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IT 기반 전국 물류망 갖춘 배달 대행 스타트업…라스트 마일 배송 시장 진입 노리는 이마트 ‘눈독’
유통 공룡들이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 탐내는 이유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정보기술(IT) 기반의 물류 스타트업으로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가 다양한 방식의 투자 유치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유통 업체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메쉬코리아의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에 이마트 등 유통 업체와 중국계 사모펀드(PEF) 등 3~4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메쉬코리아 창업자인 유정범 대표는 사내 메일을 통해 “현재 투자 유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치열한 경쟁에서 선도 기업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며 벤처 기업의 숙명과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 대표의 경영권 매각설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 불 붙은 라스트 마일 배송 경쟁

메쉬코리아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인 이마트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추세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라스트 마일 배송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점포 중심의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함에 따라 라스트 마일 배송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지알에스는 롯데리아·엔제리너스·크리스피크림 도넛 등 롯데의 5개 외식 브랜드 제품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배달 주문할 수 있는 ‘롯데이츠’를 2월 10일 출시했다. 업계는 이마트가 배달의민족의 ‘초소량 바로배달’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부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관측한다.

이마트는 이미 물류 스타트업 나우픽과 손잡고 자체 상표(PB)인 ‘피코크’에 한정해 30분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부릉과 손잡는다면 이마트는 자사 유통 채널 중 하나인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에서 자체 배송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라스트 마일 배송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부릉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면 배송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메쉬코리아는 이미 이마트·신세계·홈플러스 등 유통 업체들과 계약하고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에는 통합 물류 관리 솔루션인 ‘부릉 TMS’를 이마트에 공급한 바 있다. 최근 메쉬코리아는 편의점 배송 시장까지 진출해 라스트 마일 배송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릉을 통해 편의점 CU와 GS25에 이어 세븐일레븐까지 국내 3대 편의점의 실시간 배송을 시작했다.
유통 공룡들이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 탐내는 이유


◆ IT 기술력 강점, 예비 유니콘


라스트 마일 배송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인 메쉬코리아는 IT 기술력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차별화된 물류 서비스를 선보이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3년 3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유정범 대표가 창업한 이후 혁신성을 인정 받아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손꼽힌다.

메쉬코리아는 사업 초기인 2013~2014년 배달 앱을 운영하며 기업 대 소비자(B2C) 배달 채널 비즈니스를 경험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물류 시장의 핵심이 라스트 마일에 있다고 판단하고 기업 대 기업(B2B) 물류 서비스인 ‘부릉’ 플랫폼을 출시했다. 배달 앱의 성장과 1인 가구 증가, 간편식 위주의 식생활 변화 등으로 라스트 마일 시장이 팽창하면서 메쉬코리아는 고성장을 거듭해 왔다.

투자 러브콜도 꾸준히 이어졌다. 2013년 솔본인베스트먼트에서 13억원의 시드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현대차·네이버·미래에셋 등 대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IT 기술력과 전국 340여 개 스테이션(물류 거점)을 바탕으로 촘촘한 실시간 배송망을 구축하고 있고 2019년 이륜 서비스에 사륜 서비스를 더한 당일·반나절 배송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차별화한 물류 경쟁력에 힘입어 2019년 매출 16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121% 성장한 수치다. 부릉 서비스를 본격화한 2016년 52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2017년 301억원, 2018년 730억원에 이어 2019년 161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메쉬코리아 비장의 무기는 바로 회사의 경쟁력이자 핵심 자산인 ‘IT’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IT 기술력을 통해 배송 효율성 제고와 투명한 정산 체계 구축 등 배달 생태계를 양성화하는 물류 혁신이 가능했다”며 “올해 배송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해 사륜차 서비스를 확대하고 종합 물류 기업의 기틀을 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김희종 메쉬코리아 사업본부장(CBO)

“스타트업 투자 유치는 성장 과정…올해 사륜차 사업으로 시장 혁신에 속도 낼 것”
유통 공룡들이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 탐내는 이유
김희종 메쉬코리아 사업본부장(CBO)은 “메쉬코리아는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해 왔다”며 “사륜차 사업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 시장 우위를 점하고 시장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사들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자 유치는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확장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성장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배송 대행,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사들과 구별되는 부릉 서비스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메쉬코리아의 강점은 정보기술(IT) 경쟁력이다. 출발은 다른 배달 대행 회사와 유사했지만 기술 경쟁력을 통해 물류 플랫폼 기업이자 종합 물류 인프라 서비스 기업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최대 장점인 IT 기술력으로 물류 최적화에 집중하기 위해 우수한 개발 인력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데이터 사이언스 총괄로 스탠퍼드대 출신인 빅데이터·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 김명환 박사를 영입했다. 회사 구성원의 30%인 70여 명이 개발 인력이다.”

-최근 3년 평균 247%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지속적으로 매출 성장을 이끄는 비결은 뭔가.

“배달 서비스에 IT를 접목해 시장을 혁신하고 선도하며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지만 그 혁신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사업 초기 창업자의 B2B 시장 진입 전략은 메쉬코리아가 물류 시장에서 후발 주자임에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하나의 동력이 됐다. 메쉬코리아는 B2B 시장에서 화주의 물량과 매출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다. 주문 취소율을 1% 이하로 지속 관리할 수 있는 운영 능력을 보유해 B2B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안정적인 B2B 물량의 공급이 매출 성장을 가능하게 한 기반이 됐다.”

-이륜차에 이어 사륜차 서비스를 안착시키면서 종합 물류 인프라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운영하는 사륜차가 올해 1월 기준 100대를 넘었고 연내 400~500대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단순히 사륜 배송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이륜망에 사륜을 확장하고 이 두 가지를 연결해 오토바이 퀵 서비스보다 저렴하고 택배보다 빠른 당일 배송과 반나절 배송 등 도심 물류를 확대해 갈 계획이다. 2019년부터 신선식품·의류·펫푸드 등 여러 가지 제품 배송을 테스트하고 있고 성과도 내고 있다. 향후 당일 배송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생각하고 물류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개발과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계획은 어떻게 세웠나.

“핵심 자산인 전국망을 더 촘촘하게 만들면서 사륜 사업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연말에는 제삼자 물류(3PL)와 풀필먼트(주문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시스템)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장기 전략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부릉은 배달 생태계의 기초가 되는 라스트 마일 배송에서 시작해 자체 개발한 ‘부릉 POS’를 통해 주문 채널까지 시스템을 통합하고 있다. 또 그 시스템을 개발하고 통합할 수 있는 우수한 IT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물류업 전 영역이 사업 확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기적 목표는 이륜 사업을 견고하게 성장시키면서 사륜 사업을 중견 운수사 수준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부릉 운송 관리 시스템(TMS) 사업에도 힘을 실어 국내외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