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개에 달하는 부품이 저마다의 궤적을 그리며 맑고 고운 타종을 울릴 때, 장인의 영혼을 담은 악기로 재탄생한다. 손목 위 가장 작고 정교한 오케스트라, 미닛 리피터
[워치 더 와치스]
VACHERON CONSTANTIN | 270년 넘은 역사의 바쉐론 콘스탄틴이 작정하고 시계의 속내를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캐비노티에 미닛 리피터 투르비용 스켈레톤(Les Cabinotiers Minute Repeater Tourbillon Skeleton)’은 메종의 대표 하이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 2755칼리버의 속을 시원하게 다 비워내며 완성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니크 피스다. 부품의 뼈대만 남기는 스켈레톤 작업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에만 꼬박 1년이 걸렸는데, 메인 플레이트 부피를 40%나 다이어트시켰음에도 튼튼함은 그대로 유지했다.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너머로 투르비용의 다이내믹한 춤사위와 미닛 리피터 기어 트레인의 정교한 톱니바퀴 연동이 마치 누드 퍼포먼스처럼 펼쳐진다. 앵커 대신 무소음 구심 레귤레이터를 달아 차임벨 소리외의 어떠한 소음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함이 돋보인다.
JAEGER-LECOULTRE | 시계를 휙 뒤집는 순간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된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미닛 리피터(Reverso Tribute Minute Repeater)’는 예거 르쿨트르의 아이콘인 직사각형 회전 케이스 ‘리베르소’가 ‘미닛 리피터’라는 가장 까다로운 악기를 집어삼켰다. 네모난 케이스는 소리가 울릴 공명 공간이 작아 워치메이커들에게 악명 높은 숙제였지만, 예거 르쿨트르는 무려 7개의 독자 특허 기술을 집약한 칼리버 953을 새로 개발하며 유유히 난제를 풀었다. 사파이어에 공을 직접 붙여 소리를 울리는 크리스털 공과 트레뷰쉐 해머가 사각형 케이스라는 한계를 비웃듯 명료한 울림을 만든다. 앞면은 수공 기요셰와 에나멜링이 만든 우아한 틸 블루 다이얼로 침묵의 미학을 자랑하지만, 뒤집은 뒷면은 속이 들여다보이는 오픈워크 구조로 해머와 공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연주 현장을 고스란히 공개한다.
PIAGET | “미닛 리피터는 상전처럼 조심스럽게 모셔야 하는 시계다?” 피아제는 이 고루한 편견을 기분 좋게 차 버린다. 울트라 씬 워치메이킹의 명가답게 지름 48mm 화이트 골드 케이스의 두께를 단 9.3mm로 얇게 다듬어내며 스포츠 시크 감성의 ‘폴로 미닛 리피터(Polo Minute Repeater)’를 완성했다. 얇디 얇은 케이스 속에는 피아제의 자랑인 마이크로 로터 방식의 오토매틱 무브먼트 1290P 칼리버가 들어앉아 있다. 얇아졌다고 소리까지 가벼워질 거라 지레짐작하면 오산이다. 치밀하게 공명 구조를 계산해낸 덕분에 64데시벨의 폭발적이고 맑은 음량을 뿜어내며 5옥타브 G#과 A#의 오묘한 멜로디를 건넨다. 무엇보다 미닛 리피터 계열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내던 30m 방수 기능까지 갖춰, 시계에 물 들어갈까 조마조마할 필요 없는 전천후 실용성까지 갖췄다.
A. LANGE & SÖHNE | 독일 드레스덴의 정밀한 장인들이 손목 위에 아담하고 우아한 콘서트홀을 차렸다. 랑에 운트 죄네의 ‘미닛 리피터 페퍼추얼(Minute Repeater Perpetual)’은 시간에 소리를 입히는 미닛 리피터와 윤년까지 스스로 계산하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플래티넘 케이스 하나에 기가 막히게 몰아넣은 하이 컴플리케이션이다. 슬라이드를 당기면 12시간 동안 매분 다르게 조합되는 720가지의 소리 시퀀스가 듀엣으로 연주된다. 차임벨 연주 사이에 연주자가 쉬어 가는 듯한 ‘무음 구간’을 자비 없이 잘라내 버린 일시중지 제거 기능과, 연주 중 실수로 크라운을 건드려 시계를 고장 내지 못하도록 막는 치밀한 안전장치까지 얹었다. 심지어 블랙 에나멜 다이얼의 문페이즈 속 골드 달 주변에는 100개의 별을 수작업으로 새겨 넣어, 시간을 듣다가 눈이 심심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