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제공 및 도움말 반려견주택연구소 | 참고 문헌 <나는 개집에 산다>]

반려동물이 이제 어엿한 ‘가족’의 지위를 얻으면서, 주택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반려동물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주거공간을 더 건강하고 안전하도록 건축적으로 배려하는 것. 기존 주택의 일부에 간단하게 적용하거나 집을 새로 건축하는 경우 반려동물의 생활 특성을 고려한 맞춤 설계까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sweet pet house ①
반려견 건강을 지키는 벽난로
[Special] 또 하나의 가족 공간 ‘펫 하우스’
낭만적인 전원주택 생활을 떠올릴 때 함께 연상되는 것이 벽난로다. 이 벽난로는 반려견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바닥 난방에 의한 복사 난방보다는 벽난로와 같은 대류 난방 방식이 반려견들의 건강에 더 좋다. 반려견들은 바닥에 몸을 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바닥 난방을 할 때 필요 이상의 열이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벽난로는 거리에 따라서 느껴지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반려견이 알아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누워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대략 500만~700만 원 수준이다.

sweet pet house ②
강아지들만의 통로 펫 도어
[Special] 또 하나의 가족 공간 ‘펫 하우스’
소형견 또는 중형견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전용 문이다. 펫 도어를 설치하면 강아지를 위해 일부러 문을 열어둘 필요가 없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강아지들 때문에 문을 열어 두고 지낼 필요가 없고, 냉난방 손실도 막을 수 있다. 반투명이기 때문에 맞은편에 있는 강아지의 움직임도 알 수 있어 안심이다. 펫 도어 자재 구입비용은 4만~6만 원 선(시공비용은 별도)이다.

sweet pet house ③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잔디 정원
[Special] 또 하나의 가족 공간 ‘펫 하우스’
일반 정원보다 특별한 잔디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잔디는 반려견의 소변으로 인해 노란색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정원의 일정 공간은 잔디 대신 콩자갈 등을 깔아 배변 장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조경수는 기본적으로 반려견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위험한 꽃이 피는 종류는 식재하지 않는다. 전원주택은 물론 빌라의 옥상에도 난간의 벽체를 높여 강아지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인 도그 런(dog run)을 설치할 수 있다.

sweet pet house ④
미끄럽지 않은 바닥재
[Special] 또 하나의 가족 공간 ‘펫 하우스’
반려견들이 실내에서 생활할 때 가장 위험한 요소가 바로 미끄러운 바닥이다. 반려견 관절 질환 중 상당수가 미끄러운 바닥과 관련이 있다. 신축 시에는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로 마루를 시공하고, 리모델링 시에는 바닥 코팅으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마루 훼손이나 오염이 잘 안 돼 일석이조다. 바닥 코팅 비용은 목재마루 3.3㎡당 약 10만 원 정도. 계단에는 타일카펫을 깔아주면 오르내릴 때 미끄러져서 낙상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카펫이 타일처럼 조각조각 나뉘어 있어서 필요한 위치에 적당하게 깔면 된다.

sweet pet house ⑤
빌라를 위한 펫 엘리베이터
[Special] 또 하나의 가족 공간 ‘펫 하우스’
반려인들이 많이 사는 공동주택에는 펫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반려견과 함께 타기 위해서는 통상 적용되는 엘리베이터보다 큰 규격으로 설치하고, 알림음 소리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소리에 민감한 반려견들이 엘리베이터 소리에 짖어대는 일이 없어지고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펫 버튼(pet button) 설치는 기본 매너다. 엘리베이터에 반려동물이 타고 있음을 알려주는 외부 표시장치다. 나중에 탑승하게 될 이들이 놀라지 않게 하거나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엘리베이터 설치 시 펫 버튼 기능을 포함하면 되고, 별도 비용이 추가되지는 않는다.

sweet pet house ⑥
집 외부에 세족 시설·리드후크
[Special] 또 하나의 가족 공간 ‘펫 하우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고 오면 더러워진 발을 닦아줘야 한다.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의 1층 외부(현관)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을 만들어 두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또한 집 외부에 리드후크를 설치해 놓으면 잠시 반려견을 대기시키는 데 유용하다. 야외에 나가거나 산책을 가려 할 때 반려견이 흥분해서 뛰쳐나가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interview] “펫 빌라를 아시나요?”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장
[Special] 또 하나의 가족 공간 ‘펫 하우스’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장은 “반려견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주택은 반려인들도 훨씬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이다”라고 말했다. 건설사에서 주택부문 일을 했던 박 소장은 2016년 초 반려견주택연구소를 설립한 뒤 지난해 서울 남가좌동에 분양한 ‘펫 빌라’와 용인 반려견 전원주택을 분양했다. 현재 경기 남양주 등지에서도 반려견 전원주택을 짓고 있다.

반려견 전용 주택이 무엇인가.
“반려견 주택은 반려견 공생 주택의 줄임말이라고 보면 된다. 생존 약자인 반려견을 기준으로 안전율을 높이고 주거 안정성을 높이면, 사람도 그만큼 안전하고 안정성이 높은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를 위해 그렇게까지’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제는 가족으로 인정받고 있는 반려견을 위해 무언가를 해준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인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려동물 전용 주택을 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약 5년 전에 업무차 일본에 갔을 때 ‘페토만숀’이라는 아파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건축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흥미를 느꼈고 한국에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현재 반려인들은 전원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아 1차 목표를 전원주택 단지(용인 반려견 전원주택 단지)를 구성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2차로 시작한 것이 빌라다. 이는 출퇴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에 거주해야 하는 반려인들을 타깃으로 진행했다.”

펫 빌라와 전원주택의 특징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건축 시 전원주택(펫 빌리지)이 수평 동선에 신경을 써야 하는 구조라면 펫 빌라는 수직 동선에 중점을 둔다. 빌라는 엘리베이터를 통한 수직 이동 시에 발생할 수 있는 상호간의 관계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상하층 간의 ‘층견 소음’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직으로 이동 시 사용하게 되는 엘리베이터를 ‘펫 엘리베이터’로 설치해 운영하고, ‘층견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닥에 차음재를 시공해 소음도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전원주택(펫 빌리지)은 수평 동선에서 옆집 강아지들과 상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과 단지 내를 오가는 차량의 불빛이나 소음에 의해 반려견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짖어대는 것을 막기 위해 각 세대마다 펜스를 설치할 때 그 높이나 모양이나 기능에 신경을 쓴다.”

반려동물 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뭐니 뭐니 해도 차음과 흡음이라고 생각한다. 반려인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편 중에 하나가 이웃집들과의 소음 관련 분쟁인데, 이를 잘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를 잘하고 가성비 높은 차음 공사를 잘 진행해야지만, 민원의 요소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반려견을 위한 건축적 솔루션(solution)과 더불어 반려인들 간에 정보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앞으로 계획은.
“지난해 용인 전원주택 등이 분양되면서 각 지역에서 문의가 있었다. 가장 문의가 많았던 경기 남양주에 2차 전원주택을 짓고, 빌라는 강남 지역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강남 지역에는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1~2인 가구가 많기 때문에 반응이 좋을 것이라 예상한다. 다만, 아직까지는 일본처럼 반려동물 아파트가 한국에는 없기 때문에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공동주택 관리규약(일본처럼 반려동물 양육 관련 사항이 모두 반영된 관리규약)을 만들고, 반려 생활을 하기에 적합한 각종 시설이나 설비가 갖추어진 아파트 단지가 하루 속히 출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