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정부 집값 정책 담당했던 전직 공무원이 밝히는
"집값을 움직이는 네 가지 힘"
집값의 법칙
권혁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만원
집값만큼 많은 사람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시장도 드물다. 금리가 내리면 오른다고 하고, 입주 물량이 늘면 떨어진다고 한다. 인구가 줄면 장기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고, 서울은 공급이 부족하니 결국 오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이런 설명이 때로는 맞고 때로는 틀린다는 점이다. ‘집값의 법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 여타 부동산 전망 책과 접근하는 관점도, 시사하는 바도 다르다.
저자 권혁진은 30년간 공직 생활을 하며 노무현·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급등과 급락을 모두 정책 현장에서 겪었다. 책의 첫 문장도 강렬하다. “나는 집값을 잡으러 다녔던 사람이다. 그런데 번번이 실패했다.” 저자는 강력한 대책에도 주택시장은 거꾸로 움직이는 경험을 거듭하며 대한민국 집값 급등락의 원인을 들여다봤다.
이 책의 장점은 그 실패를 회고담으로 풀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의 데이터를 다시 들여다보며 집값을 움직이는 힘을 수요·공급·금융·규제라는 네 축으로 정리한다. 부동산을 수요와 공급만으로 설명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책은 이 네 요소가 각각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시계열 데이터로 추적한다.
저자는 이를 ‘마차’에 비유한다. 수요와 공급은 두 바퀴, 금융은 마차를 끄는 말, 정부 규제는 마부다. 어느 하나만 봐서는 마차의 방향을 알 수 없다. 이 비유는 책 전체를 이해하는 핵심이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집값은 실물시장의 수요·공급뿐 아니라 금융과 규제가 결합해 움직였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수요를 보는 관점도 단순하지 않다. 저자는 인구보다 가구수를 중요하게 보고 여기에 소득과 투자 심리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한다. 공급 역시 올해 몇 채가 새로 입주하느냐보다 누적된 주택 재고를 중시한다. 특히 서울 주택수는 2025년 전국의 18.6%를 차지하지만 최근 15년간 전국 신규 아파트 준공에서 차지한 비중은 연평균 11.6%에 그친다. 공급 부족을 단기 입주량이 아니라 누적 구조의 문제로 보는 이유다.
저자는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금융의 시대’로 들어섰다고 본다. 통화량이 늘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의 금융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최근 10년 집값은 통화량과 양의 관계, 금리와는 강한 음의 관계를 보였다. 주택담보대출도 2007년 말 344조원에서 2025년 9월 1160조원으로 3.4배 늘었다. 이제 집값을 보려면 입주 물량만이 아니라 한국은행과 금융시장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얘기다.
정책에 대한 평가도 현실적이다. 거래 규제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키지만 진입 자체를 막기는 어렵고 금융 규제는 즉각적 효과가 크지만 통화량이 팽창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세금은 단기 가격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투자 수요 패턴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주요 대책 전후 서울 아파트값과 기준금리를 함께 비교한 결과 금융 규제보다 금리 여건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책의 마지막은 미래 전망이다. 저자는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수요의 시대에서 공급의 시대로’ 이동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2050년 전국 주택 재고는 약 3000만 채, 주택보급률은 126%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이것을 전국적인 집값 하락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 지방과 외곽의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집값의 법칙’은 ‘지금 집을 사야 하나’에 답해주는 투자 지침서는 아니다. 대신 금리 하나, 공급 하나, 정부 대책 하나만 보고 집값을 예측하는 방식이 왜 자주 실패하는지를 설명한다.
주식에 투자할 때 기업 실적과 금리, 산업 사이클을 함께 보듯 부동산도 거래량, 공급, 금융, 정책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집값을 전망하는 숫자보다 그 움직임을 만들어낸 네 가지 힘을 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어디가 뜬다더라’는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수요와 공급, 금융과 규제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봐야 한다는 뜻이다. 불확실한 부동산 시장에서 내집 마련에 나선 사람에게는 시장을 읽는 기준을, 시장 분석 전문가들에게는 한국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마현숙 편집자 mama07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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