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 투자고수에게 듣는 쩐의 전쟁
급등과 폭락, ‘쩐의 전쟁’에서 생존하라 투자에서 소외되면 ‘벼락거지’가 되는 현실에서 ‘동학개미’, ‘코인러’로 변신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격동하는 시장에서 지켜야 하는 투자 원칙은 무엇일까.#1. “한강 갈 줄 알았던 코인러들 한강 뷰로 가네 ㅋㅋ.” 지난 3월 14일 가상통화 비트코인 가격이 국내 거래소에서 사상 처음으로 개당 7000만 원을 넘어섰다는 뉴스에 달린 댓글이다.
#2. 서울의 평균 주택 가격이 8억 원을 돌파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KB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의 주택 종합 평균 매매가격은 8억975만 원을 기록했다. 2018년 3월(6억273만 원) 6억 원을 돌파한 뒤 3년 만이다. 지난해 4월(7억81만 원) 7억 원을 넘어선 뒤 8억 원을 돌파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10개월에 불과했다.
‘부의 재편’ 흐름이 빨라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폭풍 같은 세계 경제의 변화 속에서 거대한 자산의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2021년 봄, 투자 시계는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일시적 조정인가, 하락의 신호인가.
최근 부동산 시장의 온기가 예전만 못하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약 석 달 만에 ‘매수자 우위’로 돌아섰다. 3월 1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96.2로, 전주(101.0)보다 4.8포인트 줄어들었다. 이 지수가 1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석 달 만이다. ‘매수자 많음’ 시장이 ‘매도자 많음’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집값 급등에 대한 피로감에 관망세로 접어든 시장과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동학개미는 올봄, 고난의 행군 중이다. 지난 2월 24일 코스피는 외국인·기관 동반 매도세에 지수 3000선이 붕괴됐다. 3월 들어서도 3000선을 두고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가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이 외국인·기관의 매량매도를 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초 1.0% 선이었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3월 12일(현지시간) 1.63%까지 오르며 전고점을 경신했다.
최근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식과 채권 가격이 요동치면서 대체자산으로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3월 20일 비트코인의 가격은 5만87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연초 3만 달러 아래를 밑돌던 비트코인 가격이 불과 2개월여 만에 2배가량 치솟은 것. 하지만 여전히 적정 가치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아크인베스트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캐시 우드가 지난 3월 비트코인이 최대 40만 달러(4억5000만 원)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반면, 최근 대형 투자자의 수가 오히려 줄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 ‘큰손’들이 발을 빼고 있다는 경고다.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부동산보다 ‘주식’ 대세
시장에서는 최근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의 기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는 부동산보다 주식, 해외 주식보다는 국내 주식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개최한 2021 한경 머니 로드쇼 참석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온라인 설문 결과, 개인투자자 10명 중 9명은 증시와 부동산 가격이 올 연말까지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됐고, 백신 공급으로 경제 회복이 기대되는 가운데 자산 가격의 추가 상승에 베팅하겠다는 의미다. 올해 수익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 상품으로 주식(응답자 49.2%)이 꼽혔다. 세부적으로는 국내 주식이 가장 유망하다고 예상한 사람이 25.9%, 해외 주식을 1순위로 꼽은 사람이 23.3%였다. 부동산을 1순위로 꼽은 응답자는 35.0%였다. 암호화폐(11.9%)가 그 뒤를 이었다. 자산가들도 올해 주식시장 전망을 밝게 예상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1 한국 부자 보고서(Korean Wealth Report): 부자와 대중 부유층의 자산관리 트렌드’에 따르면, 부자들의 34%, 대중 부유층의 41%가 주식시장의 완만한 상승을 예상했고 현 상태로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부자의 30%, 대중 부유층의 33%에 달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산가의 예측은 다소 부정적이었다. 부자와 대중 부유층의 52%가 부동산 경기는 “앞으로 더 안 좋아질 것이다”라고 응답했고, 특히 부동산 고액자산가(보유 부동산 자산 50억 원 이상)의 29%는 “부동산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삼성증권이 지난 2월 고액자산가(예탁자산 10억 원 이상) 8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복수 응답)에서도 77.9%가 올해 투자자산으로 주식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망 투자 대상으로는 국내 주식이 46.6%로 첫손에 꼽혔으며, 해외 주식이 31.3%로 뒤를 이었다. 금·원자재(7.5%), 부동산(7.2%), 채권(2.2%) 등은 10% 미만에 그쳤다.
투자의 제1원칙, ‘지키는 투자’
바야흐로 ‘투자’가 대한민국 국민의 주 관심사가 됐다. 한국예탁결제원의 ‘202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소유자 현황’을 보면 2352개 상장사의 주식 소유자(중복 소유자 제외)는 919만 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주식 투자자 수가 300만 명(48.5%)가량 급증했다는 집계다. 암호화폐 사용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암호화폐 주요 6개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수는 지난 1월 181만295명으로, 전년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이후 부쩍 급상승한 투자 열기를 보여준다.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SomeTrend)는 이러한 투자 열풍과 관련해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유난한 ‘교육’에 대한 열망마저 투자 열기에 사그라들었다는 것이다.
썸트렌드가 2016년 1월부터 2020년 9월까지 빅데이터를 분석한 ‘연봉 영끌에서 대출 영끌로’ 리포트에 따르면, 학원에 대한 관심은 2019년 1분기 최고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하는 반면, 부동산에 대한 언급량은 2020년 2분기 ‘학원’을 역전하며 전국민이 부동산에 대해 갖고 있는 폭발적 관심을 방증했다.
아울러 ‘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줄임말인 ‘영끌’은 2019년 중반 이후 꾸준히 언급량이 증가했고, 2020년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7배나 상승하며 한국 사회 현실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영끌에서 주식 영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예은 썸트렌드 에디터는 “코로나19가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바꾸고 있듯, 격동하는 부동산과 주식시장 속에서 교육과 연봉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으며, 아파트는 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투자를 위한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데이즈노우즈의 김기원 대표는 “마치 자산 시장 폭락 직전이었던 2007년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앞 다퉈 펀드 가입을 위해 증권사로 몰려가고, 아파트값이 자고 나면 치솟던 2007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수년간 많은 이들이 고통받았음을 상기할 때라는 것이다.
‘슈퍼개미’인 남석관 베스트인컴 대표는 한경닷컴 ‘The Moneyist’ 기고에서 “열심히 일만 하다가는 벼락거지가 되는 세상에서 조급해지고 두려운 마음에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면서 “주식투자의 기본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견실한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나누는 것에 있기 때문에, 투자에 앞서 남들보다 더욱 치열한 공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안 우리은행 TCE강남센터장은 “시장 변동성이 커진 2021년은 ‘지키는 투자’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자산가들처럼 리스크를 고려해 현금흐름을 우선 체크하고, 분산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배현정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