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사우디·러시아 각자 살길 찾기, 영국·덴마크 EU 탈퇴 움직임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지났다. 세계 성장률 전망은 대체로 2015년보다 2016년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실상 그러한 기대는 금융시장에서 찾기 힘들다. 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2015년 증시가 모두 하락 마감됐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는 2015년 말 기준 전년 대비 17.0%, MSCI 선진국지수는 2.7% 하락해 MSCI 세계지수는 전년 대비 4.3% 하락 마감됐다.

기대를 반영하는 증시가 특히 하반기부터 하락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2016년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이 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사우디, 유가 하락에도 원유 증산

2016년에도 유가는 여전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2015년 12월 미국 금리 인상 이후에도 금리와 증시에 큰 영향을 줬던 것은 국제 유가였기 때문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유가는 2014년 44.2%, 2015년 29.7% 하락했다. 2014년 초 배럴당 95.44달러에 달하던 WTI 유가는 2015년 말 배럴당 37.04달러까지 하락했다.

치킨게임의 양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국가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다. 특히 유가가 반등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하락세가 지속되며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 중 최대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에서는 이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루블·달러 환율이 2015년 말 달러당 72.52루블을 기록하며 역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경기도 루블화 절하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4분기부터 2015년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러시아 성장률이 이렇게 장기간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2008년부터 2009년 사이 벌어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저유가 때문에 향후 러시아 경기에 대한 기대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 수출 중 원유 수출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약 31%다. 2011~ 2013년 원유 수출이 평균 33.5%의 비율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낮아졌다. 2015년 1~10월 기준으로는 26.6%까지 낮아졌다. 이 때문에 러시아 수출은 2014년 8월부터 1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 러시아는 2015년 11월 기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5.0% 수준까지 치솟았다. 유가 하락과 미국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루블화 가치가 급격하게 절하된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기준 금리를 더 이상 인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에도 원유 생산국들 간 치킨게임의 영향으로 유가가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2015년 12월 28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하루 150만 배럴 정도 증산함으로써 글로벌 원유 시장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유가 하락에도 사우디는 오히려 원유 생산을 늘렸다. 그동안 사우디가 러시아를 중심으로 비OPEC 국가들에 원유 감산을 촉구해 왔지만 이를 러시아가 거절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란은 2015년 7월 핵협상의 핵심 조항들을 순조롭게 이행하며 경제제재 해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이란은 경제제재 해제 1주일 내로 1일 원유 수출량을 종전보다 50만 배럴 늘리고 6개월 내로 100만 배럴 늘려 하루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할 계획이다.

사우디·러시아 등 주요 원유 수출국들은 미국 금리 인상과 유가 하락이 경기에 주는 영향을 흡수하기 위해 외화보유액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외화보유액을 줄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더 줄일 수 있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치킨게임이 장기화될 수 있다.

유로화는 ‘원초적’ 문제 안고 있어

유가와 함께 당장 임박하지는 않았지만 관심 있게 봐야 할 이슈는 유럽 정치다. 특히 핀란드와 영국은 2016년 중 유로존 탈퇴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1999년 1월 1일 11개국을 중심으로 유럽통화동맹(EMU)을 출범시키고 2002년 1월 1일부터 단일 통화인 ‘유로’를 도입하며 유로존이 탄생했다. 현재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 국가는 19개국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재정 통합이 배제된 유로존의 통화 단일화의 결과로 남유럽 국가 재정 위기 등 유로존 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해 왔다.

최근 시장조사 기관인 센틱스에서 집계한 유로존균열지수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5년 초 그렉시트 우려로 빠르게 상승했던 유로존균열지수는 그리스와 채권단과의 협상이 잘 마무리되며 다시 빠르게 안정됐다. 하지만 2015년 10월 11.26을 저점으로 다시 2개월 연속 상승해 12월 14.035를 기록했다.

물론 2012년 6월 지표 집계 이후 유로존균열지수의 평균은 24.4포인트로, 현재 수치가 평균보다 낮기 때문에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유로존 내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반등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특히 핀란드는 유로존 회원 자격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청원에 대해 5만 명 이상의 서명을 얻어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는 요건을 얻었다. 이제 핀란드 의회의 승인만 있으면 국민투표를 치를 수 있다. 2016년 초 핀란드 의회가 이를 승인하며 국민투표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아가 영국과 덴마크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EU 자체에서 탈퇴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2017년까지 브렉시트(영국의 EU 이탈)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운 보수당이 2015년 5월 총선 결과 재집권에 성공하며 이른바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5년 11월 EU에 영국의 독자적 난민 수용 정책과 비유로존 EU 국가에 대한 차별 폐지 등 회원국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EU에 제시했다. 2016년 2월 18~19일에 있을 EU 정상회의에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여름 즈음 영국은 국민투표를 시행할 계획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브렉시트에 대해 영국을 이기적인 선택이라며 비난했지만 캐머런 총리는 EU의 과도한 규제로 영국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국민투표 의지를 밝혔다.

물론 EU 또는 유로존 내의 국가들이 빠르게 탈퇴 절차를 밟아 유로존이 붕괴되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핀란드와 영국을 중심으로 연초 유럽 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핀란드의 국민투표와 영국과 EU 간의 협상을 중심으로 유럽 정치 이슈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