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내년부터 본격 판매…“2020년 매출 목표 5000억원”
엘지엠 “전기차 이은 전기배 시대 열겠다”
(사진) 엘지엠이 개발한 전기선박의 모습.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각국의 강화되는 환경 규제는 운송 수단의 패러다임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다.

실린더 내부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태워 동력을 발생시키는 내연기관 엔진 대신 전기 충전만으로 차체를 움직이는 전기모터 차량, 즉 ‘전기차’를 출시하는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점차 육상에서부터 해상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박에 의한 해양오염 문제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면서 해상에서도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배 시대가 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전기배 추진체를 만드는 한 국내 벤처기업의 기술력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엘지엠이 그 주인공이다.

엘지엠은 국내 전기자동차 개발 회사인 레오모터스가 전기배 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한 계열사다. 사실 전기차는 전 산업군에 걸쳐 큰 화두가 되고 있지만 전기배라는 개념은 일반인들에 생소하기만 하다.

오랜 기간 전기차 연구에만 매진해 온 이들이 전기배 추진체만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엘지엠 설립을 결심한 배경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안전성 강화 위한 연구·개발에 총력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시장에서 대기업들과 경쟁하면서 회사를 키우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레오모터스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전기차 부문에서 활발한 사업을 이어 가고 있긴 하지만 그간 축적했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신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강시철 레오모터스 ·엘지엠 회장의 설명이다.

새로운 시장을 찾는 과정에서 우연히 자동차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선박 시장을 들여다보게 됐고 고심 끝에 결정했다.

가장 크게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국내의 그 어떤 기업도 친환경 전기 선박 추진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언젠가는 바다에서도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배가 아닌 전기로 움직이는 배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이렇게 엘지엠은 국내 유일의 전기배 추진 시스템 제조업체가 됐다.

전기 추진체와 관련한 모태 기술은 충분히 레오모터스가 갖추고 있던 상황이다. 자동차에서 배로 넘어왔어도 당장 배가 움직이도록 할 수 있는 추진체 제작 기술력은 충분했다. 다만, 전기와 물이 상극인 만큼 안전성에 상당한 고민이 필요했다.

설립 이후부터 엘지엠은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약 7년 동안 안전한 추진체는 물론 교환이 쉬운 배터리 등 다양한 전기배 관련 기술들을 개발해 내는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전기배와 관련해 총 24건의 특허를 획득하고 추가로 22건은 심사를 받고 있는 등기술력을 인정받은 상태다.

◆전기배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

엘지엠이 가장 자랑하는 기술은 ‘무감전 추진체’와 ‘카트리지 배터리’ 기술이다. 현재 세계에서 운항 중인 전기배들은 대부분이 소형 유람선과 같은 레저용 선박이다.

대부분이 30마력 미만의 저출력 추진체를 사용 중이다. 60마력이 넘는 고출력 전기 추진체를 만들기 위해선 전압이 많이 필요한데, 만약 누전이 발생하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엘지엠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전기 추진체는 무감전 시스템을 장착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수상에서 고전압을 사용하는 전기보트의 감전 위험을 제거한 세계 유일의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유람선은 물론 고출력 엔진을 필요로 하는 세일링 요트와 수상 오토바이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배터리도 전기배에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충전 시간과 운항거리가 문제다. 일반적으로 완속 충전을 하면 충전 시간이 6시간이나 걸린다.

급속 충전 시에는 충전 시간이 40분 정도로 줄지만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200kg이 넘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혼자 교환할 수 없고 운항거리도 내연기관에 비해 턱없이 짧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엘지엠은 쉽게 교환할 수 있는 카트리지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역시 전 세계에서 엘지엠만 보유한 특허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무게가 가벼워 혼자서 다 쓴 배터리를 떼어내고 충전된 배터리로 쉽게 교체할 수 있고 배터리 확장도 가능해 짧은 운항거리 문제 또한 극복했다고 엘지엠 측은 밝혔다.
엘지엠 “전기차 이은 전기배 시대 열겠다”
엘지엠은 이런 기술들을 이미 2013년에 개발했지만 그간 보완 작업을 계속 이어 왔다. 그리고 비로소 올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우선 레저용 선박 시장을 공략한 뒤 향후 조업용 어선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세계해양레저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레저 선박 판매 규모는 매년 20% 정도 증가해 2015년 기준 54조4320억원으로 집계됐다. 소형 어선의 시장 규모는 약 500조원에 달한다.

각국의 규제로 전기배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성장 가능성 높은 시장에 진출해 2020년까지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엘지엠의 목표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