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위기 이후 기회를 잡아라…2021 재테크 전략]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6인 대상 설문
-“상반기 기회, 하반기엔 자산 배분 전략 중요”
코스피 3000 시대 열린다…2021년 ‘톱픽’은 삼성전자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내년 한국 증시는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의 기대감 속에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은 코스피지수가 내년 3200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을 최근 내놓았다. 기업들의 실적 반등과 함께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른 시중의 유동성이 주식 시장으로 몰려 주가를 부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코스피 3000 시대’ 투자 전략과 유망 주식을 물었다. 16명 모두 삼성전자를 ‘톱픽’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코스피 밴드는 상반기에 고점을 형성했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약세를 보이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상반기에는 주식의 비중 확대가 유효한 반면 하반기에는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 간 배분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내년 코스피, ‘상고하저’ 패턴 전망 지배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대부분 내년 코스피지수가 2900선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문 대상 16명 중 10명이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 3000 시대의 개막을 예측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코스피 밴드 상단으로 3080을 제시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320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봐 눈길을 끌었다. 윤 센터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의 강한 실적 반등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 밸류에이션 할증, 주식 시장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내년 코스피지수는 2400에서 3200선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재정 지출로 기업들의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돼 크게 상승했지만 금리가 서서히 회복되는 내년에는 국가·업종·종목별 차별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코스피지수는 2300에서 2770의 이른바 ‘박스피’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내년 코스피 밴드에 대해선 ‘상고하저’ 패턴이 유력할 것으로 봤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경제 지표 회복 등 위험 자산에 긍정적인 요소들이 내년에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상반기 중 국내 주식 시장이 정점을 기록할 가능성에는 여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 백신의 보급 추이와 미·중 관계 설정 여부 등이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플레이션 상승에 베팅한 경기 민감 업종의 비중을 확대하는 대신 실적 가시성이 높은 대형 기술주는 방어주로 활용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까지는 주식 등 위험 자산의 상대적 우위가 예상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 간 자산 배분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1년 이내 단기 투자 목적의 대응보다 노후를 내다보는 장기적 시각이 필요하다”며 “누구나 다 아는 유망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관련 종목들에 분산 투자하는 ‘테마틱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망 업종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

센터장들은 이른바 ‘바이든 시대’, ‘그린 뉴딜 시대’ 그리고 한국 대선 1년여를 앞둔 시점에서의 유망 업종에 대해선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무너진 실적과 일자리를 재건할 수 있는 제조업 등이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 정책 수혜 등에 따른 반사이익보다 기업들의 ‘기초 체력’이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며 “반도체·2차전지·자동차 등 실적 개선이 확실한 업종이 내년 한국 증시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화학·운송 업종 등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제한적이나마 정상화 과정을 밟아 왔다”며 “백신 상용화 등에 따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들 업종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산업의 흥망은 각국 정부의 지원 여부가 핵심으로 작용해 왔던 만큼 주식 시장에서도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이른바 ‘그린 산업’이 주축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무너진 중산층을 재건하는 것은 모든 정부의 근본적 목표”라며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핵심인 만큼 풍력·태양광·수소 등 친환경 관련 업종의 활약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주요 정부들이 약속한 듯 ‘그린’을 정책의 표면에 내세우고 있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테마가 투자 업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민감주나 안정주 또는 기존 산업 분류표상의 업종 구분에 따른 전략은 점차 의미가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재생에너지 등 그린 이슈는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이 뒷받침되는 게 중요하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4년간 2조 달러의 투자를 약속함과 동시에 파리기후협약의 재가입을 시사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3000 시대 열린다…2021년 ‘톱픽’은 삼성전자
내년 유망 종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모든 센터장이 삼성전자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1월 6만원대를 찍은 뒤 한 달 만에 7만원대에 안착했다. D램 업황 회복 기대에 따른 결과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2분기로 예상됐던 D램 고정 가격 상승 시점이 2월로 앞당겨졌다”며 “삼성전자는 D램 장기 호황 사이클에 힘입어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 호실적 랠리를 이어 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LG화학, ‘배터리 분할’에도 여전히 매력적

배터리 사업부 물적 분할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LG화학도 최근의 주가 상승세를 이어 갈 유망 종목으로 꼽혔다. 7명의 리서치센터장이 LG화학을 여전히 매력적인 종목으로 제시했다.
코스피 3000 시대 열린다…2021년 ‘톱픽’은 삼성전자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 물적 분할 발표로 지난 9월 중순 주가가 급락했지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성장 전망에 따라 배터리 부문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한 다양한 방식의 자금 유치가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6년여 만에 20만원대 주가 탈환을 눈앞에 둔 현대차도 증권가가 주목하는 기업 중 하나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배 구조 개편에 다시 나설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과 함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노력이 투자자들의 ‘러브콜’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 거둔 데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 선점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으면서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대표주에서 ‘코로나19 수혜주’로 거듭나면서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롯데케미칼도 주목할 종목으로 분류됐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롯데케미칼은 대한유화·한화솔루션 등과 함께 대표적인 합성수지 제조업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합성수지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온라인 판매와 배달 음식 증가 등으로 포장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철강 수요가 중국을 중심으로 되살아나면서 그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꼽혔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 등 주요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고 글로벌 자동차 공장 가동률도 상승하면서 철강재 수요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는 점이 포스코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 바이오 기업 중 하나인 셀트리온도 유망 종목으로 분류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연일 강세다.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가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허가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확산한 데 따른 결과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영업이익률과 매출액 대비 잉여현금흐름(FSR)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성장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셀트리온은 ‘KRX 바이오 K뉴딜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 중 차별화가 가장 돋보이는 성장주”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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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7호(2020.12.14 ~ 2020.12.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