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에서든 신예들의 패기는 아름답다. ‘2015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다. 5년 미만의 짧은 경력을 통해 ‘베스트 애널리스트 톱 10’에 오른 이들은 모두 6명이다. 업계의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어깨를 견주는 이들의 새해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루키’들을 만나보자.
‘탐방왕’부터 ‘법학도’까지…떠오른 샛별들
연구보조원·고려대 출신 많아
SK증권에서 휴대전화·전기전자 분야를 맡고 있는 박형우 애널리스트. 1985년생으로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그는 2012년 4월 SK증권에 입사해 반도체·전기전자·디스플레이·지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연구보조원(RA)을 거쳤다.

2014년 스몰캡을 담당한 데 이어 2015년부터 통신·네트워크 장비(휴대전화) 부문을 맡은 그는 지난 번 첫 시험대에서 통신·네트워크 장비·단말기 부문 11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번 평가에선 4계단 상승한 7위로 당당히 ‘톱 10’에 올랐다.

박 애널리스트는 ‘탐방왕’이라는 닉네임으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기업 탐방을 최대한 많이 다녀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바를 보고서에 고스란히 녹여내겠다는 취지에서 지은 이름이다. 매달 20~50개 정보기술(IT) 업체들을 탐방한 결과를 바탕으로 2015년 11월 23일 ‘SK IT 탐방왕 : 2016 스마트폰 산업지도’를 내놓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휴대전화·전기전자 산업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한 보고서다.

박 애널리스트는 “탐방을 다녀와 분석한 기업들은 예전보다 우려가 커짐에 따라 금융권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동향 파악이 어려운 휴대전화와 전기전자 업체들”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펀드매니저와 투자자들이 눈여겨봐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부문에서 처음으로 9위에 오르며 10위권 안에 들었다. 1986년생인 정 애널리스트는 고려대 국제학부를 졸업하고 2010년 입사해 2015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애널리스트 업무를 시작했다. 단독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리포트를 작성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베스트 애널리스트 ‘톱 10’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처럼 짧은 기간 안에 상위권에 들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는 “데이터에 근거한 산업·기업 분석에 집중했다”며 “특히 해당 산업 내에서 발간된 관련 자료를 읽으면서 최대한의 정보를 모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했고 해외 사례와 비교한 점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그의 리포트는 해외 기업들의 실적 콘퍼런스콜, 산업 발전 스토리 등을 제시하면서 그 사례들을 국내 기업에 적용해 분석하고 있다. 2015년 11월 24일 발간한 ‘모바일 광고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 대표 포털 업체인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광고 시장의 발전 방향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했다. 미국의 인터넷 광고 발전 사례까지 참고하면서 광고와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형태의 ‘국내 애드테크(Ad Tech) 산업’에 대해 조명했다.

이번 다크호스에서 홍일점인 손주리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음식료·담배 부문에서 8위를 기록했다. 1985년생으로 숙명여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2012년 5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IBK투자증권에서 교육·제지 및 의류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애널리스트로서 첫발을 내디딘 그해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금융 투자 업계에 혜성같이 등장했고 이듬해에도 9위를 기록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의 매력으로 양면성을 들었다.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만큼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는 뜻이다. 손 애널리스트는 “업무량이 많아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잦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등 여러 애로 사항이 있다”면서도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이 되면 자료든 사람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보람이 남는다. 양면성이 뚜렷해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말했다.

유통과 의류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는 김근종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섬유·의복 부문에서 8위를 차지했다. 처음으로 순위권에 진입한 데 대해 김 애널리스트는 “2015년 4월부터 유통산업 분석을 시작하고 6월부터 의류 산업 분석을 시작해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며 “그럼에도 좋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1985년생으로 고려대 국제학부를 나온 김 애널리스트는 2011년 현대증권 테크팀 RA로 입사했다. RA 시절 현대증권 테크팀의 김동원 팀장을 비롯해 백종석·박종운 수석연구원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그는 소개했다.

“선배들의 조언과 남다른 노력의 결실”
철강·금속 부문에서 10위를 차지한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역시 고려대에서 수학했다. 통계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다. 2011년 입사한 박 애널리스트는 이듬해 2월 리서치센터로 배치 받았다. 그가 애널리스트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5년 6월이다.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발군의 실력을 나타내 ‘톱 10’ 반열에 오른 것이다.

2015년 9월 24일 발간한 ‘철강금속 :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는 중국 현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생각하는 자국의 철강·금속 업황과 업체들의 기술력에 대한 평가를 담아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 애널리스트는 “철강·금속 산업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매크로(macro : 거시) 변수를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아직 업력이 길지 않아 매크로를 읽는 능력이 부족하지만 선배님들이 항상 가르쳐 주시는 덕분에 잘해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의 투자분석팀은 박희찬 팀장을 포함해 4명의 애널리스트와 3명의 RA로 구성돼 있다. 정의민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도 그 4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번 조사에서 채권 부문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 애널리스트는 1985년생으로 연세대에서 불어불문학과·응용통계학과를 복수 전공하고 2011년 입사했다. 입사 후 5년의 시간을 투자분석팀 RA로 근무하면서 내공을 쌓았다. 2015년 하반기부터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RA 시절엔 주식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했기 때문에 채권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어서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정 애널리스트는 “RA를 통해 팀 내 시황·퀀트·경제·전략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업무를 지원하면서 다양한 지표를 접했던 경험이 결국 채권 자료를 쓰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은 국내 저금리 기조와 함께 해외 채권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환경”이라며 “향후 지속적으로 해외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