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기업에 오너라는 개념은 없다’. 행동주의 펀드를 이끄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한경머니가 2013년부터 열네 해째 ‘베스트 오너십’ 조사를 해 왔다는 점에서 이 발언을 곱씹어보게 됩니다. 우리가 매년 평가해 온 그 '오너'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개념이라면, 이 조사는 무엇을 측정해 온 것일까요.
그 답은 조사 결과 안에 있었습니다. 올해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30개 기업집단 총수를 평가하면서 경영 전문성보다 지배구조에 더 낮은 점수를 매겼습니다. 실적이 좋아도 순위가 내려간 총수가 있고, 사업 경쟁력과 무관하게 지배구조 하나로 순위가 뒤집힌 사례도 나왔습니다. 시장은 이미 '얼마나 잘 경영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경영하고 어떻게 견제받느냐'로 평가의 잣대를 옮겨 놓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 실시한 '베스트 금융 리더십' 조사는 이를 반대편에서 보여줍니다. 총수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 즉 오너가 존재하지 않는 금융지주 8곳의 회장을 거의 같은 항목으로 평가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오너가 없는 조직에서도 지배구조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든 아니든, 한국 기업의 약한 고리는 같았습니다.
문제는 오너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닙니다. 시장이 원한 것은 균형입니다. 장기 전략을 세우고 과감하게 결정하되 그 권한이 이사회로부터 견제받는 구조, 승계나 연임으로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되 리더의 능력이 객관적으로 검증되는 절차를 요구합니다. 제도는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지분율을 넘어서는 지배력은 하나씩 회수되고 있습니다.
공개 기업에 오너는 없다는 말은 옳습니다. 다만 그것은 ‘오너십’이라는 질문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질문의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누가 얼마나 가졌는가가 아니라, 가진 만큼만 행사하는가. 그 권한이 어떤 절차로 견제받는가. 다음 사람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가.
한경머니가 오너십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순위를 매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매출이나 주가로 충분합니다. 우리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숫자에 잡히지 않는 부분, 곧 기업을 이끄는 사람의 판단과 그 판단을 둘러싼 구조입니다.
오너란 무엇인가. 이 물음은 이제 한 사람에 대해 묻는 질문이 아닙니다. 한국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조직이 될 것인가를 묻는 것입니다. 그 답을 찾는 일은 개별 기업의 과제이자 한국 경제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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