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암 백신 빅뱅③]
‘하루 177% 폭등’ 모더나 잭팟 추격 매수보다 ‘이 종목’ 노려라 [암 백신 빅뱅③]
로또 그 이상의 로또였다. 8월 글로벌 증시를 흔든 역사적 사건, 모더나 이야기다. 모더나 주가는 역사적인 암 백신 임상 성공 발표에 힘입어 지난 8월 19일(현지 시간) 177% 급등했다. 불과 석 달 전 한타바이러스 유행 소식에 주가 급등을 기대하고 매수를 감행했던 이들은 예상치 못한 역사적 대박을 맞이했다.

‘제2의 모더나’는 없을까. 국내외 애널리스트 역시 하반기 증시를 이끌 새로운 주도주로 제약·바이오를 주목하고 있다. 모더나, 지금이라도?모더나가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함께 개발 중인 암 백신 ‘인티스메란’이 피부암(흑색종) 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 뛰어난 재발 방지 효과를 입증하면서 바이오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지금까지의 암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같은 약을 투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기술은 환자의 수술 부위에서 떼어낸 암세포 유전을 분석해 그 환자의 몸속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맞춤 제작하는 초개인화 치료 체계다.

임상 성공 발표 직후 62달러에서 170달러 선을 뚫어냈던 모더나 주가는 이내 130달러 선까지 밀려났다가 140~150달러 안팎에서 숨 고르기를 이어가는 등 강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단숨에 폭등한 뒤 가파른 등락을 거듭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금이라도 모더나 추격 매수에 나서야 할지 고민이 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암 백신’이라는 이름만 보고 세부적인 맥락을 놓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울프리서치의 알렉산드리아 해먼드 애널리스트는 WSJ를 통해 “자체 설문조사 결과 개인투자자 다수가 암 백신을 독감 주사처럼 일반인이 미리 맞춰 암을 예방하는 약으로 오해하고 있었다”며 시장이 잠재적 시장 규모를 실제보다 훨씬 크게 착각했을 가능성을 짚었다.

이 약물은 건강한 사람이 미리 맞는 예방용이 아니다. 이미 암 수술을 마친 고위험군 환자 몸속에 미세하게 남은 암세포를 찾아내 재발을 막는 치료용 백신이다. 환자 한 명 한 명의 세포를 채취해 백신으로 만드는 데만 약 6주가 걸리는 고가의 맞춤 의약품이라 대상 환자군이 한정돼 있다.

리링크파트너스의 다이나 그레이보시 애널리스트는 “인티스메란의 연간 매출이 2032년 수십억 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시장은 발표 단 하루 만에 모더나와 머크의 시가총액을 각각 400억달러 이상 부풀렸다. 실제 벌어들일 돈에 비해 기대감이 주가에 너무 일찍, 그리고 크게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 조재윤 애널리스트 또한 “주가 폭등의 배경을 설명할 뿐 핵심 변수를 해소하진 못했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는 우선 전체 생존율 데이터가 아직 미공개 상태라 실제 환자의 생존 기간을 얼마나 늘려주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기성품과 달리 환자 개인별로 일일이 맞춤 제작해야 하는 특성상 상업화를 위해 생산 규모를 10~100배 늘려야 하는 ‘대량생산의 한계’도 커다란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조 애널리스트는 “밸류에이션 부담에 생산 확장 리스크까지 더해졌다”며 “향후 전체 생존율 수치와 후속 임상 데이터 발표를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등주 추격 대신 주변 밸류체인 전문가들은 이미 주가가 치솟은 모더나를 무리하게 사들이기보다 암 백신 시대가 열리며 함께 성장할 주변 밸류체인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신한투자증권의 하헌호 애널리스트는 “모더나는 단기간에 크게 상승해 현재 진입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모더나 암 백신과 함께 수혜를 볼 수 있는 주변 종목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첫째 수혜 분야는 ‘개인 맞춤형 유전체 분석 플랫폼’이다. 환자마다 다른 암세포 변이를 정밀하게 읽어내야만 그에 맞는 백신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단 업체 퍼스널리스를 인수한 미국 헬스케어 기업 템퍼스AI가 대표적이다. 퍼스널리스는 모더나의 암 백신 개발에 유전체 분석 기술을 독점적으로 제공해 온 핵심 기업으로 이번 임상 성공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모더나의 라이벌 기업인 독일의 바이오엔테크 역시 췌장암, 대장암, 폐암 등 다수의 암 백신 임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와 공동 개발 중인 맞춤형 암 백신 ‘BNT122(오토진 세부메란)’를 통해 괄목할 성과를 입증했다. AACR 등 주요 학회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수술 후 췌장암 환자 8명 중 6명이 약 4.2년간 재발이나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 치사율이 극도로 높은 췌장암에서 유의미한 재발 방지 효과를 확인한 셈이다. BNT122는 올해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중간 데이터 공개도 앞두고 있어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이 외에도 파이프라인 전반에 임상 호재가 대기 중이다. 두경부암 치료제 ‘BNT113’은 올해 임상 2/3상 중간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며 비소세포폐암 백신인 ‘BNT116’ 역시 세계폐암학회에서 초기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루 177% 폭등’ 모더나 잭팟 추격 매수보다 ‘이 종목’ 노려라 [암 백신 빅뱅③]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으로 시선을 옮겨도 기회는 다양하다. 핵심 수혜주는 알테오젠이 꼽힌다. 암 백신의 핵심 파트너 약물이 키트루다인 만큼 백신 시장이 커질수록 키트루다의 처방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머크가 비소세포폐암 임상 3상에서 키트루다를 링거 대신 5분 만에 맞는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해 병용 임상에 착수하면서 알테오젠이 보유한 SC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의 가치는 더욱 급등할 전망이다.

IBK투자증권 정이수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업 중 가장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곳은 알테오젠”이라며 “암 백신 보조요법 시장의 확대는 키트루다의 치료 영역 확장과 함께 알테오젠의 SC 제형 변경 기술이 적용된 ‘키트루다 큐렉스’의 처방 증가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머크는 매출 비중이 큰 고위험 비소세포폐암 임상 3상에서 이미 키트루다 SC 제형과 암 백신 병용 투여에 착수하며 SC 제형 중심의 전략적 확장을 공식화했다.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 역시 구조적 수혜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허 애널리스트는 “미국 FDA가 단일 브리징 임상 결과를 근거로 키트루다 SC를 기존 정맥주사(IV)가 승인받은 대부분의 고형암 적응증에 포괄적으로 승인한 상태”라며 “암 백신 병용요법이 정식 승인되면 모더나가 별도의 SC 결합 임상을 진행하지 않아도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편의성이 높은 키트루다 SC로 대체 처방될 길이 확고히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엄민용 애널리스트의 톱픽도 알테오젠이다. 그는 “모더나 암 백신은 키트루다와 병용이 필수인데 이번에 공개된 흑색종은 키트루다 전체매출의 10%에 해당하고 5월 개시된 비소세포폐암은 키트루다 전체 매출 40%로 키트루다SC와 병용하는 디자인”이라며 알테오젠이 가장 큰 수혜 종목이라고 꼽았다.

아울러 암 백신 생태계 확장에 따른 낙수효과도 기대된다. 후발주자들의 암 백신 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백신 원료와 임상 물량 위탁생산을 담당할 에스티팜이나 mRNA 전달체·플랫폼 기술을 가진 삼양바이오팜, 한미약품 등도 함께 주목받는 분위기다.

이 밖에 기술력 대비 저평가된 항암 바이오 기업도 눈여겨볼 만하다. 엄민 용 애널리스트는 앱클론과 지아이이노 베이션을 꼽았다. 앱클론은 HER2 항 17 2026 09 02-08 체 'AC101'이 지난 7월 글로벌 3상 첫 환 자 투약을 시작했으며, 중국 2상에서 기 존 대비 4배에 달하는 무진행생존기간 (mPFS 39개월)을 입증했다. 지아이이 노베이션은 면역항암제 'GI-102'의 암 백 신 병용 효능이 기대되는 한편, 하반기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의 기술이전도 추진 중이다 부진 씻어낼 국내 바이오 반등 기회
‘하루 177% 폭등’ 모더나 잭팟 추격 매수보다 ‘이 종목’ 노려라 [암 백신 빅뱅③]
사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은 그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쟁사인 삼성에피스가 SC 제형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알테오젠을 비롯해 최근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임상 3상에서 실패한 코오롱티슈진은 한 달 새 주가가 6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3분의 1토막 났다. 악재가 겹치고 모멘텀 공백 속에 투자심리마저 극도로 위축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반전되는 양상이다. 암 백신에 국한되지 않고 비만 치료제 등 다양한 핵심 신약 분야에서 글로벌 대형 기술수출(L/O)이 잇따르며 침체됐던 바이오 섹터 전반에 강한 반등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8월 24일 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근육 보존형 비만 신약 후보물질 ‘LA-UCN2(HM17321)’를 총 23억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대형 잭팟을 터뜨렸다. 이는 단일 후보물질 기준 역대 글로벌 비만 딜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이자 기존 ‘2강(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구도를 깨고 비만 빅파마 톱3 진입을 노리는 로슈의 핵심 퍼즐로 평가받는다. 한미약품이 올해 릴리(13억달러)와 로슈(23억달러)에 잇달아 굵직한 메가딜을 성공시키면서 증권가의 목표주가 상향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빅파마로의 굵직한 기술수출이 이어지면서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대신증권 홍가혜 애널리스트는 “국내 헬스케어 주가는 지난 5년간 글로벌 시장 대비 부진했지만 최근 글로벌 제약사를 파트너로 한 대형 L/O가 지속되며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며 “글로벌 대비 누적된 주가 격차를 고려할 때 제약·바이오 섹터에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존 핵심 의약품들의 특허 만료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외부에서 새로운 기술을 사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차별화된 항체, ADC, RNA 치료제 및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텍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엄민용 애널리스트는 향후 1~2년 내 독보적인 주가 모멘텀을 보여주거나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수출(L/O) 가능성이 높은 핵심 기업들에 주목했다.

우선 강력한 모멘텀을 보유한 기업으로 한올바이오파마와 보로노이가 꼽힌다. 한올바이오파마는 항FcRn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류마티스 관절염 과 그레이브스병 분야에서 '퍼스트 인 클래스' 및 '베스트 인 클래스' 경쟁력 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사인 아르젠엑스(Argenx)를 잇는 대장주로서의 성장이 기대된다. 보로노이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VRN11'이 타그리소 내성 변이(C797S) 환자군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100%와 뇌전이 완전관해 성과를 나타내며, 하반기 타그리소 미투여 환자 대상 임상에서 우위를 입증할 경우 주가 상승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 및 기술수출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는 올릭스와 큐리언트가 언급됐다. 올릭스는 일라이릴리에 MASH 치료제 'OLX702A' 기술이전 후 하반기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Dual siRNA 플랫폼 추 가 계약과 황반변성·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빅파마 계약 추진 등 풍부한 기술이전 후보군을 갖췄다. 큐리언트는 세계적인 CDMO 기업 론자(Lonza) 와 CDK7 저해제를 활용한 이중 페이로드 ADC 전략을 공동 발표하는 등 플랫폼 공동 기술이전을 포함한 긴밀한 협력 성과가 기대된다.

다올투자증권 이지수 애널리스트 역시 8월의 단기 숨 고르기를 거쳐 9월부터 본격적인 반등 국면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8월은 글로벌 임상 모멘텀 호조와 별개로 빅파마의 보수적인 딜 집행과 비수기가 맞물리며 단기 기술수출 모멘텀 공백기였다”며 “9월부터 글로벌 학회와 주요 임상 데이터 발표가 재개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개별 R&D 이벤트로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