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인맥⑬ 신한금융그룹]
1982년 국내 첫 순수 민간은행으로 출발, 외환위기 때도 흑자 행진
재일 동포들이 모은 종잣돈…‘1등 금융’으로 활짝
(사진) 1982년 서울 명동에서 열린 신한은행 창립식에서 고 이희건(가운데) 신한은행 회장 등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국경제 DB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신한금융그룹은 1982년 재일 동포의 자금을 토대로 설립된 신한은행을 모태로 한다. 2001년 국내 최초의 민간 금융지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후 조흥은행과 LG카드를 합병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신한금융그룹은 뛰어난 리스크 관리와 재정 건전성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수익 창출 등을 통해 ‘1등 금융 브랜드’ 자리를 굳히고 있다.

◆ 은행 영업에 ‘고객 만족’ 개념 도입

재일 동포들은 197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재일 동포의 모국 투자 촉진, 외국자본과 재일 동포 재산 반입 증대, 국내 중소기업 육성과 수출 증대에 기여 등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정부는 번번이 허가를 미뤘다.

재일 동포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된 노력 끝에 1982년 신한금융의 모태인 신한은행을 출범시킬 수 있었다. 재일 동포 경제인들이 자본금 250억원을 전액 출자해 세운 한국 최초의 순수 민간은행이 탄생한 것이다.

신한은행 창립 주역 341명 가운데 최대 공로자는 고(故) 이희건 회장이었다. 창업 리더인 그는 주주를 모집하고 정부를 상대로 한 은행 설립 청원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1982년 7월 7일 창립식이 열린 서울 명동에는 재일 동포들과 김세창 초대 은행장, 신한은행 직원들이 모였다. 이희건 회장은 “신한은행을 조국 대한민국의 경제 번영과 함께 성장시켜 국내 최고의 은행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개점 첫날 한국 금융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며 돌풍을 예고했다. 이날 신한은행 본점 영업부를 방문한 고객은 1만7520명이었다. 보통예금 178억여원, 정기예금 96억여원 등 총 5017계좌에 357억4800만원의 예금이 들어왔다. 개점일 하루 동안 자본금 250억원보다 100억원이나 많은 예금 수신액을 올린 셈이다.

신한은행은 이후 고객 제일주의로 은행 영업에 ‘고객 만족(CS)’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진가를 발휘했다.

신한은행은 1997년에 533억원의 흑자를 거뒀고 금융권의 연쇄 도산 소용돌이가 일어났던 1998년에는 5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당시 시중은행들이 낸 적자 규모만 12조5000억원에 달했다.

신한은행은 IMF 위기를 거치며 고객으로부터 더욱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신한이 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재일 동포 주주들의 꾸준한 지원이 한몫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투철한 주인의식, 친절한 금융 서비스 등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신한은 2000년대 들어 국내 금융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당시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세계적 금융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2000년 말 금융지주회사 법안이 발효됐다.

신한금융그룹은 2001년 9월 1일 국내 최초의 민간 금융지주로 새롭게 출범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출범 후 수익원 확보와 세계적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자회사 편입을 추진했다.

2002년 제주은행 인수를 시작으로 조흥은행 인수, 굿모닝신한증권 완전 자회사 편입, 신한생명 자회사 편입, LG카드 인수, 신한저축은행 자회사 편입 등에 잇따라 성공했다.

2003년에는 신한금융지주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글로벌 금융회사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재일 동포들이 모은 종잣돈…‘1등 금융’으로 활짝
◆ 해외 네트워크 20개국으로 확장

신한금융그룹은 저성장·저금리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어려운 외부 환경 속에도 2008년 이후 국내 금융사 중 당기순이익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의 가장 큰 특징은 은행 부문의 안정적 이익 증가와 비은행 부문의 실적 개선(전 분기 대비 19% 증가)이 조화를 이룬 점이다. 신한금융그룹이 8년째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은 데에는 신한은행의 역할이 컸다.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2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9% 증가했다. 2분기 중 자산 성장이 재개되고 순이자 마진이 2분기 연속(매분기 2bp) 개선되면서 핵심 이익인 이자 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6.1% 성장했다.

신한은행은 올해로 조흥은행과의 통합 10주년을 맞았다. 신한은행은 2006년 4월 1일 조흥은행과 합병해 통합 신한은행으로 재출범했고 2010년 이후 순이익 기준으로 1등 은행에 올라섰다.

신한은행은 현재 조용병 행장이 이끈다. 조 행장은 9월 취임 1년 반을 맞는다. 조 행장은 지난 4월 l일 서울 세종대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통합 10주년 기념식에서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뱅크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조 행장은 “2020년까지 당기순이익 2조원과 글로벌 손익 비율 20%를 달성하겠다”며 “지난 1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 10년을 향해 다시 힘차게 뛰자”고 말했다.

조 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글로벌 사업을 선정하고 글로벌 역량 강화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존 진출국인 일본·중국·베트남·캄보디아를 넘어 2억5000명의 인구를 지닌 인도네시아와 국내 은행이 진출하지 못했던 미얀마 진출까지 완성했다. 이른바 ‘아시아 금융 벨트 전략’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호주에도 진출하면서 아시아 금융 벨트 구축에 이어 태평양 지역으로 금융 영토를 넓히고 있다. 조 행장 취임 전인 지난해 초 16개국 70개에 머무르던 해외 네트워크는 9월 현재 20개국 143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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