에서, 주가 누르기 방지를 명분으로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는 것은 결국 최대주주의 상속세를 깎아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같은 법안이 보는 시각에 따라 증세로도, 감세로도 읽힌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여당안의 명확성과 정부안의 정교함 사이에서 절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준이 불분명하면 빠져나갈 길이 생기고, 예외 없는 기준은 선의의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기 마련이다.

첫째, 기준은 법률에 명확히 두고, 예외는 객관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순자산가치 하한처럼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을 두되, 업종 평균 대비 PBR, 자본잠식·회생 여부, 배당과 자사주 소각 실적, 기업 가치 제고계획의 공시와 이행 같은 객관적 지표를 충족하면 벗어날 수 있는 예외를 법에 적어 두는 방식이다.
둘째, 채찍과 당근의 균형이다. 평가 방식을 조이는 만큼 할증평가 정비, 상장주식 물납 허용, 연부연납 개선처럼 주가가 올라가도 합리적 승계가 가능한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셋째, 세금 제도는 시장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이형일 후보자의 지적처럼 세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올해 2월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의 자사주 의무 소각, 국회에 발의된 기업 가치 제고계획 공시 의무화, 중복상장 관행의 개선, 오는 11월 처음 공개될 저PBR 기업 명단이 함께 작동해야 세제의 효과도 온전히 나타날 것이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2023년 상장사들에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요구하고 PBR 1배 미만을 개선 신호로 제시한 뒤 주주 환원이 크게 늘어난 경험이 이를 보여준다.

PBR을 반기마다 챙겨야 하는 이유

넷째, 승계를 앞둔 기업과 자산가는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식과 시행 시기는 정기국회 논의에 달려 있다. 그러나 어떤 안이 채택되든 ‘낮은 주가가 곧 낮은 세금’이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방향만은 분명하다. 자사 PBR이 업종 안에서 어디쯤인지 반기마다 점검하고, 배당·자사주·분할 같은 자본거래를 결정할 때마다 경영상 이유를 그때그때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저평가 시점을 노린 증여 계획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낮은 주가가 이익이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주가 누르기 방지 입법은 단순히 세금을 더 걷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가 제값을 인정받는 시장을 만드는 문제다. 이형일 후보자의 고민은 타당하다. 세법은 유인을 바꿀 수 있을 뿐, 시장의 신뢰를 대신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낮은 주가가 절세가 되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로는 어떤 자본시장 개혁도 절반의 성공에 그칠 것이다.

좋은 세법은 납세자를 벌하는 법이 아니라, 올바른 선택이 손해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법이다. 주가를 누르는 것이 이익이 되는 구조를 걷어낼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법도 비로소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공을 넘겨받은 이번 정기국회가 답을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곽준영 법무법인 웨이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